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다루어지는 용어는 의미가 쉽게 변질된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옹호하기 위해 용어의 부분적 의미만을 사용하거나 담겨있지 않은 의미를 덧붙여 사용하면서 본래의 의미가 모호해지기 때문이다. 주체가 원치 않아도 객체에 오르내리면 달라진다. 언어가 지니는 수단적 성격의 한계다. 목적을 위해 의미가 오용되지만 목적을 달성하면 오류는 잊혀진다. 사물의 오용은 사물이 지니는 물리적 고정성으로 인해 쓰임의 변형에 제한이 생기지만 언어는 흐르는 지형에 따라 형태를 달리하는 물처럼 쓰임의 변형이 자유롭다. 무딘 용어도 날이 서고 날이 선 용어도 무뎌진다. 그래서 늘상 쓰는 용어들도 다루기가 어렵고 조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