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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 딸 가출짐싼 글을 보고 또 어머니의 마음을 하나 알아가네요.
게시물ID : menbung_510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LOAH
추천 : 12
조회수 : 707회
댓글수 : 23개
등록시간 : 2017/07/31 22: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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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 딸래미 가출한다고 짐쌈" 글 주소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bestofbest&no=353898&s_no=353898&kind=bestofbest_sort&page=1&o_table=menbung



6살즈음 아파트 단지로 이사를 오고서 엄마, 아빠, 오빠, 저, 네명이서 지냈어요.

부모님은 제가 6살부터 중3때까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상관없이 잘못을 했을 때마다 쫒아내셨어요.

쫒겨날때마다 
"이 옷은 내가 사준 옷이니 벗고 나가라"
"이 신발도 내가 사준 신발이니 신지마라"
"안경도 벗어놓고 나가라"

한번은 눈이 한가득 쌓인 날에 내복에 맨발차림으로 쫒겨났는데 너무 추워서 윗집문을 두드린적도 있었어요.

다른 집에 내복만 입혀서 쫒아냈다는게 알려졌다고 생각하니 조금 창피하셨는지, 그 이후에는 옷은 벗고 가라는 말을 안하셨어요.

그래도 여전히 잘못을 할때마다 쫒아내셔서 항상 아파트 복도에 있는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 문을 열어줄때까지 기다리다가 집에 들어갔었죠.


쫒아내는걸 그만두신 계기는 아마 중3이었던 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파트 복도계단을 벗어나서 그러신거 같아요.

'집앞에서 또 기다리지말고 친구집에 가서 자자' 생각을 하고선 제 고정석을 떠나 무작정 나섰어요.

아파트 단지 내에 일정 거리마다 일반전화기가 비치되어있었거든요. 

단지내에 있는 연락처로는 공짜로 연락이 가능해서 친구집에 전화를 걸어 자러가도 되냐고 하니 안될거 같다고 해서 조금 좌절했지만

그럼 놀이터에서 아침까지 시간을 떼우거나, 거기서 잠을 자야겠다는 생각에 근처 공원으로 출발했어요.

근데 뒤에서 누가 손목을 확 잡아당기기에 쳐다보니 오빠가 와서 집에 가자고 하더군요.

아, 오늘밤도 그냥 집에서 잠잘수 있겠다. 싶어서 별말 안하고 따라들어갔죠.

집에 들어온 저를 보고도 별말 안하시기에 저도 아무말도 안하고 그냥 방에 들어가 잠들었는데,

그 이후에는 쫒아내신 적이 없었던 걸로 보아 제가 복도계단을 떠난게 많이 놀라우셨나봐요.


오빠 얘기가 나왔으니 오빠 얘기도 한번 해볼게요.

오빠는 단 한번도 쫒겨난 적이 없어요.

그럴만 한게 제가 고집이 세서, 잘못했다는 말도 잘 안하고, 말도 툴툴대면서 예의없게 굴었거든요.

고등학생때 엄마한테 툴툴거리는 시비조로 말을 붙였다가 옆에서 오빠가 "넌 왜 엄마한테 말을 그렇게 하냐"라고 들었는데,

그때 왠지 모르게 '아, 내가 엄마에게 항상 고운말을 못하는 이유가 오빠때문이구나'하고 느꼈어요.


저랑 오빠는 3살 차이가 나요.

저의 고등학생 3년간 오빠는 대학생, 혹은 군인으로 가족과 함께 있지 않았어요.

고1때 한번은 너무 치킨이 먹고 싶어 엄마에게 오늘 저녁에는 치킨 먹으면 안돼? 라고 물었더니 버럭 화를 내셨어요.

"너는 니 오빠가 서울에서 공부하는데 치킨이 목구멍에 넘어가냐?"

그 후로 2년간 오빠가 부모님집으로 내려올때가 아니면 3식구만의 외식은 거의 전무했죠.

그리고 오빠는 내려올때마다 치킨 한박스와 큰 맥주 페트병(OB?)을 사가지고 와서는 혼자 방에서 먹더라구요.

한조각도 안남기고 혼자서 그냥. 전부.


그리고 제가 고3때 오빠는 휴학을 하고 군대에 갔습니다.

2년동안 먹어보지 못한 치킨이 떠올라 또 엄마에게 오늘 치킨 시켜먹으면 안돼? 하고 물었어요.

2년전에 들은 말을 토씨하나 안틀리고 똑같이 말하며 화내시더라구요.

"너는 니 오빠가 군대에서 고생하는데 치킨이 목구멍에 넘어가냐?"


그 이후로 지금까지도, 저는 부모님집에서 절대로 치킨 시켜먹자는 얘기도 안하고, 치킨을 시켜서 같이 먹을 생각도 안해요.

저말이 너무 상처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혼자 먹거나, 친구랑 먹었어요.


설거지를 시켜도 오빠를 먼저 시키지도 않고 "넌 여자잖아! 니 오빠는 시켜도 잘 안하잖아!" 하시고..

