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가게는 식사시간 한정으로 샐러드 뷔페를 엽니다. 원래 메뉴는 다른 것이지만 특정 시간에만 여는 형식이죠. 그러다보니 손님들이 이게 '뷔페식'이란 걸 자꾸 까먹나 봅니다. 보통의 뷔페에선 하지 않으셨을, 하지 못하셨을 행동을 하셔서 저를 당황시키곤 하시죠.. 몇가지 사례를 적어보자면,
(1) "이거 음식 좀 남았는데 싸가면 안돼요?" 뷔페에 '남은 음식'이란 것은 없습니다. 어차피 버리는거 아니냐고도 하시는데,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을 감당하면서까지라도 브랜드 가치를 지키는게 우선입니다. 손님 입장에서도 비싼 돈 내고 먹는 음식인데 가치가 높은 음식을 먹는게 낫지 않겠어요? 남는다고 아무나 막 싸주고 그런 떨이 가치의 음식보다 말이죠.
(2)"우리 네명인데 두명만 뷔페 먹을거에요" 네 뭐 이런거 괜찮습니다. 우리 가게가 뷔페 전문은 아니고 본업은 따로 있으니 이렇게 하셔도 아무 문제 없습니다..만은 왜 꼭 다 드시고 난 자리에 수저는 4세트가 나오는 걸까요? 이거 뭐 처용가도 아니고 수저 두세트는 우리 손님 것인데, 나머지 두개는 귀신이 두고 간걸까요? 디저트류 과일류 이런거 몇개만 집어 먹었을 뿐이라 정당화 하시는데, 뷔페는 배부르게 열접시를 먹건 수박 한조각만 먹었건 같은 가격이기에 뷔페인 겁니다.
(3)"우리 애는 안 먹어요" 어른 손님 한팀이 오셔서 식사를 하시다가 뒤늦게 하교한 아이들을 부르시는 케이스입니다. 물론 우리가 노키즈존도 아니고 이렇게 해도 아무 문제 없습니다. 심지어 이렇게 불러온 아이들 아이스크림이나 주스 같은 외부 음식 들고 와서 먹어도 터치 안합니다. 요즘 경기가 경기다보니 다들 살림 팍팍한거 서로간에 잘 아니까요 뭐. 비싼 우리 매장 음료나 간식 안 시키고 외부 음식 조금 들여오는 정도는 괜찮습니다. 근데 그 아이들 밥 먹고 왔으니 뷔페 이용 안한다 라고 했으면 뷔페음식은 손대면 안되는 겁니다. 너무 당당하게 디저트류, 빵 종류 먹고 있길래 가서 물어보니 우리 애들 안 먹었답니다. 그냥 어른들 먹고 남은 거 조금 먹었답니다. 다시 말씀 드리지만 뷔페에서 '남은 음식'이란 건 없습니다. 그래놓고 돌아서서 어른 손님들 한접시 더 퍼다 드시던데요..
물론 대부분의 손님들은 다들 잘 이용해 주시고, 간혹 음식을 좀 남기시더라도 이해하는 편입니다. 일부러 그런것도 아니고 사람마다 그날그날 사정이란것도 있으니까요. 맛있어 보여서 많이 펐는데 입맛에 안 맞으셨을 수도 있고, 갑자기 속이 불편해졌거나 급한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아이들 와서 좀 어지럽히고 소란 피워도 심하지만 않으면 이해하는 편입니다. 아이 가진 부모님들 요즘 세상에 어디 편히 식사하고 쉴 곳 마땅찮단 것도 잘 아니까요.
그러나 자영업자와 손님의 관계는 계약관곕니다. 돈을 주고 물건을 받는 계약 아래 맺어진 관계입니다. 돈만 지불하시면 그에 상응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드리고, 거기에 웃으며 인사 한번 해주시는 친절을 보여주시면 저희도 뭐라도 하나 더 챙겨드리고 싶고 좀 더 친절하게 기분좋게 대해드리고 싶어집니다. 사람 마음이란게 그런거니까요.
그러나 손님은 왕이라며 지불한 가격 이상의 뭔가를 요구하시면, 일단 손님이 아니게 되십니다. 손님은 왕이지만 돈을 내야 손님이고, 돈 낸 만큼만 손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