먼저 정말 콜로세움 열릴 수 밖에 없는 글을 굳이 올린 점 많은 분들께 죄송하단 말씀드려요.
저는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되나 싶었는데, 남편은 뭔가 자기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거란 확신이 있었나봐요.
저희는 전 글 첫머리에 썼다시피, 평소에 정말 사이 좋구요, 즐겁게 살고 있는 부부예요!!!!(강조강조)
강조하는 이유는, 오빠가 좀 상처 받은 거 같아서요. 푸하하하하
'아니, 평소에 진짜 잘해주고 사이 좋은데.. 우리 너무 사이 안 좋은 부부처럼 된 것 같다'고 속상해 하더라구요.
아이고.
아, 먼저 결론적으로 남편은 결국 수긍했어요. 자기가 '찌질이' 같이(본인의 표현) 굴었다는 거에 대해서요.
수긍하는 과정도 조금은 길었는데요. 옆에서 지켜보는데 너무 귀엽고 웃겼어요.
오유의 댓글들을 보던 남편은, 어느 분의 말씀대로 '여기 이상한 사람들인 것 같다.' 고 아주 예상대로 아주아주 전형적으로 부정을 하더라구요.
평소에 남편이 커뮤니티는 물론이고 SNS는 아예 하지 않아서, 요즘의 부부나 남녀사이에 대한 여론, 댓글 스타일 등에 대해 적응 못할 거란 걸
전 알고 있었죠.
전 이미 예상했던 반응이라 '내가 오빠 그렇게 말할 거라고 했잖냐. 오빠가 인정해야된다.' 라고 넘기듯이 말했어요.
속으론 엄청 기뻤지만, 나름 담담하게 대했죠. 그랬더니 자기도 애써 담담한 척하더니 " O O 아, 재밌는 거 해볼까?" 더라구요.
그래서 "뭐?" 했더니, " 이 글을 자기 입장으로 해서 남성이 많은 커뮤니티에 올려보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전 "에휴, 비슷하다니까. 오빠만 손해야. 해보고 싶으면 해봐~" 라고 했더니, 글을 크게 가감 없이 수정해서 다른 커뮤니티에 올렸어요.
그러고나서 저희는 신나게 배드민턴을 치고 집으로 들어왔죠.
(제가 새벽부터 준비해서 출근하고, 남편도 아침에 출근이 바빠서 아이들은 밤에 시부모님이 같이 데리고 주무시고 계세요.
그래서 밤 시간엔 부부만의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둘다 차례로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침대에 나란히 누웠어요. 남편이 먼저 자기가 올린 글의 댓글들을 확인하더니
"아. 나 진짜 찌질한 거 맞았나봐." 라고 하더라구요. 저는 진짜 너무 빵 터져서 "왜?ㅋㅋㅋ 오빠 찌질하대?" 라고 했더니,
"어, 찌질하대." 라며 시무룩. "아, 정말 아니구나." 라고 하더라구요.
여태 말을 아끼던 저는 "거봐. 오빠 솔직히 그런 생각은 무슨 할아버지 같은 생각이었어. 오빠 찌질하다는 댓글이 베플이고, 그만큼 공감한다는 사람이 많잖아. 느껴지지?" 라고 했더니, 정말 순순히 인정하더라구요. 일단 남초 커뮤니티라 그런지 남자의 입장에서 쓴 댓글들이 많아서
그런지 자신에게 더 와닿았나봐요.
또, 반면에 오히려 그 커뮤니티에서 제가 마치 벌써 바람이라도 핀 것 처럼 올라온 댓글엔 "아 무슨 회식을 물어봤는데, 바람 얘기까지 나와. 내 의도는 이게 아닌데" 라며 살짝 발끈하기도 했구요.
그러면서 좀 더 표현을 정확이 하며 얘기하더라구요.
본인이 너가 여자라서, 엄마라서 라고 말한 부분은 잘못된 표현이 맞는 거 같다며.
자기는 정말 의심하거나, 여자랑 남자를 차별해서 생각해서 했던 말이 아니였다며, 너가 술을 평소에 빼지 않는 성격이고 (제가 술과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를 좋아하는 편이예요.) 그러다보면 너도 자칫 취할 수 있고, 그러다보면 퇴근 길도 멀어서 위험하다는 생각이 제일 컸다고.
