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하루였다.
그 여파인지 좋지 않은 꿈을 꾸다가 잠에서 깨어났다.
창밖 가로등 불빛이 깜빡 어둠속에 잠시 빛난다.
멍하니 누워서, 깬김에 화장실을 갈까 아님 더 잘까 고민하다가 더워서 에어컨 리모컨을 찾기 위해 베개 밑을 뒤졌다.
평소엔 옆에서 굿을 해도 안 일어나는 남편인데 베개 한번 들어봤다고 음냐음냐 소리를 내다 뒤척인다.
남편에게도 힘든 하루였을 것이다. 역시 좋지 않은 꿈을 꾸고 있는 걸까.
"더 자"
남편이 나를 다짜고짜 끌어안고 토닥토닥 등을 두드린다.
토닥토닥이 점점 느려지고 힘이 빠진다. 잠시 깼지만 다시 잠속으로 끌려들어가는 중인 듯. 느려지는 리듬속에서 꿈꾸듯 중얼거리는 한마디.
"사랑해......"
입을 내 이마에 대고 그대로 잠들었다.
나는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아 돌아 누웠다가 화장실을 핑계로 일어나 앉았다.
품에서 빠져나온 나를 뒤에서 끌어안으려 팔을 허공에 휘둘다가 베개를 끌어안고는 안심한 듯 다시 코를 골기 시작했다.
나는 조금 울다가 이렇게 깨서 폰으로 세상을 보며 부서진 마음을 알량하게 어루만져본다.
아마 언젠가. 먼 훗날 혹은 가까운 날에.
우리가 헤어지는 그 날에도..
나는 오늘의 이 밤을, 남편의 잠에 취한 손길을, 다정한 목소리를, 살짝 덥고 습한 이 공기를, 남편의 꿉꿉한 숨냄새를 기억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