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연아. 나의 삶에 공존하고 있는, 나의 파와 살을 가지고 있는 나의 딸아.
훗날 이 일기장을 보게 된다면 이 말을 꼭 간직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아빠와 엄마가 TV를 보고 있을때 그 앞을 막고서서 애교를 부리는 모습에 한껏 웃었단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 모습을 잃지 말아라.
어른이 되면, 우리는 누군가의 삶 앞에 서서 그 사람을 바라보는 것을 두려워 한단다.
그 주위를 서성이거나, 시선을 피하면서 누군가가 자신에게 관심을 갖거나 사랑을 표현하길 바란다.
하지만 사랑은 그렇지 않단다.
사랑은, 맹렬하게 그 사람 앞에 서서 그 사람의 삶을 바라보고 그 사람의 관심과 열정을 갈구하는 것이다.
그것이 부끄러워 지고 두려워지는 순간. 그 것은 사랑이 아닌 것이 되는것이다.
우리가 너의 그 모습을 보고 한껏 웃었던 것 처럼. 그 사람에게 온 힘을 다하여 사랑을 표현해라.
그리고 그 사람도 너의 삶에서 너의 사랑을 원한다면 받은 만큼 돌려주면 된단다.
수연아. 지금처럼 쉬지 말고 계속 움직이길 바란다.
네가 가득한 호기심으로 세상의 첫 사물들을 향해 달음질 치는 것을 보며 나도 내 삶을 반성하게 된다.
나이가 들면 움직이는 것보다 앉는 시간이 길어지며, 그렇다는 것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의 빛이 그만큼 지나간다는 것이다.
그러니 더이상 호기심이 없는 공간에 머물면 여행을 떠나고, 더 멀리 쉼없이 삶을 새로운 곳으로 인도하길 바란단다.
질문하는 것을 지금처럼 하길 바란다.
네가 이해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 두려워하거나 침묵하지 말아라
상대가 부모라 해도, 선생이라 해도, 결코 그 모든 의문을 멈추지 말아라.
"왜?, "뭔데?"라는 질문이 사라지는 순간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너를 그저 사회의 한 부속품으로 여길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스스로 행복을 찾아 갈 용기를 잃게 된단다.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길 바란다.
10분동안 만이라도 온전히 너에게 집중할 수 다는 것은 현명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의 힘이 큰 사람은 세상을 이해하고, 그 이해의 힘은,
새벽의 무거운 공기와 침묵속에서, 그 소리를 뚫고 나오는 새들의 지저귐에서, 빗소리와, 밤을 밀고 나오는 여명의 시간속에 숨어 있단다.
그 것을 즐기고 너에게 집중할 수 있는 그 시간은 너를 치유시키고 성장시킬 수 있는 시간이라 믿는다.
수연아.
널 보고 있으면 넌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고, 아름답고, 열정적이며 차분하다는 것을 알게 된단다.
혹시나 너에게 남겨 놓은 이 담부들을 볼 때 그렇게 하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꼭 잊지 않고 실천하길 바란단다.
2013. 봄과 겨울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