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공저자 얘기를 굉장히 조악하게 예시를 들자면, 박기영은 보증을 서 준 겁니다. 이유가 뭐든 진행이 어떻게 됐든 별로 상관이 없죠. 자기가 도장 찍은거니까.
1. 연구비의 수혜자는 황우석이 아니라 서울대다
원래 플젝 따오면 일정부분은 대학이 뜯어갑니다. 야하게 말하자면 '니가 우리 이름값 없이 딸수 있었겠냐? 자리세 내놔' 정도겠죠. 서울대는 모르겠다만 카이스트는 26.5%를 가져가는걸로 압니다. 이하 아래는 카이스트의 예를 들겠습니다.
그럼 남은 대충 3/4는 어떻게 되는가, 크게 교수님 연봉, 학생 인건비, 장비비, 출장비 정도로 나뉘겠군요. 학생 인건비는 정부 플젝이면 일주일 40시간 풀타임으로 시켰을때 합법적으로 최대 줄 수 있는 연봉이 석사 2.1천, 박사 3천입니다...보통 플젝 하나서 저만큼 안주죠. 교수님 연봉이야 원래 학교서 받는걸 일정비율만큼 해당 플젝에서 받는거니 다받아봤자 1억 못넘기구요, 해외출장 어차피 이코노미 이상 못탑니다. 해외 석학중에서도 탑급 초청할때나 비지니스 탈수 있을락 말락... 체제비는 나라/도시별로 등급화된 정액제구요. 한번 갈때 암만 써봤자 천만원 못갑니다. 보면 알겠지만 처음부터 줄수 있는 최대한도 돈이 정해져 있어서 더 쓰고 싶어도 쓰기가 어려워요. 나머진 뭐다? 장비비죠. 실험장비. 제일 돈 많이 (쉽게) 들어가는데. 1억짜리 장비 두개만 사면 박사과정 열몇명치 예산이니까요. 근데 장비비로 구입한 장비 그거 연구자거가 아니라 대학겁니다. 플젝 끝나면 그냥 연구하던 애들이 들고갈수 있는거 아니에요. 학교/정부서 자산관리도 하구요.
그러니까 '연구비의 수혜자가 대학이다'라는건 별로 특별하고 말고 할게 없는 소리입니다; 원래 간접비도 받고 장비도 대학귀속이고... 저게 플젝이 거대해지면 장비 대신 건물도 사나(짓나) 보다 정도의 감흥이지 황우석 교수님이 자긴 돈을 안쓰고 서울대에게 몰아줬다고 생각하긴 좀 어렵습니다. 서울대라 다를 수 있다손 쳐도 정부플젝 예산 사용이 거기서 거기고, 저것도 자기 랩에서 쓸 장비/시설을 구입한거지 자기랑 상관없는 서울대 건물 지어준것도 아니고 말이죠. 처음부터 그런거 할라 그러면 장부장난 쳐야되고.
2. "진짜 문재인 대통령이 뭘 모르고 박기영 교수를 임명했다고 생각하십니까?"
박기영 얘기하는데 문재인이 무슨 상관이길래..? 역 연좌제입니까? 문재인이 지지했으니 선하다고?
이런건 얘기할 가치고 없고
3. 공저자 올린게 죄면 서울대, 과학계, 사이언스, 학계는 죄가 없냐?
없습니다. 걔네들이 공저자 올린거 아니거든요.
논문은 새로운 지식을 추가해서 학계 - 우리 전체 - 가 아는 지식의 양을 늘리기 위해서 생산됩니다.
일년에 몇십만개도 넘게 뿜어져 나오죠. 그걸 하나하나 조작이냐 아니냐 실험을 재현하면서 정합성을 따져서 논문을 받아 주지는 않습니다. 논문 내부에서 논리성 정합성이 있는가를 따지죠. 실험 결과를 처음부터 '이새끼 조작한거 아냐'라고 생각하면서 리뷰하진 않습니다. 문자 그대로 그럴 예산과 시간이 없기 때문에요. 리뷰를 돈받고 하는것도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논문을 '못 쓸' 수는 있어도 일부러 사기를 칠 리는 없다는 신뢰가 깔려 있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논문 조작하면 영구 밴 되는 식으로 심각한 처분을 받는겁니다.
주가조작한 놈이 또 주식 시장 들어와서 돈벌면 빡치죠?
그럼 주가조작세력에 편승해서 돈번 사람이 죄면 조작을 알아채지도 못한 직장상사, 공정위, 주식회사, 시장도 죄라고 생각되십니까?
