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토쿄에서 초1 아들을 키우는 30살 아빠입니다.
여름방학이 시작한 아들을 데리고 한국에 3주정도 다녀와서 그간 음식할 기회가 별로 없(어서 아주 편했)었네요.
<오븐에서 구운 테리야키 치킨 스테이크>
<소고기 야채 볶음과 볶음밥>
<고기를 채워 구운 피망과 부추를 넣은 계란 부침>
<집에서 만든 탕수육과 야키소바>
<닭다리살 조림과 계란 부침>
<아침식사는 졸면서 먹는것이 그의 스타일>
<잡담>
아들은 한국과 일본, 두가지 국적을 가집니다. 이름도 꽤 한국적인 이름입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최근에 일본에선 배타주의적인 정치&사회관을 곳곳에서 마주합니다.
친한 친구의 페이스북, 동네 서점, TV등등.
자국의 정치적 입장과 문화의 정당성이나 우월함은, 타국의 그것을 배타 하며 확보되죠. 그리고 그 타국은 대개 한국 혹은 중국입니다.
한국국적을 가지는 아들을 키우는 한국인 아버지의 입장으로서, 작금의 일본사회의 이러한 우경화는 심히 "공포" 스럽습니다.
제가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아마 그저 "분노" 혹은 "동정"을 했을테지요. 하지만 아버지의 입장에서 가장 먼저 드는 감정은 "공포" 였습니다.
그런데, 한국인 아버지를 둔 아들은 매운걸 정말 못 먹습니다.
"매운맛 판독기" 라고 이름붙여도 어울릴만큼, 음식 안에 매운 맛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바로 알아차립니다.
저도 무리해서 매운 음식을 먹이지는 않습니다 "취향이겠지" 혹은 "언젠간 먹겠지" 라고 생각할 뿐이죠.
그래서인지 제가 아들에게 해 줄수 있는 한국 음식은 정말 한정되어 있었고, 한국에 가서도 밥먹는것(맵지 않은 음식을 먹이는것)은 꽤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한국에 다녀오면서 약간의 변화의 조짐이 보였습니다.
물에 한번 씻기는 했지만, 신라면을 먹어본다던지.
약간 덜맵게 해주신 해장국을 먹는다던지.
"아빠랑 할머니, 할아버지가 맛있게 먹으니까 나도 도전해볼래" 라는 말을 하더군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이제껏 "받아들일 수 없다" 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받아들여지는, 혹은 최소한 "받아들여볼까" 하고 마음먹을 수 있는 계기에 대해서.
그건 바로 사소한 "사람과의 유대" 라고 생각합니다.
아들이 좋아하는 사람(아빠와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을 계기로 그 전까지 받아들이지 않던 매운 음식을 먹어보려 한것 처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하는 대상을 받아들이는 계기는 사소한 "사람과의 유대"가 중요하지 않을까 하고요.
반대로 차별과 편견에 둘러싸인 이들은 그러한 유대가 결여되어 있는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아들에게, 언젠간 "한국" 이라는 머릿말로 좋지 않은 대우를 받을지도 모르는 아들에게, 이렇게 일러주고 싶습니다.
차별과 편견을 가지는 이들의 무지와 결여를 이해하라고.
다가설 수 있는 한도내에서 최대한 다가서라고.
하지만, 심신의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주저없이 피하라고.
오늘도 평화로운 하루가 되길 바라며, 여기서 줄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