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충, 한남충, 급식충 등등 여러 충이 들어간 혐오 표현이 있지만
맘충이 가장 많은 관점에서 이야기가 오가는 표현이고 그럴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면 대부분의 엄마들이 맘충으로 보이는 실수를 한 번씩은 꼭 하게 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흡연자 이지만 흡연충은 문제가 있다
혹은 초등학생인데 급식충은 정말 노답이다
나는 교회를 다니지만 개독은 싫다 (충은 안 들어갔지만 비슷한 개념의 표현이죠)
등의 논리가 지배적인 반면
나도 엄마지만 맘충들은 정말 문제가 있다
라는 표현보다는 해당행동들은 문제지만 맘충이라는 표현은 안 썼으면 좋겠다, 라는 의견들이 더 많이 올라옵니다.
보통 맘충으로 욕 먹는 엄마들을 보면 유아~아동기 자녀를 둔 엄마들입니다.
이 시기 엄마들은 절대적으로 손이 부족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맞벌이면 가족 중 누군가가 도와줘야 하고
외벌이 (보통 남자가 일을 하죠) 인 경우에도 아빠가 퇴근 후 도와줘도 24시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쉴 틈이 없는게 그 시기의 육아입니다.
그러다보니 정신이 없고 언제나 실수할 수 있습니다.
'아차' 싶은 순간이 한둘이 아닙니다.
특히 맘충으로 욕을 먹는 엄마들의 경우 대부분
-아이와 대중 교통 이용
-아이와 식당 이용
등인데 한마디로 아빠는 직장에 있고 친할머니/외할머니로부터 육아 도움을 받지 못 하는 상황입니다.
집에만 있자니 우울해서 견딜 수가 없고
또 아이 아빠가 집에 들어오길 기다린다 해도 외출보장이 되는 것도 아니니
혼자서 외출을 하게 되지만
정말 조심 또 조심을 하더라도 정신이 없어 실수를 하게 됩니다.
깜빡하고 마시던 음료를 버스에 놓고 내릴 수 있고
기저귀를 실수로 놓고 내릴 수 있고
물론 인터넷에 올라올 정도로 욕을 먹는 케이스들이야 대부분 정말 심각하죠
식당에서 애들 음식 무상제공 당당하게 요구나 똥기저귀를 식탁 위에서 바꾸기 등 상식을 초월한 케이스 등...
하지만 저건 실수일 수도 있는데 싶지만 맘충으로 욕 먹는 케이스가 간혹 올라오기도 하고
현실에서는 이보다도 덜한 실수들에 맘충이란 비하발언을 듣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리고 극한 육아에 몰린 부모들일 수록 성격도 예민하게 변합니다.
잠 3-4시간도 못 자고 야근+출근을 반복하는 친구들 보면 웃음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짜증도 눈에 띄게 늘어납니다.
그런데 유아기 육아는 그런 헬조선의 업무환경 보다도 강도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신경은 날카로워지고 더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고
물론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마약 연구나 업무시간과 행복도의 상관관계 등
사실 상 사람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환경에 휘둘리며 살아간다는 걸 입증해 온 수많은 연구들이 있습니다.
저는 솔직히 맘충이란 표현에 기분이 안 좋아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자신이 여유 없던 순간들이
혹은 실수했던 순간들이
누군가에게는 맘충으로 비춰지진 않았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피해갈 수 있고 떳떳할 수만 있다면 역으로 같이 비난을 해서 몸을 빼는게 사람 심리이기에
몸을 빼지 못 한다는건 찔릴 수 밖에 없다는 것
그리고 그게 찔리는 이유는 환경적인 요인에서 온다는 것
이런 상황들을 감안할 때 맘충이란 표현은 상당수의 엄마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 밖에 없고
안 쓰는게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