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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고생이 대학 가려는 이유.
게시물ID : sisa_9730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지발돈쫌
추천 : 16
조회수 : 109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8/03 00:19:02
최저임금 액수 논란보다 더 중요한건 공정한 댓가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규정하는 것이다. 이게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계속 대립만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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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방송] 공고생이 대학 가려는 이유.

"왜 공고 나와서도 대학을 가려할까요?"

고용노동부 신출내기 공무원이 술자리에서 이런 질문을 하더군요.
아득했습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바늘귀를 통과해서 공무원이 된 그가 기껏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장황하게 답을 해주었습니다.

공돌이는 사람 취급을 못받기 때문입니다.
노동분야에서 거의 노예와 다름없죠. 임금, 노동시간, 노동환경, 복지, 인간적 처우 모두 열악하니까요.

강아지나 송아지나 대학가려 기를 쓴다고 타박할 일이 아닙니다. 공장에 사람이 없어서 외노자를 들이는 형편인데도 젊은이들이 힘든 일을 하려 하지 않는다고 혀를 찰 일이 아닙니다. 아이큐도 안되는 아이들 인서울대 시키겠다고 사교육비 펑펑 붓느라 부모가 등골휘고 국가적으로 재화낭비가 크다며 비웃을 일이 아닙니다.

구청 환경미화원이라는 더럽고 힘든 일에 석사출신이나 가녀린 여성들까지 응시할 정도로 경쟁율이 높은 것을 보면, 젊은이들이 공장에 가지 않으려 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바로 더럽고 힘든 일을 안하려는게 아니라 "안정된 고용과 임금이 보장되는 직업"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든 근로기준법을 어겨가며 노동자를 사람취급하지 않는 공장보다는 구청환경과에서 일하는게 천국이다 이겁니다.

특성화고를 나오고서도 대학 학력을 요구받고, 고졸은 취업과 결혼에서 배제를 당하는 이유는 결국 사람들이 인식을 그렇게 하도록 국가시스템이 생겨먹어서입니다.

정치, 경제, 교육, 외교, 노동, 복지는 모두 한몸입니다.

어떤 경제를 할 것이냐를 정하는 게 정치이고, 어떤 교육을 할 것이냐는 어떤 정치와 경제를 취했느냐에 달렸고, 외교와 국방은 정치와 경제의 신념을 국가 밖으로 어필하는 도구이고, 노동과 복지는 경제와 교육을, 경제와 교육은 노동과 복지를 결정짓지요. 

결국 노동과 복지는 정치테마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결정짓는 요소인 셈인데, 한국은 그동안 노동과 복지를 빨갱이의 관념으로 매도하며 정치와 경제 담론에서 배제를 하고 거론도 못하게 위협했죠. (학림사건, 부림사건의 본질은 여기에 있습니다)

무엇을 손대든 간에 다른 것들이 영향을 받고 심지어 정치=경제, 정치=외교=경제인데 말이죠.

고용노동부는 정치적으로 결정된 경제정책 중 인적관리를 어떻게 구현해 낼 것인가를 고민하는 부처인 것만이 아니라, 어떤 인재를 만들어낼 것인가를 결정하여 교육에 요구하고 피드백을 하는 부처이기도 합니다.

고용노동부에서 아무리 HRD정책을 기가 막히게 만들어 낸들, 선진국의 노동정책이나 인적자원관리 정책을 아무리 연구해 본들 소용이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정치논리와 경제논리가 배제된 고용과 노동정책은 공허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성장에 한계가 오고 퇴보하는 이유는 성장의 주축인 노동자들이 "왜 나만 이 고생을 해야 해?"라고 자각하고, 생각을 표출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불공정한 시스템에 의한 약진(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급성장)이 이미 끝났다는 뜻입니다. 

모 대선후보가 "노조 때문에 한국이 망했다"고 한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왜 내 주먹을 못피했어?"라며 적반하장을 하는 격입니다.
산업역군이라 치켜 세우며 애국심에 호소하면서 권리를 짓밟는게 먹혀들어가던 시대는 IMF 관리체제와 함께 종말을 고했는데도, 국가시스템은 오히려 고용과 노동분야가 더 퇴보를 해버렸습니다. IMF의 노동유연성 강화라는 그 빌어먹을 요구에 김대중 좌빨정권(반어법)이 굴복했기 때문인거죠.
(진보계열 정당이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씹어대는 이유도 여기에 있죠.)

"왜 나만 이 고생을 해야 해?"라는 물음에 진지하게 답변을 하는 대신 "넌 개돼지니까"라고 교육정책을 기획하는 관료, 즉 정부가 답했기 때문입니다.

고용노동부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는 답이 나옵니다. 그런데 그게 실행하기는 불가능해 보입니다. 결국 답이 없어 보입니다.

답은, 그동안 좌익빨갱이라 매도했던 관념들을 진지하게 고찰하고 교육해야 도출이 가능합니다.
이것들은 사실 좌익도 우익도 아니고 정의냐 불의냐에 속하는 문제였는데, 정부와 (대)기업과 언론이 불안감을 조성하여 사람들이 생각도 하지 않도록 몰아간 것이거든요.

이제 왜 헬조선, 헬조선 하는지 이유를 아시겠나요?
왜 공고생들이 대학에 가려 하는지 아시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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