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좋아하는 여자분을 카톡에서 차단했습니다. 아직도 홧김인지, 신중하게 결정한 일인지 실감이 안 나는데, 비극적이네요. 허허...
그... 아마 한 1년쯤 전일 겁니다. 학원 같은 반에서 만났는데, 정말 예쁜 애들이 많은 반이었습니다. 근데, 그 중에 좀 작고 귀엽게 생긴 아이가 있었는데.. 계속 눈길이 가고, 그러더니, 결국은 하루에 반나절은 머리에 계속 그 아이 생각만 났습니다.
근데 뭐, 제가 그런다고 뭐 하늘에서 큐피드라도 뚝 떨어지나요. 그냥 저만 계속 좋아했죠. 더군다나 전 낯을 엄청 가리고 여자 앞에 서면 특히 벙어리가 되어버리거든요. 게다가 그 아이는 오히려 사교적인 편이어서 속으로 비교도 많이 됐고요. 뭐 당연히 남자친구도 있겠지 싶어서...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카톡 알림에 그 아이의 얼굴이 뜨는 겁니다. 뭐 단톡방에서 또 자기들끼리 신나게 얘기하겠지 싶어서 알림도 지울 겸 친구색기들한테 술이나 쳐마시자 (성인입니당)하려고 들어갔더니, 아뿔싸. 그 아이가 개인톡을 보내왔더군요.
...뭐 사실 과제 물어보는 톡이었는데 너무 좋더라구요. 걔도 날 알고 있었구나. 싶어서요 그래서 한 다섯 마디... 나눴으려나요? 뭐 걔도 관심 없는 남자아이가 늦은 시간까지 꼬치꼬치 캐물으면 귀찮을 것같고 그래서 제가 먼저 끊었죠. 기분이 날아갈 것 같더라구요. 말투도 너무 귀엽고.. 으어어어
그 뒤로 꽤 친해진 것같아요. 선톡도 해보고, 서로 쓸데없는 얘기도 해보고, 너무 좋았어요.
근데 사람이요. 욕심이 생기더라구요. 이야기를 더 하면 할 수록 조금만 더 가까운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고, 더 친해졌으면 좋겠고 이런 기분이 자꾸 드는 겁니다.
그래서였을까요. 그 아이가 다른 오빠와의 얘기를 저에게 하는데, 뭔가, 기분이 착, 하고 가라앉는 기분.
현실을 보게 된 거죠. 모솔에다가 그 흔한 여사친 없어서 빌빌대는 나와는 다른 세상에서 그녀는 살고 있다고.
그때부터 화나더라구요. 답장 시간에 집착하게 되고, 그녀의 행동에 신경 쓰게 되고, 뭐 그걸 앞에서 티내진 않았다만.
그리고 한달 전 쯤엔가, 의미심장한 상태메시지가 뜨고, 저는 그 여자애가 남친이 생겼구나.. 싶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진짜 생겼을 거에요.
그렇게 멍하니 한 달을 자괴감과 허무함에 빠져있다가.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나를 의식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렇습니다. 늘 저만 아파하고 설레하고 북치고 장구쳤지 그녀는 제게 관심을 둔 적이 없었습니다.
남자친구가 진짜로 생겼든 아니든, 그 자리가 제 것이 되진 않을 거 아닙니까. 저와 아무리 이야기를 하고 카톡을 해도 그녀의 마음 속엔 제가 없을 거 아닙니까.
결국 고뇌 끝에 카톡에서 그녀를 차단했습니다.
사실 아직도 잊진 못했습니다. 근데 뭐, 제가 잊든 잊지 못했든 달라질 게 있겠습니까.
저는 병신이었습니다. 결국 진전된 게 아무 것도 없네요. 아파한 기억만 남고 남은 게 없습니다.
짝사랑도 진짜 용기 있고 매력 있는 사람이 해야 되나 봅니다. 저는 그러지를 못했습니다.
...지금까지 제 횡설수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은 저같은 병신이 아니기 때문에... 짝사랑이 이뤄지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