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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누가 루리웹 리뷰 읽어? (feat. Steam)
게시물ID : gametalk_34561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나체보급자
추천 : 7
조회수 : 206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8/09 15:17:46
Image result for the hunter call of the wild

한창 오버워치를 하며 이리 뜨고 저리 빠지는 트레이서한테 에임이 한껏 꼬이다 보면, 배틀그라운드를 하며 신중하게 에임을 겨누고 있는데 어디선가 돌진해온 버기카에 척추가 90도로 접히다 보면, 어느덧 그런 생각이 들게 마련입니다.
"아 쫌. 느긋하게 내 맘대로 한발 한발 신중하게 쏠 수 있는 FPS 게임 좀 없나?"
그런 게임을 찾던 당신에게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게임. 바로 "theHunter : call of wild" 입니다.


이 게임에는 초능력을 쓰는 뮤턴트 집단도, 내 머리통을 ak47로 까부수려는 역적도당들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직 나 자신과 자연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처음으로 게임을 시작하면 우선 콘크리트에서 아둥바둥 살아가는 한국인들은 절대 맛볼 수 없는 광활한 대지가 플레이어들을 반겨줍니다. 시간에 따른 섬세한 빛 표현과 바람에 따라 너울거리는 풀과 나무들을 보고있자면 이것만으로도 이 게임을 사 보길 잘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되죠. 
굳이 사냥까지 할 거 있어? 그냥 게임 켜서 자연 감상만 해도 즐겁겠다 라는 생각에 이곳저곳 떠돌다 보니 바닥에 뭔가 반짝반짝 빛나는 표시가 있습니다.
'아아. 동물 발자국을 이런식으로 표현하나봐!' 괜히 기쁜 마음에 E키를 눌러 트래킹을 시작해 봅니다. 트래킹을 시작하면 이 발자국이 어떤 동물의 발자국인지, 성별은 무엇인지, 어느 방향으로 이동했는지도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이 놈은 사슴인 모양입니다. 이래저래 불친절한 게임이라고 들었는데 의외로 꽤 할만할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하죠.
트래커가 인도하는 방향을 따라 걷다 보니 동물의 배설물도 발견 됩니다. JUST NOW라네요. 방금 싼 물건이라는 뜻이겠죠. 조금만 더 따라가다보면 금세 이 놈의 얼굴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라이플을 부여잡고 열심히 뜁니다. 계속 이어지는 발자국을 더듬고 더듬어서 계속 뜁니다. 계속 계속 계속.


30분 후. 당신은 자연이야말로 가장 빌어먹을 나쁜놈임을 깨닫게 됩니다. 멀리서 들려오는 사슴의 웃음소리가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 개허접아' 라고 말하는 듯 하군요.

네. 이 게임은 사람이 싫어 자연을 찾아온 플레이어를 한 명의 흉포한 살육마로 훈련시키는 공포의 헌팅 시뮬레이터였던 것입니다.


사냥을 하기 위해선 첫번째로 조심해야할 게 소리, 두번째로 조심해야할 것도 소리입니다. 태어나서 본 동물이 집에서 큰 개, 고양이밖에 없었던 입장에선 야생동물 귀 밝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이건 뭐 강남역에서 기침하면 역삼역에서 도망칠 기세입니다. 저-기 시선 끝에 있는 사슴이 나뭇가지 좀 밟았다고 포르쉐급 속도로 사라지는 거 보면 드러워서 안 잡아 이자식아! 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옵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고르는 놈들이 곰 같은 덩치큰 동물입니다. 이놈들한텐 뺑소니도 당하고 죽을고비도 넘기기도 하고 그렇습니다만, 최소 이놈들은 총소리를 내기 전엔 뛰어서 따라잡을수는 있거든요. 20분-30분 정도 불꽃같이 뛰어서 곰의 증오스런 궁둥이가 보이는 거리까지 다다르면 호흡을 가다듬고 조준 후 회심의 한 방을 날립니다. 
맞았다! 사냥 끝!? 아닙니다. 운좋게 심장이나 폐 같은 부분을 맞춘다면야 즉사입니다만 어설프게 비껴 맞을 경우 지옥의 추격전이 시작됩니다. 야생동물의 생명력이란 참 경이롭다는걸 느낄 수 있죠. 피를 뚝뚝 흘리면서 거의 대륙횡단을 할 것처럼 뛰어다니거든요.


이놈들을 쫒다보면 대한민국 전래동화나 괴담에서 자주 나오는 "사냥감을 쫒다가 길을 잃은 사냥꾼이오만 하룻밤 쉬어갈 수 있을지요" 라는 멘트가 뻥이 아님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저조차도 쫒다가 맵 확인하고 깜짝깜짝 놀랄 지경이니까요. 
그렇게 뛰고 뛰어 결정타를 날리고 들어오는 경험치와 보상에 희희낙락 하고 있다 보면 멀지 않은 곳에서 또 다른 동물의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뭐?! 너도 죽고 싶어?!" 라면서 라이플을 꼬나쥐고 달리는 당신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아름다운 자연? 느긋한 플레이? 다 개나 줘버려!


이 게임은 그런 게임입니다. 지옥같은 게임이죠. 근데 이게 또 참 재밌는 지옥이예요. 어느 게임에서도 찾을 수 없었던 플레이 감각인건 정말 확실합니다. 이 글을 마치고 전 곰 두마리 더 잡고 잠들러 갈 생각입니다. 여러분께도 이 게임이 참 신선하고 즐거운 경험이길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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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불감증에 걸려서 여기저기 뒤지다가 우연히 본 스팀의 debt2bill 님의 리뷰를 보고....
출처 http://steamcommunity.com/id/d2b2d/re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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