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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감독의 스포] 군함도 후기 지나친 비평 주의
게시물ID : movie_689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가막새
추천 : 10
조회수 : 1438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7/07/26 22: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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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_01.jpg



군함도 후기

(스포주의)

(지나친 비평주의)



군함도_02.JPG


인물들의 사연으로 메우려는 부실한 이야기

긴장감 넘치는 오프닝 시퀀스는 탈출에 관한 이야기의 서두로 상당히 그럴싸 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 될수록 이게 탈출 이야기인지 저열한 인간군상의 드라마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쇼생크 탈출>은 감옥에서 탈출하는 간단한 이야기를 소수의 주조연으로 충분히 잘 이끌어 간다.
그에 반해 <군함도>에는 16부작 TV드라마에나 어울릴 만큼 2시간으로는 과할 정도로 많은 주조연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엑스맨>이나 <타짜>의 인물들은 각자 한마디로 자신들을 요약하며 집단 안에 들어 있다.
아, 쟤는 이런 놈, 얘는 너구리, 저건 그루트.
이렇게 눈에 보여지는 캐릭터만으로 충분히 관객에게 다양성의 재미를 준다.
하지만 <군함도>의 인물들은 각자의 사연을 줄줄이 설명하며 관객의 집중을 산만하게 흐트린다. 
어떻게 탈출할 것인가 보다는 사연에 따른 인물들의 관계에 더 집중하고 있다.
강제 수용소에서 탈출보다 더 급한 문제가 뭐란 말인가.
좀 심하게 말하면 감옥 안에서 죄수들끼리 술래잡기 하고 있는 꼴이다.
탈출에서의 관계란 ‘생존에 도움이 되는가 방해가 되는가?’
‘내가 탈출할 수 있나 없나?’ 라는 본능적인 생의 욕망이 인간을 지배해야하는데
영화 <군함도>는 민족과 의리, 심지어 정의구현까지 끼워넣는다.



 

군함도_03.jpg


간이 배 밖에 나온 공포를 상실한 용자들

같은 시기 스크린에 걸린 영화 <덩케르크>는 전쟁을 통해 인간의 공포를 전달하고자 했다.
<군함도>의 인물들은 그에 비해 <덩케르크>의 군인이 아닌 민간인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겁을 상실했다.
실제 탄광이라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폐쇄적 공간과 강제 노역의 현장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극중 모든 이는 매질에도 이골이 난 듯하고 모두들 용기가 끓어 넘친다.
심지어는 자신의 영달을 위해 민족을 판 윤학철(이경영 분)이나 악질 감독관 송종구(김민재 분)조차 용감하다.
가스가 터지는 상황에서 비겁하게 슬며시 자리를 피한다거나 뒤로 물러나지도 않는다.
이들이 정말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악당들이 맞기나 한 걸까.
일제 통치 35년이었다.
극 중 깡패인 최칠성(소지섭 분)은 일본의 잔학함을 태어날 때부터 느꼈을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만주벌판에서 막 달려온 독립투사처럼 여기저기에 성질을 들이민다.
아, 낯설지 않은 그 모습…
<장군의 아들>에 나온 김좌진 장군의 아들 김두한! 김또깡 아닌가!




 

군함도_04.jpg

한류 슈퍼스타가 여기에

제일 문제가 되는 역할은 송중기가 맡은 박무영이다.
아무리 특수 훈련을 받았다고해도 스파이는 한낱 인간이지 슈퍼맨이 아니다.
그는 군함도에 왔을 때부터 이미 ‘나는 주인공이니까 죽지 않는다.’라고 선언한 불사신처럼 보인다.
VIP를 구출해야하는 막중한 임무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너무나 자주 위험에 노출시킨다.
문제는 그의 초인적인 육체성 뿐 아니라 정신성에서도 드러난다.
자신이 구하려던 윤학철이 매국노임이 밝혀지는데에도 거의 동요가 없다.
고급훈련까지 받은 특수요원이 목숨을 걸고 적진의 탄광소까지 왔다.
일당백은 혼자서 100명을 죽일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혼자서 100명을 살릴 수 있기 때문에 일당백이라 불린다.
그 많은 동포들의 목숨을 뒤로 하고서라도 구하려던 윤학철이 허깨비라는 사실을 알고나서
분노와 좌절에 괴로워하는 박무영의 모습은 극중에서 하나도 표현되지 않는다.
내가 목숨을 걸고 겨우겨우 살리려던 사람이 지독한 연쇄살인마였다고 상상해보라.
화가 치밀고 복장이 터지지 않겠는가.




군함도_05.jpg


역사 속 액션 아닌 액션 밖 역사

트레일러에서 가장 강력한 이미지는 욱일승천기를 반가르는 하이앵글 풀 샷이었다.
필자 뿐 아니라 대부분의 관객들이 기대한 이야기는
<쉰들러 리스트>처럼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감동적인 탈출기였을 거다.
게다가 그게 독일 나치와 유대인이 아니라 일본과 한국이라니…
하지만 <군함도>는 역사는 섬 밖으로 밀치고 그 속을 액션으로 채웠다.
이강옥(황정민 분)은 죽을 때까지 김수안을 붙들고 비극적 희극 캐릭터 <인생은 아름다워>의 로베르토 베니니를 흉내냈다.
소지섭과 이정현의 멜로는 탈출 장면의 극적 연출을 위한 블러드 러스트로 소모될 뿐 그다지 애잔하지도 않다.
송중기는 혼자서 홀로코스트 속 본 시리즈를 찍고 있는 듯 하다.
악역전문이 되어버린 이경영은 오히려 악역이 아니었다면 더 반전이었을 텐데…
이에 더해 비피린내 나는 잔혹한 역사를 감춘 군함도 하시마섬의 실존적 의미.
각각의 요소는 흥행성공을 보장할만한 카드들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이 모두 한 영화 <군함도> 속에 강제 수용되어 있다는 것이 비극이다.


옆자리의 관객은 준비해간 손수건을 마른 채로 들고 나왔다.




덩케르크 무명감독의 후기 크리스토퍼 놀란과 한스 짐머

출처 http://yuminhouse.blog.me/221060358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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