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가까이 사귀어온 여자친구에게서 그저께 헤어지고 싶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아직 헤어진건 아니고 이별 준비기간(?) 정도라고 생각해야겠죠
나는 내가 할수 있는 모든것을 해주었고, 나이도 나이니만큼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자친구는 제 맘이랑은 달랐나봅니다.
왜 헤어지고 싶냐고 물었는데
처음 사귈때 장점으로 보였던 것들이 단점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나이차이가 5살 차이가 나는 어린여자친구여서 저에게 세대차이를 많이 느낄 것 같아서
그렇지 않도록 많이 노력했다고 생각합니다.
여자친구는 처음에는 그게 좋았는데, 지금은 그게 제가 5살이 많은데도 같이 다니면
동생 데리고 다니는 것 같다고 싫다고 하네요.
제 원래 성격은 그냥 말 별로 없고 조용하고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입니다.
뭐 33년을 경상도에서만 살았으니 그럴수 밖에 없겠죠
그래도 여자친구를 위해서 밝게 지내고 말도 많이 하고 했습니다.
옷 입는 스타일마저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바꿨구요.
2년간 존댓말을 꾸준히 해온 것도 반말을 하면 괜히 더 싸우게 될까봐, 무의식적으로 무시하는 발언을 하게 될까봐,
더 존중하고 싶어서 존댓말을 해왔습니다.
부족한 형편에 여자친구가 가고 싶어해서 같이 해외여행도 두번 정도 갔다왔습니다.
믈론 비용은 제가 다 낸건 아니고 6:4정도로? 쓴것 같습니다.
처음 한번은 한번도 해보지 않은 해외여행이라 경험이라 생각하고 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두번째로 넘어가다 보니 살짝 부담이 오는 면도 없잖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자친구가 가고 싶어하는데 같이 가는게 당연하다 생각하여 갔습니다.
전 부산에서 살다가 일떄문에 울산에 올라와서 혼자 자취한지 6년정도 되갑니다.
하지만 모아둔 돈은 별로 없고, 나이는 자꾸 차오르고 있는데
해외여행을 해도 될때인가 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도 여자친구와 결혼까지 생각하고 평소에도 한번씩 결혼에 관해서 얘기도 자주 하고 했었습니다.
결혼해서 애는 아들이 좋냐 딸이 좋냐는 그런 얘기도 많이 하고 했었습니다.
그래서 전 당연히 여자친구도 나랑 결혼을 생각하고 있겠구나 라고 생각했었죠.
그저께 헤어지면서 하는 말이
오빠는 나한테 너무 잘해주는데 나는 자꾸 안좋았던 것들만 보게 된다고
제가 고치겠다고 했는데, 그러다 나중에 더 많이 실망할까봐 그게 무섭대요.
제가 비정규직 일을 하다가 2주 전쯤에 계약이 끝나서 현재는 백수인 상태입니다.
여자친구도 올해 초쯤에 일하던 직장을 그만두고 현재까지 단기알바 같은것을 간간히 하면서
지내고 있는 상황이구요
울산에 일때문에 올라와서 6년동안 제대로 쉬어보지도 못하고 계속 일만 해왔던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퇴직금도 제법 많이 나오고 실업급여도 나오고 해서 몇달간 휴식 겸 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여자친구는 저한테 직장을 빨리 구하는게 좋겠다라는 말을 하네요
올해 안에 안정된 직장에 못들어가면 올해 연말에 헤어지자고 할려고 했다고...
여자친구 아버님은 대기업 직영 반장을 하고 계셔서 집도 저희집보다 훨씬 잘삽니다.
그래서 여자친구의 눈에는 어떤 직장이 안정된 직장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 이틀이 지났는데 아직까지 그냥 믿기지 않고 그냥 멍하기만 하네요
모든것을 다 퍼주었고 모든것을 다 맞춰주었는데
여기서 끝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더이상 뭘 어떻게 해줘야 될지도 모르겠고요...
그래도 2년동안 행복했습니다.
제 집에는 여자친구와의 추억들이 한가득 쌓여있는데, 이것들을 어떻게 해야할지...
여자친구가 선물해준 물건들을 보면 아직도 그때 생각들이 많이 나네요
저도 마음의 정리를 해야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