공저자는 그런겁니다. 얘가 논문을 읽었든 안읽었든 실험 무슨파트를 맡았든 상관없이 공저자로 올라간건
1. 본 논문에 일정 부분 이상 직접 기여했고
2. 본 논문의 저자로써 논문 내용에 공유된 책임을 가진다
고 한 거니까요.
저기에 교신저자였다면 본 논문과 관련된 외부와의 교신을 담당할 책임을 가진다, 1저자였다면 본 논문의 주 기여자로써 주된 책임을 가진다 가 추가되는 정도죠.
논문에 책임 못질 애들, 직접 논문 쓴게 아니라 외부적으로 도와준 애들은 저자로 이름 안올라갑니다. 걔네들을 위해 있는게 acknowledgement죠. 얘네얘네 덕에 논문 썼어 고마워~ 하는거. 거기에 이름 올라갔으면 아무도 신경도 안썼을겁니다. 당장 황우석이 논문 조작했다고 예산대준 정부욕하진 않잖아요? 정부플젝 액크됐을텐데.
4. 읽지도 않고 공저자를 올렸다, 그러므로 조작에 참여하지 않았다..?
아니 뭐 교수님들 중에는 논문 안읽고 교신저자 뺏어먹는 분들도 많이 있을겁니다. 논문수 불리는게 다 그렇죠.
그중에 데이터 조작한 논문들이 없지도 않을거라 봅니다. 데이터 취사선택하고 서베이 학부생 시키고.. 사이언스같은데 그런 개짓하는 듣도보도못한 용자가 흔하지 않을 뿐이죠.
설사 나쁜 목적이 아니라도 플젝 성과물 제한을 지키기 위해서라던가 뭐든간에 읽지도 않고 공저자에 이름만 올릴 수도 있다고 봅니다. 보통 조작같은 일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한 공저자로 이름 올라간 논문가지고 뭐가 되는것도 아니고, 1/교신 뺏어간것도 아니고.. 실제로 그러는 사람들도 있을테고, 지네들끼리 논문 돌려막기 하고 그러지만 않으면 별로 신경쓸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걔네들이 차장 임명된거 아니잖아요?
사람들 다들 과속 하죠? 과속하다 사람 친 사람들도 있고, 그중에는 과실치사로 사람이 다친 경우도 있을겁니다. 그걸 저놈 사악한 악당이라고 몰아지는 않죠? 근데 과속하다 사람 친 분이 교통부 차장이 된다 그럼 어떨까요? 아닌거 같지 않나요? 연구분야 있는 사람한텐 대충 이렇게 보입니다.
읽었느냐 읽지 않았느냐, 논문 조작이 의도된거냐 실수냐 몰랐느냐 뭐 대충 이런 얘기들은 그냥 뭉뚱그려서 "걔네는 예산집행 안하잖아"가 우선되는거 같습니다. 어차피 연구윤리 위반은 팩트로 빼박이에요. 저자는 저작을 해야 되기 때문에, 말하자면 논문에 한글자라도 뭔가 써넣었어야 하기 때문에, '안읽었다'고 한 시점에서 위반입니다; 거기서 지지부진하게 이게 진짜 위험한 연구윤리 위반이냐 다른애들은 안이러냐 해봤자 의미가 없어죠. 차장 임명되는 사람한테 잣대가 보통보다 더 까다로운건 현실적으로 당연하니까. 굳이 까려면 현재 차장이나 장관 따위 고급공무원들의 과거 논문을 보면서 연구윤리적인 확인을 해봐야 한다.. 가 되야겠죠.
5. 실수로, 잘못하여 저런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황우석의 연구결과를 한민족의 정기를 볻둗어 대한민국이 진정한 과학선진국으로 나설 수 있게 하기 위해 다크나이트가 되어 연구결과를 속히 밝힌 것이다.
...솔직히 댓글 보다보면 대충 이런생각 하는 분들도 있는거 같더라구요. 위에 링크건 글에 있는진 모르겠다만 소위 "그래서 박근혜는 줄기세포 맞았지" 운운, "다른 선진국들이 모셔가는거 봐라" 운운.
(4번이랑 연동되는데, 미국에서 황우석 초대해선 NIH차장으로 임명하면 난리가 안날거 같아요? 사립은 스폰서가 신이니까 님들 말하는대로 조작좀 하면 어때 결과만 맞으면 그만이지 할 수 있거든요. 님들이 돈모아서 사립 연구소 세워서 초빙하세요. 아무도 안말립니다.)
설사 그런 사실 한국 과학계를 위해 한몸 희생한 다크나이트라도 차장 반대의견이랑은 상관이 없습니다.
배트맨한테 경찰청장을 시킬 순 없잖아요? 두테르테 꼴 나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