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휴가' 가 5.18 내부인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면
'택시운전사'는 5.18 외부인의 이야기를 다루었죠.
게다가 그 중에서도 독재에 대항하는 세력을 폄하하던 땡전뉴스의 가장 큰 희생양인 소시민 택시기사와
취재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광주로 향한 위르겐 힌터페츠씨를 대비시켜 보여주면서
한 사건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이 어떻게 나뉠 수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만섭은 아무것도 몰랐죠. 하지만 그 때 그 당시 광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우리 모두도 몰랐습니다.
그렇기에 그 참상을 목격한 만섭의 마음은 움직이죠. 올바른 사람이라면 그 때 그 상황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느낄 겁니다.
마지막에 엄태구씨가 분한 군인이 서울 택시 번호판을 보고도 그냥 보내준 실화 기반의 연출은 의식 있는 사람이라면
직접 표현하지는 못할 지언정 내심 이게 잘못되었다는 건 확실히 느끼고 있다는 거죠. 그저 총칼이 무서워서 겉으로 말하지 못 할 뿐..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택시운전사는 그 때 그 참상을 몰랐던 우리들을 어루만져주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화려한 휴가'가 우리를 잊지 말아달라는 그 분들의 심정을 절절하게 전해주는 영화라면,
'택시운전사'에서는 누구나 알게 된다면 비탄을 금치 못할 잔혹한 사실을 알게 된 우리의 심정을 만섭을 대신해 보여준 겁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외부인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하는 만섭처럼, 광주에서 벌어졌던 만행을 우리가 알았다면
분명 만섭처럼 행동했을 거라는 감성을 너무나도 당연한 듯이 전달해주죠.
그리고 이후 5.18의 진상이 위르겐 힌터페츠씨를 통해 밝혀지면서 이 말은 사실이 되었습니다.
아무튼 좋은 영화였습니다.
아쉬운 부분도 많지만(그 놈의 추격..) 5.18의 참상을 알게 된 외부인의 마음 하나는 탁월하게 잘 나타낸 영화.
서울 번호판을 눈감아주는 군인 장면 하나를 통해 관객 모두를 사로잡은 영화.
마지막으로 전두환 회고록이 판매 중지된 것을 격렬하게 환영하고 싶어지는 영화.
택시운전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