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현직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게시물ID : menbung_513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glotimb
추천 : 4
조회수 : 56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8/06 16:16:45
옵션
  • 창작글
  • 본인삭제금지
  • 외부펌금지
다양한 게시판들의 글과 뉴스, 그 글들의 댓글들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입니다. 게시판을 잘 찾았길 바랍니다.
그 동안 오유에 고양이 사진들을 보느라 기웃거렸는데 현직 교사의 입장에서 공포감에 멘붕게에 글을 적습니다.
많은 분들의 돌을 맞을 것이 걱정되지만 그래도 한 번 적어보겠습니다.

오유 이외의 게시판들도 여러모로 읽어보고 이번 사건에 대해 느낀 점은 남성혐오에 대한 반대와 집단 이기주의에 기인한 시민들의 분노로 느껴집니다.
변명은 아니지만 저는 20명 내외의 전교생이 다니는 바닷가 마을의 초등학교 남자 담임교사입니다. 
30명의 아이를 11명의 교사(장감포함)들이 가르치고 있죠. 학생수에 비해 많아보이시겠지만 교장교감 2명, 1~6학년 담임교사 6명, 특수반 담임교사 1명, 전담 1명, 영양교사 1명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큰 학교에서 부장교사들이 하는 일들을 일반 교사들이 1~2개씩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환경에 대해 말씀드리면 5평내외의 조그만한 관사에 살고 있고(부엌1, 화장실1에 방은 침대를 놓으면 절반이 다 찹니다.ㅎㅎ) 
은행은 우체국 농협, 마트는 작은 하나로 마트, 치킨을 시켜먹으려면 면단위에 가게가 하나뿐이라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하는 동네입니다.

사실 많은 분들이 비판하는 부분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우리 학교 여자 선생님들은 아주 잘 해내고 계십니다. 시골지역이라서 힘들어 하시기도 하지만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시고 남자, 여자 구분없이 모든 일이든지 함께 합니다. 고시 준비생들의 걱정은 현실을 잘 모르는데서 오는 거지, 사실 누구나 오면 잘 해낼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번에 국민들의 공분을 샀던 섬지역 관사 성폭행 관련일이 일어났을 때는 이 지역의 젊은 여자 교사들이라면 누구나 걱정 했을 것입니다.(그만큼 충격적인 사건이었죠. 실제로 저희 학교도 관사에서 생활하게 되어 있는 지라 신규 남자교사가 배정되어서 선생님들이 안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도 씩씩하고 웃는 모습으로 학교 생활하고 계십니다.

제 상황이 사실 많은 분들이 지적하는 서울교대 고시 준비생들의 논점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남일이다 하고 신경끌 수도 있습니다.
인구 절벽의 현실에서 학생수가 줄어들어 학급수가 줄어드니 교사의 수가 점점 줄어야하는 것도 인정합니다.
오히려 이미 기성 교사들의 경우는 교사의 수를 줄여야하는 상황에서 젊은 신규교사가 많이 들어오는 것은
미래에 일어날 경쟁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커질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교육 방식과 사고를 가진 젊은 사람들이 더 큰 경쟁력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요.

그럼에도 제가 지금 현재 상황에 시민들의 분노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분노의 대상이 초등교사 전체로 번지는 모습을 보면서 입니다.
초등교사의 직업관과 도덕성에 대하여 이미 스스로 그것들을 버렸다고 말하고, 그저 자신들 밥그릇이나 챙기는 집단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런점이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는게 뉴스와 기사에서는 못난 교사들만 소개되어 있어서 교사인 입장에서 저도 속상한 면이 있습니다.

이른바 철밥통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안달난 모습들 꼴사나워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밥통이 저와 우리 가족 먹고사는 문제입니다. 매달릴 수밖에 없죠. 교사 사회내에서도 이미 가까운 미래에 우리 밥그릇은 철밥통도 아니고, 밥그릇도 점점 작아질 거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교육의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교사사회 내부에서도 나온지는 꽤 오래전일이죠. 남의 밥그릇을 빼앗자고 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우리도 먹고사는 문제가 있으니 지키자고 하는 것입니다.

혁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이어 적습니다. 현장에서는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아이들을 위해서 노력하는 선생님들도 많이 계십니다. 적어도 제 주변에는 그런 선생님들만 있습니다.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서 수시로 회의를 하고 새로운 교육과 그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 이른바 혁신을 위해서 기존의 관행들을 부수고 스스로 변화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선생님들도 많습니다. 이런 교사들을, 공교육의 변화를 믿어주시면 어떨까 합니다.

제 고민은 이런 겁니다.
왜 이번 사건의 분노가 초등교사로 까지 번지게 되었을까요?
초등교사들이 사회적 정의를 해치는 어떤 행동을 해서 우리는 이렇게 지탄받고 있는걸까요?
초등교사를 향한 분노들이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요?
초등교사를 향한 분노가 사회적 정의를 구현할 수 있을까요?

중등교사분들이 비슷하겠지만 우리나라에 교사를 믿어주는 집단이 얼마나 있을까요?
학생에게 욕먹고, 맞고, 학부모에게 욕먹고, 상사에게 욕먹고, 언론과 여론, 시민사회 어디도 교사를 믿어주는 곳이 없어보입니다.
저는 이 사건에 대해서 시민분들의 분노가 정의를 위한 비판을 넘어서 사회 구성원간의 혐오가 되어가는 것이 우려됩니다.
교사들의 잘못된 행동과 태도에 대해 비판하고 변화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은 옳습니다. 하지만 교사집단 전체에 대해 사회적 분노가
응축되어 향한다는 것, 시민들끼리 서로를 미워하고 분열되어 간다는 점에서 앞으로 한국 사회와 공교육을 발전 및 개혁에 정말 도움이
되는 것일지 고민해보는 기회로 승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직접 적은 글입니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