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엔 큰 고래가있다. 그 고래는 다른 고래들처럼 아주 크고 미끈했으며 그의 등 빛깔은 여타 고래들보다 더 푸르게 빛났다. 수족관에 거울은 없지만 고래는 잘 알고 있다. 그는 푸른빛과 깊고 푸른바다를 가로지를 능력이 있다는 것을. 하지만 수족관은 이 멋진 큰 고래를 담아두기엔 너무 좁았다. 그리고 그 수족관의 한쪽 구석에는 다른 멋진 곳으로 통하리라고 생각되는 작은 통로가 하나 있는데 고래가 지나가려면 가죽을 짓이기는 고통과 인내심만이 통과가능하게 할 것처럼 보인다. 아니 사실 노력으로 지나갈 수 있는지도 불확실하다. 고래는 수족관 안에서 빙글빙글돌며, 위아래로 헤엄을 치며 작은 통로를 자꾸 의식한다. 이 수족관에서 고래가 의식하는 건 두 가지이다. 하나는 아까 그 불확실의 문과 수족관을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이다. 이 큰 고래의 매력인 고유의 멋진 푸른빛과 함께 그 생명체가 ‘고래’라는 본인들과 다른 포유류를 구경하는 것이 그들이 수족관을 찾는 이유일 것이다. 그 사실은 고래도 잘 알고있었다. 이 수족관은 바닥부터 벽까지 딥블루로 도배되어있다. 예쁜 푸른고래에게 파란색 바닥과 파란 벽은 그야말로 내가 이 수족관의 주인공이며, 그 자체라고 말하는 듯 하다. 이 수족관에서 파란색이 아닌 것은 아까 언급했던 작은 통로이다. 그 곳으로 들어가는 통로의 색은 노란색인데 파란 고래에게 노란색 통로는 자꾸 신경쓰이고 무언가를 끝없이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사실 이 고래는 아주 어린 새끼때부터 수족관에 있었다. 그 때는 충분히 통과할 수 있을만큼 몸집이 작았지만 자신을 보러오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받는 애정도 벅찬 그런 시절이었다. 작은 푸른 고래에게 노란색의 통로는 처음부터 그냥 거기 존재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지금 고래는 생각한다. 저 노란 통로 넘어에는 뭐가 있을까? 내가 저길 통과할 수 있을까? 만약 내가 지금 다 큰 고래가 아니라면 지금이 기회일 수도 있지 않을까? 복잡한 생각속에 고래는 늘 그래왔듯이 빙글빙글돌며, 위아래로 헤엄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