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부턴가 새끼들을 데리고 나타난 어미고양이가 있었어요.
세 마리 중 한 마리가 유독 약해 보였어요.
형제들이랑도 떨어져 있고, 다른 두마리에 비해 덩치도 너무나 작고
얼굴에 뭐가 난 건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할 때가 많던...
어미가 항상 곁에 끼고 있고, 어떻게든 도망다니려고 애쓰고
고양이를 거둬들일 수도 없는 입장이어서
손 대지 않는 게 맞다 생각해 그냥 뒀어요.
그런데 오늘 아침, 박스 안에서 그 새끼 고양이가 움직이지 않았어요.
그냥 자는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그래도 만에 하나, 싶어서 저녁까지 기다렸는데
아침 그 모습 그대로였어요.
...
박스에 깔아뒀던 담요 채로 꺼내는데 몸이 너무 작았어요.
너무...
경계가 정말 심한 애들이어서 가까이서 본 게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돼버렸어요.
여기는 그래도 도시라 묻어줄 곳도 없거니와 불법이라고 해서
담요에 잘 감싸서 종량제 봉투에 넣었어요.
그냥...
내 고양이도 아니고, 정을 주려고 했던 적도 없고
굳이 말하자면 마당을 뜬금없이 점거하고 대소변을 싸놓는 녀석들이 짜증나기도 했고
이뻐하기는커녕 가까이서 만져본 적도 없고
그냥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