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균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그의 발걸음이 무거웠다.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는 마부에 마부를 거듭하며 세팅을 맞췄고 대균 내내 아카라트의 현신을 꺼트린 적이 없었으며
단 한순간도 축복받은 방패 던지기를 멈추지 않았다.
오늘은 어쩌면 돌아질 것도 같았다.
소위 말하는 맵빨도 받았다.
정예들은 적당한 수의 잡몹들과 함께 등장했으며 능력의 수정탑은 효과가 떨어질만 하면 다시 나왔다.
방패가 튕기며 연속으로 터져나가는 몬스터들을 바라보면서 그는 어쩌면 이번에는 성공하지 않을까 싶었다.
- 어떻게 오늘은 성공을 했어요?
- 그게...
그러나 그는 아내 앞에서 고개를 떨굴 수 밖에 없었다.
- 맵빨을 못받아도 이렇게 못받나 참.
1분 30초를 남기고 균열 수호자를 만났지만 혼자인 그 앞에서 방패는 튕길 수 없었고 결국 실패했다는 말을 어찌 꺼낼 수 있을까.
- 여보. 여보도 축망 맞추면 안될까? 이제 할만큼 했잖아. 응?
- 거참 성전이 로망이 있지 어째 재미도 없이 제자리에서 망치나 돌리란 말이야.
- 여보. 내가 잊영 구해오는 것도 한계가 있어요. 우리 아이 생각도 해야지.
- 나는 축방하려고 성전을 한 사람이야!
- 솔직히 말해서 그때 잠깐 재밌어보여서 시작한거잖아요. 그리고 일단 해보면 의외로 적성일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는 부정할 수 없었다.
다만 자신이 진심으로 축방을 좋아한다고 스스로에게 말하지 않으면
이 거지같은 똥딜을 견뎌낼 수가 없었음이다.
- 아이템도 없는데... 그걸 어떻게 해....
성전사의 목소리가 한풀 꺾이었다.
- 그래도 창고에 요한나의 논증은 있잖아요. 이거 내가 옆집 부두줌마한테 버스타면서 조금씩 모은 빛의 구도자 세트예요.
성전의 눈빛이 흔들렸다. 이 여섯조각의 초록 빛기둥을 위해 그 자존심 높은 아내가 고개를 숙였으리라.
세트템들도 하나 정도 씩은 옵션이 부족하긴 했지만 그래도 극확이며 극피며 구색은 갖춘 물건이었다.
- 그... 그렇지만 이거 무기가 옵션이...
- 이거 받아요.
그녀가 내민 것은 300개의 잊영이었다.
- 이걸로 카나이에서 재련 돌려서 적당한 옵션이라도 맞춰봐요. 처음에야 스킬셋이고 뭐고 손에 안익어서 좀 느리겠지만
나중엔 바꾸길 잘했다고 생각 들거예요.
성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도저히 아내에게 할 말이 없었다.
- 당신이 축방 좋아하는거 내가 잘 알아요. 그치만 우리 아이를 위해서라도 한번만 꺾여줘요. 부탁이예요. 사랑해요.
성전은 카나이 앞에 섰다. 졸툰 쿨레는 그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성전은 무기를 카나이에 넣고 돌리기 시작했다.
5번 째에는 제법 만족할만한 옵션이 나왔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무기에 주황빛 테두리가 돌았다.
'고...고대?!'
그는 당장 귓말을 날렸다.
- 여보! 나 재련돌려서 고대 먹었어!
- 어머! 거봐요! 아카라트님께서도 보살펴 주시는 거예요! 어디 옵션은 괜찮게 나왔어요?!
- 자 봐봐!
- [흰 바다매의 발]
- 어때? 죽이지?
여보님이 오프라인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