오빠보다 제가 어리다보니 학교도 일찍 마쳐 돌아와 혼자 있으면서 

배가 고프면 엄마가 사놓은 과자 하나가 먹고싶어서 과자 한봉지를 다 먹고나면 

과자봉지를 어떻게 숨겨야 할지 항상 고민했어요. 혼내셨거든요.

과자를 많이 먹으면 이가 썩으니까? 가족과 나눠먹지 않았으니까? 

아니요. 허락받지 않아서 혼났어요.

하도 혼나니까 초5때부터 먹고싶으면 엄마한테 재깍재깍 전화해서 "이거 먹어도 돼? 저거 먹어도 돼?" 항상 허락을 받았는데,

중2때 저한테 엄마가 짜증을 내시면서 왜 자꾸 그런거 물어보느냐 하시더라구요.

지금 그때의 저로 돌아간다면 "허락 안받고 먹으면 화내잖아. 혼내잖아"라고 말했을 텐데,

소심해서는 또 우물우물 거리며 알겠다고 했지만, 그래도 <허락받기>는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 쭉 이어졌죠.




항상 마음속에 응어리가 있었고, 터지지 못한 분노가 가슴속에 있었어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툴툴거리는 말로 분노가 표출된게 아닐까 싶네요.

제 유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엄마는 제게 항상 싫은 존재였고, 엄마도 날 싫어한다고 생각했어요.

죽고싶다는 생각도 수도없이 들었고 문고리에 목을 매달아보겠다고 혼자 구상한 적도 있었구요.






쓰다보니 제 과거가 너무 암울해보이지 않을까 걱정이 슬슬 되네요 ^^;;


대학교에 가면서 심리상담에 대한 교양과목을 듣게 되었는데, 제 인생에 있어서 큰 전환점이 된듯 합니다.

그중에 "첫째와 둘째를 편애하는 엄마의 심리상태"를 주제로 교수님이 강의를 하셨는데

제게 많이 와닿았던 거 같아요. 

엄마도 심리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해서 내게 그랬던게 아닐까?

엄마도 저도 모르게 오빠와 날 차별한건 아닐까? 싶었어요.


그 길로 주말이 되자마자 부모님집으로 가서 엄마를 붙잡고 대화를 했어요.

치킨이야기부터 허락받기 등등. 그때 엄마 이랬던거 기억나? 저랬던거 기억나?

엄마는 하나도 기억을 못하셨어요. 내가 그랬어? 그런 말을 했어? 정말?

엄마가 이런말을 정말로 했었고, 그래서 난 이렇게 행동했다고, 하나하나 이야기를 하니 미안하다고 말하시더라구요.

대화를 하면서 엄마도 나랑 똑같이 완벽한 사람이 아니고, 심적으로 빈 공간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중에 알게 된 것이 저와 오빠 사이에 임신을 하셨는데 유산을 하셨다더라구요. 

유산으로 울적하셔서 제게도 영향이 미치지 않았을까.. 하고 혼자 합리화도 해보고ㅎㅎ ^^;;

편애하고 있는걸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고 계셨음을 알게되었고, 미안했다고 사과도 해주셨고...


여튼 저만의 이해아닌 이해^^;;를 하고 지금은 오빠보다 저한테 신경을 많이 써주시는게 눈에 보일정도로 잘 해주셔요.


하지만 부모님집에서 매번 내쫒기던 기억 때문인지 그 집에 정을 못붙이겠더라구요.

대학 졸업후 2년하고도 6개월동안 돈을 바짝벌어서 보증금과 몇달간의 생활비가 모이자마자 월세방을 알아보고 자취를 시작했어요.

제가 자취를 시작했다는걸 아는 사람들마다 꼭 이 말을 하더라구요. "도대체 왜 집을 나왔어?"

왜 저 말을 했냐면, 부모님집에서 제가 사는 원룸까지 버스로 30분 거리거든요ㅎㅎ (택시타면 10분ㅋㅋㅋㅋㅋ)

다들 헛돈쓴다고 하지만 3년간 살아온 이 원룸이 제 집같기도 하고,

또 부모님이랑 떨어져 지내니까 가끔 볼때 반갑고, 애틋하기도 하고, 싸우지도 않더라구요ㅎㅎ





또 글쓰다보니 제가 말하려고 했던거에서 많이 동떨어진거 같네요.. ㅋㅋ;;;

딸래미가 짐싸서 가출하려 했다는 글을 보며,

또 덧글들을 보면서 어머니의 마음 하나를 알아가는거 같아서 글을 써봤어요.

엄마도 아이가 미성숙한 정신임을 고려하지 못했을 수 있다.

엄마도 사람인지라 아이로 인해 화가 날수 있고, 그 화를 못참을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면이 있는데,

엄마는 자기중심적인게 1도 없어야 하고 아이중심적이어야 하나?

저도 엄마만을 위해본 적이 많지 않고, 

생각은 해도 행동으로 옮기는게 얼마나 힘든데 엄마라고 그게 쉬웠겠는가? 에 대한 깨닳음... 

오늘도 하나 알아가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시고, 좋은 꿈 꾸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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