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지는 일한다고 회사가시고, 어무니는 아부지 야참 챙겨들러 회사로 가셨다. 새벽2시 반, 얼마 전부터 습기때문인지 망가져 노즐위치도 물 세기도 조절이 안 되는 비데가 급작스레
'즈즈즈즉 삐- 부-르르르 삐삐삐삐삐삐삐삐' 하며 울었다.
동생인가 싶어 소리가 멎기만 가만히 기다리는데, 이상하게 소리가 멎을 생각을 안 한다. 아, 씨. 시끄러워. 조절이 안 되면 사용하질 말든가 하지, 버튼 누르는 소리가 여간 시끄러운게 아니라 벌떡 일어나 방 밖으로 나갔다.
화장실 문은 벌컥 열려있었다. 안에는 아무도 없는데, 비데만 저 혼자 켜진 채 노즐을 뺐다가 넣었다가 하고 있었다.
망가졌다 망가졌다 하더니만 정말 제대로 망가졌나보다. 짜증이 콱 솟구쳐 밤새 잠을 설쳤다.
비데는 밤새도록 삐비비비 삐삐 울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잠을 깰 겸 밥상에 앉아
"엄마, 우리집 비데 이상해. 어제 밤새 삑삑거려서 잠도 못잤어."
하고 말했다. 그러자 엄마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얘가 대체 무슨 소릴 하는거야. 그래서 어제 엄마가 콘센트 아예 뽑고 나갔잖아."
화장실에 가보았다. 비데의 콘센트는 아직도 뽑혀져 있는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