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해봐도 정신없음으로 음슴체
척추마취라고 충수주변에 마취제를 투여해서
하반신만 마취하는 방법이 있음.
이 마취를 하고나면 배꼽 밑으로는 감각도 없고
움직이지도 못하고 내다리같지 않은 느낌이라는데
하반신 수술이나 항문 수술에 많이 쓰임.
어쨌든 오늘도 고관절 골절환자가 있어서 척추마취를함.
나이도 많고 부러진데도 부러진데라 며칠 누워있던 환자임.
하....지금 생각해도 내가 그걸 확인했어야 했는데......
고령이라 말씀은 잘 못 알아들으셔도
마취하는데 협조도 잘 되고 마취과정은 참 순조로웠음.
어쨌든 마취도 잘 되고 자세변경도 잘하고
진정제 투여 후에 호흡도 좋고 다 좋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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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이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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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수줍게 살짝 머리를 들이밀던 녀석이
힘을 잃은 괄약근으로 스물스물 기어나오기 시작하는데
이게 멈출 기색도 없고 막아도 옆으로 삐져나오고....
결국 특단의 조치로 항문에 손가락을 넣어 다 긁어내고
변사또 오시는 길을 단단히 봉쇄해버림.
하....진짜 인턴끝나고 수지관장해본지 진짜 오랫만인데....
소독약으로 박박 닦았는데도 손가락에서 냄새가 안빠짐.
그나마 이 소란 중에 다행인건 환자분이 잘 주무시고 계심.
환자분 민망하지 않게 넘어간거라도 다행임.
별거 아니라면 별거 아닌일이긴 한데
간만에 터진일이라 일순간 멘붕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