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난생 처음으로 119에 신고했어요.
오후 5시 반부터 엄마가 배가 갑자기 너무 아프다며 힘들어하시더라구요.
몇 번 화장실을 오가더니, 나중엔 화장실 앞에 누워서 구토와 설사를 계속 반복하셨어요.
근데 워낙 집안에 병력도 없고 건강하신 편이라 조금 있으면 나아지겠지 하고선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괜찮냐고 물어봐도 쫌 있으면 괜찮아질 것 같다고, 토하니까 진정될꺼라고 하셔서 그런 줄만 알았죠.
그런데 구토&설사&복통이 저녁 8시가 넘도록 멈추질 않으시더라구요.
상태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여서 중간중간 병원 갈래? 병원 가자 해도 괜찮다며 조금 있으면 나아질거라며...
아픈게 가라앉기는 커녕 더 아파하고 저도 더이상 보고 있기 힘들어서 119에 전화를 걸어 구급차를 요청했어요.
두시간 전 쯤부터 엄마가 복통설사구토가 멈추질 않아서 구급차 좀 보내주시길 부탁드린다구요.
전화하는 와중에도 엄마는 안 가겠다며 뭐라했는데 그냥 무시하고는 불렀습니다.
전화하면서 바로 문자가 오더라구요. 맨 위의 문자메시지가요.
그리고 경기도재난안전본부(031-119) 번호로도 문자가 왔는데 신고내용정보가 담긴 웹사이트 링크도 같이 보내주셨더라구요.
이건 나중에 병원에 도착해서 확인해서 이미 종결된 내용이라며 상세 내용은 못 봤지만요.
무튼 그렇게 구급차를 요청하고 나니 그렇게 안 가도 된다 말씀하셨던 엄마는 입으로는 뭐하려병원가귀찮게 하면서 옷을 갈아입으셨습니다.
누가 보면 마치 출근하는 줄....
그 사이에 저도 간단하게 짐 챙기고 있으려니 바깥에서 빨간 불빛이 보이더라고요.
구급차가 도착한 거였죠.
집에서 계속 누워만 있던 엄마여서 들것 가져오시면 그거에 누워서 가라며 했지만 그냥 걸어내려가셨어요.
4.5층짜리 빌라에 2.5층에 살고 있어요.
걸어 내려가니 구급대원분들께서 옆 건물로 가시는게 보이길래, 여기 환자 내려 왔다고;; 불렀습니다.
그 와중에 엄마는 걸으니까 괜찮네, 병원 안 가도 될거 같네 하시길래 됐다고 병원 가자고 했어요.
그렇게 구급차에 타서 환자 침대에 눕더니 또 갑자기 배가 막 아프다고 계속 아파하면서 병원까지 갔습니다.
인적사항, 아픈 상황에 대해서 물어보시고 대답해 드리면서, 어느 병원으로 가고 싶으냐 물어보시길래 집에서 가까운 대학병원 말씀드렸어요.
길이 좁아서 차가 많이 흔들리기도 했고, 차 많은 도로로 갈 때는 삐용삐용 사이렌 켜주시면서 가서 정말 빠르게 신속하게 응급실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려요.
응급실에 도착해서 전 접수하느라 앞에서 정신없고 끝난 후에는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서 멍때리다가 제대로 구급대원분들께 인사를 드리지 못했어요.
엄마를 모셔다 드리고 빈 들것을 구급차로 다시 가져가시는 구급대원이 제 앞을 지날 때도 어정쩡하게 쳐다보다가, 응급실 출입문이 닫히는 사이로 다시 한 번 구급대원분과 눈 마주쳐서 간단하게 목례로 인사드렸습니다.
그리고, 다른 구급대원이 엄마의 상태를 병원에 마저 말씀드리고 되돌아가시는 길에 또 제 앞을 지나가셨는데, 그때는 그나마 바로 앞에서 인사 드릴 수 있었어요.
119에 신고하고 2-3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바로 도착해주시고,
원활치 않은 도로 사정에도 환자 최우선으로 병원에 데려다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정말 제대로 인사 드렸어야 했는데, 후회 막급이에요.
후에 119 신고할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혹여나 그럴 일이 생긴다면 그땐 제대로 감사인사드리고 싶습니다!
다시 한 번 119 구급대원님, 소방대원님들의 처우개선을 바라며 부족한 글 마치겠습니다!
여담으로,
다행이게도 엄마의 상황은 가벼운 위장염이었고, 그런 것 치고는 설사와 구토와 복통이 심했던 거였어요.
병원에서 수액+진통제+약 처방받고 2시간 반 정도 지난 후인 11시 즈음에 퇴원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빨리 도착하셨는데, 소방서와 집이 걸어서도 1-2분 거리인 정말 가까운 곳이라(한 골목 앞) 그 덕도 톡톡히 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