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쯤 전에 자전거 여행을 했습니다.
서울-횡성-강릉-영덕-부산-마산-순천-보성-해남 을 돌고 제주도 1회전 하는 15일간의 일정 이었죠.
때는 제주도에 있는 여미지 식물원 앞에서 들어갈까 말까 고민을 하고 있던 차였습니다.
여미지식물원이 워낙에 유명해서 그런지 외국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왔더라고요.
그 중 저 멀리 관광버스에서 내리는 일행중에 독일 깃발이 있는게 보였습니다.
고등학교때 제2외국어로 독일어를 배웠던 저는
지구 반댓쪽 독일사람들이 대한민국까지 관광 왔다는것에 너무 반가웠던 나머지
저 멀리있는 독일 사람들을 보고
'ich liebe dich!!'
라는 말을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병신이 쑈하네 하고 한귀로 듣고 흘릴 줄 알았는데
독일 일행중 깃발을 들고 있는 키가 매우 큰 독일 남자분이 제 말을 들었는지
깃발을 든 체로 반짝이는 눈을 하면서 저에게 뛰어왔습니다.
그냥 한 말인데...
아는 독일어는 아까 한게 전부인데
독일어로 뭐라도 물어보면 어쩌냐,
졸라 당황해서 어찌 할줄 모르고 서 있는데,
헐래벌떡 뛰어온 그 독일 남자분이 제 앞에 다가와서는
'독일말 할 줄 알아요??'
라고 매우 유창한 한국말을 하고는 웃고 일행쪽으로 다시 뛰어서 돌아 갔습니다.
그 때는 졸라 당황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한국와서 독일어 들은것에 대한 반가움 + 자기도 한국말 할 줄 아는거 자랑하고 간거인듯 하네요.
써놓고 보니 재미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