또 저를 위험하게 할 수 있는 또라이들이 있을거라는 생각때문에 걱정이 되었대요.
그런 위험할 수 있는 상황들에서 힘이 센 남자와 대면하게 됐을 때, 현실적으로 더 약한 너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확률이 높다라는 걸 말하고 싶었는데, 댓글들을 보다보니 자기 표현 방식이나 단어의 선택을 잘못 한 것 맞다며 수긍했어요.
요렇게 곧바로 인정하니 너무 이쁘더라구요ㅋㅋㅋ
그리고 또 '요새 이렇게 쿨하구나.' 하더라구요. 그래서 전 '쿨? 이라기 보다 평등하게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거야. 표현할 때도 치우치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하는 거야' 라고 말해줬어요.
아마 자기는 와이프는 남편이 지켜주고 케어해야한다고 생각했나봐요. 그도 그럴것이 저희가 남들에 비해 어린 나이에 결혼을 했었고, 게다가 전 남편보다 4살 어려서 남편이 정말 절 많이 케어해 주고 있거든요. 남편이 연상인데다가 남편 또래 보다도 좀 더 성숙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많아서(요번 건은 너무너무 성숙했던걸까요?ㅋㅋ) 저도 많이 의지했었구요. 그렇게 저를 품고만 있다가, 일도 시작하고 회식도 한다고 하고 하니 내심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있었나봐요. 그런데 각자 하는 일, 알아서 스스로 케어 이런 의견이 많은 것을 보면서 그런게 되게 쿨 하다고 느꼈나봐요.
"그래, 위험하다고 생각하다면 그냥 내가 데리러 가는 게 맞는 것 같다" 라고 남편도 쿨하게 인정했어요.
이번 사건(?)을 통해서 조금 더 서로에 대한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 할 수 있고, 받아들여서 좋았던 것 같아요.
남편도 뭐라고 말할 때마다 제가 "오빠는 하는데, 난 왜 안돼?" 라고 말을 하니, 자기 입장에선 답답했대요. 걱정해서 하는 말인데
그렇게 나오니 답답했다고. 저도 제 입장에서 적당한 표현 방법이 없었는데 이번 댓글들을 대신해 정확이 표현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음.
엄청난 남편 해명 글 같네요. 맞아요. 남편 뜻이 있어 글은 올렸지만, 제가 또 남편 팔불출이라 요런걸 그냥 못넘어가서ㅋㅋ
이전 글도 솔직히 커뮤니티도 안하는 사람이 네이트 판은 어떻게 알아서는 네이트판에 올려보자고 하는 걸,
정말 남편 멘탈을 위해 말려줬습니다.
아무튼 저희 부부는 이렇게 서로 이해하고 합의를 봤구요! 걱정해주신 분들께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사실 전 오유를 예전부터 해 오면서,
저희가 좀 같이 살아오는 과정이 평범치가 않아고 되게 재미있게(?) 살고 있어서ㅋㅋ이 다음에 우리 부부 썰을 한번 풀어봐야지 하고,
예전부터 생각해왔는데, 이렇게 남편 덕에 불명예를 얻어서 그건 물건너 갔다 싶어요ㅠㅠ엉엉
아무쪼록 이전 글 보신 분들, 너무 화내지 마시구요!ㅠㅠ 결게 모든 분들 오늘도 달콤한 하루 되시길 바랄게요.
읽어주시고 좋은 의견 주시고, 함께 공감해 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이렇게 쓸데없이 긴 글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6년차 아주미라 얘기할 기회만 나면 자꾸 얘기하려고 해서요ㅋㅋㅋ)
오빠야.
오빠는 이 글 볼일이 거의 없겠지만.
내가 아까 말했다시피, 난 진짜 우리 오빠보다 멋지고 현명한 사람 못봤어.
이번에 잘못 된 부분 있었다며 바로 인정하고, 바뀌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너무 멋져.
역시 내 남자다 싶어. 항상 날 실망하지 않게 노력해주고, 나 아껴주고 사랑해줘서 고맙고. 우리 애들 잘 키우면서 더 이쁘게 잘 살자.
(이제 그런 늙수구레한 사상은 집어던지도록 하고)
사랑해.
아이고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