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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구원
게시물ID : panic_948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쿠밤
추천 : 10
조회수 : 1071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7/08/14 19:2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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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안으로 한 노인이 들어온다. 그는 다리가 불편한듯
한쪽 다리를 질질 끌며 힘겹게 앉는다. 나이보다 세월의 무게가 더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것 같은 얼굴이다. 호기심 많은젊은 신부는 그의 사연을 상상해본다. 신부는 그 노인이 신부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지 아직 몰랐다.

날은 어둑어둑해지고 사람들은 하나둘 돌아가지만 노인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신부는 필히 그에게 말하기 어려운 사연이 있을거라 생각한다. 신부가 그를 남겨두고 잠시 자리를 비우려 하던 그때

"신부님."

노인이 부른다.

"예 형제님 말씀하시지요."

"고해성사를 할 수 있을까요."

그의 질문은 질문이 아니었다. 그의 말투는 흔들림이 없었고, 그의 눈빛은 망설임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죄 앞에서 떳떳한 것일까. 그의 사연이 내심 궁금했던 신부는 반갑게 받아들인다.




신부님 지금으로부터 약 17년전의 일입니다. 저는 하루하루 노가다판을 뛰며 가족을 부양하고 있었습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 벅찼고 순위에서 밀려나는 날에는 쫄쫄 굶어야 했죠. 그날은 운수가 좋았습니다. 일당 15만원짜리 일인데 그날따라 인력이 없어서 별다른 경쟁도 없이 일을 따냈습니다. 하지만 힘겨운 노가다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때 저를 반기는 건 아내가 아닌 편지와 젖먹이의 울음소리였습니다. 아내가 이런 지긋지긋한 삶은 더이상 살지 못하겠다며 아기도 내팽겨치고 집을 나가버린 것이었습니다. 막막하고 원망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아기는 울고 있었고 아이를 달랠 이는 저뿐이었습니다.
아이를 돌볼 보모를 구할 돈도 도와줄 친척도 없었던 저는 아이를 떼어놓고 나가서 노가다를 하고 최대한 빨리 집에 들어오는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습니다. 여느날과 같이 집에 들어오니 주인집네 딸이 아기와 놀아주고 있었습니다. 아이 울음소리가 자꾸 들려 왔는데 혼자있는게 딱해서 돌보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아이를 혼자 둘수 밖에 없었던 사연을 들은 주인집네 딸은 괜찮다면 자신이 제가 일하는동안 아이를 돌보겠다고 했습니다.
처음엔 그게 염치스러워 오히려 전보다 더 억지로라도 일찍들어오고 그랬는데 사람이란게 호의를 받다보면 그게 당연해집디다. 돈만 벌어 아이 분유값만 사는 삶이 지치고 저 젖먹이를 내팽겨치고간 아내가 원망스러워 그걸 안주삼아 다른 인부들과 술한잔 했습니다. 그때 다른 인부들을 따라 빡촌에나 갔다면 그런 비극은 없었겠지요. 하지만 제겐 돈이 없었습니다.
집안에 들어서자 후다닥 무언가 부산스런 소리가 났습니다. 아이방에 가니 주인집네 딸이 허겁지겁 옷을 입고 있더군요. 그녀는 분유를 다먹여도 아이가 자꾸만 울어 헛젖이라도 먹이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문득 그녀에게서 풍겨오는 분냄새가 달콤해 견딜수가 없었습니다. 어설프게 걸쳐있던 그녀의 옷을 거칠게 벗겼습니다. 그녀가 저항하자 저는 소리지르거나 반항하면 죽여버리겠다고 목을 조르며 말했습니다. 그 뒤론 조용해지더군요. 그녀의 살결은 우유처럼 희고 부드러웠습니다. 그녀는 울면서 제게 살려달라고 빌었습니다. 죽이려는게 아닌데 바보처럼. 제가 그녀의 안에 들어가자 그녀는 매우 아파했습니다. 저는 그녀가 소리를 낼것같아 손으로 입을 누르고 그녀를 강간했습니다. 사정하고 술이 좀 깼을때 모든 것은 이미 늦어있었죠.
큰일이었습니다. 그녀를 살려둔다면 그녀가 조용히 있을리 없었습니다. 구석에서 흐느끼는 그녀에게 다시 다가갔습니다. 그녀는 제 눈빛에서 무언가 읽었는지 다시 제게 빌었습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절대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게요. 하지만 어쩔수 없었습니다. 그녀의 목을 천천히 졸랐습니다. 그녀의 목을 조르며 사과했습니다. 미안합니다. 그동안 정말 고마웠었는데 이런식으로 밖에 보답하지 못해 미안합니다. 마침내 그녀는 숨을 거뒀고 저는 시체를 숨겼습니다. 하지만 얼마가지않아 주인집네의 신고로 곧 들켜 지금까지 형무소에서 살다나왔습니다. 제가 했던 행동들이 너무나 후회스럽습니다. 아이는 고아원으로 보내져 아비가 강간살인범이라는 것도 모르고 살아가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상처입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다른것보다 그녀를 죽여버리고 만것이 너무나 후회스럽습니다. 그녀처럼 희고 부드러운 살결이 자꾸만 떠오르고 다른 어떤 여자를 사서 안아도 만족스럽지가 못합니다. 이대로 가다간 또한번 그런짓을 저질러 버릴것만 같습니다. 이런 저라도 예수님은 용서해주실까요?

신부는 손을 바들바들 떨었다. 그또한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 애초에 그가 신부가 된 이유였다. 강간살인을 고해성사하기에 노인은 너무나도 잘못된 상대를 골랐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기 때문에 노인이 그에게 왔다는 사실을 그는 몰랐다.

신부는 장식용 성배를 집어들었다. 예수의 피를 담는 신성한 잔이지만 오늘은 네놈의 포도주로 이 잔을 채워주리라. 그는 생각했다. 노인은 품에서 무언가 꺼내려했다.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신부는 그에게 뛰어 성배로 머리를 내리쳤다.

그의 머리를 내리칠수록 성배를 피로 물들었다. 뭉개지는 그의 머리에 대고 신부는 소리쳤다. 죽어. 죽어 이개만도 못한새끼야. 내가 감히 맹세하건데 내가 지옥에 가는 한이 있어도 너는 같이 데려가주마.

그리고 노인은 마침내 숨을 거뒀다. 아주 평온한 미소와 함께.

신부는  그가 꺼내려던 것을 살펴본다. 거기에서 나온것은 의외로 쪽지.

'구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신부님.'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신부는 노인의 몸을 더 뒤져본다. 그리고 그는 찾아냈다. 내일 출소하는 한 범죄자에 대한 신상정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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