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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언론 시사회 직후, 평론가와 기자들 사이에서 공통된 불만이 터져 나왔습니다.
'캐릭터들이 너무 부실하다.'
'전형적이다'
'편집이 엉성하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개봉도 하지 않은 영화를 가지고 제작사와 배급사, 감독은 이런 언플을 합니다.
'흥행 여부에 따라 152분짜리 확장판 개봉할 것'
물론 이전까지 확장판(감독판)으로 재상영한 영화는 있어 왔습니다.
'늑대 소년', '내부자들', '아가씨' 등등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뭘까요?
개봉 후, 폭발적인 반응+관객들의 성원에 힘 입어 뒤늦게 확장판 개봉이 결정되었다는 점입니다.
특히나 내부자들은 확장판에서 무려 50분의 분량이 추가가 되어서 영화의 완성도와 캐릭터들의 매력이 한층 더 입체적으로 부각되었죠(사실상 다른 영화라고 봐도 무방).
그러나 군함도는 다릅니다.
개봉도 하기 전이었어요.
영화 퀄리티에 따른 지적을 확장판을 핑계로 벗어나려는 속셈과, 좀 더 나은 퀄리티의 영화를 보려면 너네가 이 영화를 봐야해!! 라고 강요하는 듯한 행태가, 너무 노골적이어서 보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수중에 남아 있던 무료 쿠폰이 생각나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얼마나 못 만들었고, 영화 자체가 형편 없길래 예상과 정반대의 반응들이 튀어 나왔을까?' 궁금했습니다.
솔직히 언론 시사회 전까지는, 노골적이지만 적당히 괜찮은 일제 강점기 배경의 영화가 나올 줄 알았습니다.
류승완은 감독으로서의 역량이 있는 감독이니까요.
암살과 밀정 사이의 퀄리티를 기대했습니다(언론 시사회 직후 기대는 와장창).
2.영화는 정말이지 예상을 단 1도 벗어나지 않고 전형적으로 흘러 들어갑니다.
많은 분들이 비판(비난도 섞여 있지만)하는 점도 이해가 갔습니다.
캐릭터들도 많은 분들이 지적해주셨지만 너무나 부실합니다.
그 굵직한 배우들을 데려다가 영화를 찍었으면, 적어도 캐릭터가 부실하지는 않아야 하는데 부실합니다.
그나마 송중기, 김수안이 연기한 두 캐릭터만 살아 남습니다만, 송중기 또한 태양의 후예의 '유시진'과 하등 다를 것이 없습니다.
소지섭과 이정현은, 너무나 뜬금 없고 어색합니다.
확장판에서 분량이 추가될 것이라는 걸 보는 사람 모두가 짐작할 정도로 어색합니다.
황정민과 이경영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지만, 스포가 되기에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3.편집 및 각본, 심각합니다.
좋은 소재와 아픈 역사를 가지고, 이정도의 결과물로 밖에 뽑아내지 못한 건 크나큰 실수이며, 낭비입니다.
개인적으로 국제시장이라는 영화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역사를 수박 겉핥기 식으로 대충 비추고 넘어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군함도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군함도 강제 징용 역사를 그저 이용할 뿐, 전쟁, 액션 블록버스터와 다를 게 없는 영화입니다.
이럴 거면 굳이, 군함도를 배경으로 찍을 필요가 없습니다.
군함도 말고도 강제 징용되어 노동 착취된 곳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4.예상 외로 국뽕 요소는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보면서, 차라리 국뽕으로 흘러갔으면 국뽕 영화라고 욕을 먹을지언정 지금처럼 욕을 바가지로 먹는 상황은 안 오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이 들더군요.
고증 문제, 전 이 영화의 고증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거슬리는 장면이 없지는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고증은 좋았어요.
군함도 세트도 정말 훌륭했고요.
촬영과 미술은, 어느 평론가의 말처럼 한국 영화 사상 기념비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거기서 그쳤다는 거죠.
5.종합적인 평은, 참 좋은 소재를 가지고 참 못 만들었다, 입니다.
차라리 암살처럼 100% 허구에 여름 극장가를 겨냥한 일제 시대 배경의 블록 버스터 영화를 만들었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최동훈 감독과 류승완 감독 역량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밀정이 대단하게 여겨지는 이유기도 하고요.
'일제 시대의 참상을 널리 알리고, 아픈 역사를 재조명하는 영화'를 기대하시는 분들에게는 절대 비추를, '일제 시대를 배경으로 한 액션, 전쟁, 블록 버스터 영화'를 기대하시는 분들에게는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 영화를 보면서 가슴 속에서 끓어오르는 뭔가를 느끼고 싶은 분들은 안 보시는 게 좋아요.
2.5/5
+)추가로, 현재 군함도에 대한 비'난' 여론이 꽤나 심각해보입니다.
감독과 배우들에 대한 욕도 심각한 수준으로 보이고요(특히 감독).
감독 인터뷰를 입맛에 맛게 해석해서 욕하는 것에 이용하시는 분들도 여럿 보입니다만, 류승완 감독은 503 시절 블랙 리스트에 오른 감독이며, 가수 이승환과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라는 걸 아셨으면 합니다.
감독 인터뷰가 경솔했다는 건 어느 정도 동의하나, 이정도로 욕을 먹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