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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군 복무 할 적에 써봤던 단편이에요. <중력> -1/4-
게시물ID : readers_290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오래된다리
추천 : 6
조회수 : 34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7/25 19:3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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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안녕하세요. 

대학교를 졸업하고 군대에 갔다가 지난 5월에 전역한 백수입니다.

군 복무 할 적에 썼던 단편소설이 하나 있는데 그냥 여러분들에게 보여 드리고 싶어서 올려보려고 합니다.

군대에서 쓴 소설이긴 하지만 군대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고 

제가 걷게 될 미래를 슬쩍 상상해보면서 쓴 이야기입니다. 

나름 진솔하게 쓴 소설이에요.


원래 시인이 되는 게 목표였는데

공모전 같은 데서 번번이 떨어지고 해서 피드백도 없고 쓸쓸하더라고요.

고등학생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해서 10년이 되었는데 아직도 갈 길이 먼 것 같아요.

돌아오는 봄 신춘문예까지 도전해보고 안 되면 

더는 시인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접어야 하지 않을까 고심하고 있어요.


뭐, 시 써서 밥 벌이 하려는 마음은 처음부터 없었지만

현실을 볼수록 글과 멀어지는 삶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만 같아서

마음이 좀 적적합니다. ㅎㅎ


시가 아니라 소설을 올리는 까닭은

시라는 게 독자가 적기도 하고 읽기가 어렵고 불편하기도 해서

가볍게 많은 사람들이 제 글을 한번 읽어봐 주었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에

소설을 올리기로 한 것입니다.

군대에서 동기들은 나름 재미있다고 했는데 사회의 독자들에게는 어떨지 궁금하네요.


글을 쓰는 삶을 추구하려고 하는데 현실은 여의치가 않아 보여요.

웹소설 같은 데라도 도전해볼까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장르문학이 아니면 힘들다는 분위기라 본격적으로 도전해볼지는 좀 고민이네요.


서론이 길었습니다.

소설은 4번에 나누어서 올릴 계획이고요,

뒷 내용을 더 읽어보고자 하시는 분이 한 분이라도 계시면 올리고

없으면 이번 글에서 마치려고 합니다.

그럼 한번 올려보겠습니다.


------

제목: 중력

 

 

지독한 권태. 끊임없이 견디게만 하는 중력. 중력이 없으면 날아가 버릴지도 모르지. 하지만 붙잡고 있은들 무엇이 나아? 어쩌면 하늘은 땅과 다른 게 아니었을지도 몰라. 날아가 버릴 사람들은 하늘에 집을 짓고 살았어야 했던 게 아닐까. 그러나 하늘의 소망일까 땅의 소망일까, 하늘이 비어 있는 것은. 비좁은 땅에서 날개는 거추장스럽기만 하다. 의도치 않게 날개에 부딪치는 사람들. 그건 너의 날개인가 나의 날개인가.’

-동우의 일기 20xx. x. x. -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내 발걸음은 여느 때와 달리 서두르고 있었다. 오랜만에 걷는 출근길이었다. 발걸음 속도가 부쳤다. 사람들은 나를 번번이 추월해가고 있었고 나는 어쩌면 그들에게 방해가 되는 중이었다. 원래 발걸음이 느린 편인데다가 근 몇 년간 출근 시간에 나서본 일이 없다 보니 미숙해져 있었다. 의도치 않은 방해에 대해 사람들에게 미안한 감을 느껴 나는 조금 더 발걸음을 서둘러 보기도 했다. 사람들과 제법 나란히 걷기 시작하자 그들의 구둣발소리 속에 뒤섞이는 기분이 든다. 왠지 그 소리 하나하나가 파편처럼 가슴으로 날아와 박힌다.

며칠 전 친구가 갑자기 연락을 해왔다. 자기가 병원에 입원을 할 예정인데 그 기간 동안 자신의 빈자리를 좀 메워달라고 부탁을 하는 전화였다. 친구는 허점 하나 없는 완벽주의자였는데 어찌 몸을 입원할 지경까지 만들었을까 싶어 염려하는 목소리로 어디가 아픈 거냐고 물었다. 친구는 별일은 아니고 대상포진에 걸렸다고 했다. 근래 과로로 인한 피로가 누적된 것 같다며, 조금 지쳐 있던 김에 아예 입원해서 얼마간 쉬려고 하는 것이라 했다. 부디 도와주면 고맙겠다고 했다. 나는 별말 없이 알았다고 했다. 친구는 한 사립고의 국어교사였고, 나는 전직 국어교사였다. 나에게 도움을 청하기가 적당했을 거였다.

얼마 동안 출근길을 헤쳐 나간 끝에 학교로 향하는 학생들이 몇몇 보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학교 교문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쩐지 살짝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어딘가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감각이 살아나려고 꿈틀거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학교에 대한 그리움이나 추억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오랜만의 출근길을 무사히 통과한 뿌듯함 때문이었을까. 무엇 때문인지는 잘 알 수가 없었지만 어떤 시공간 자체를 회상할 때 일어나는 감각 같은 것이었다.

가슴이 왠지 살짝 답답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 어렴풋한 감각이 떠오르는 힘이 나의 차분함보다 강한 모양이었다. 그 감각의 떠오름을 통제해보려 해도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그것이 떠오르는 일은 내 의도와는 무관한 일처럼 느껴졌다. 나는 적잖이 당황스러운 감을 느꼈다. 가방이 무거워지고 발걸음에 힘이 풀리려는 것이었다. 정신이 살짝 혼미해지려고 할 무렵 어디선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등굣길에 만난 학생들이 서로 잡담을 하며 떠드는 소리였다. 왠지 그냥 안심이 되기 시작했고 가슴이 조금 편안해지는 걸 느꼈다. 마음을 가다듬고 나는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친구의 자리를 찾아 3층 어느 교무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한 나이 든 선생이 창가에 있다가 나를 쳐다보며 알은 체 했다.

이재현 씨?”

그 선생은 선뜻 악수를 건네며 말을 이었다.

잠깐이지만 같이 일하게 되어서 반가워요. 중간고사가 얼마 전에 끝나서 크게 부담될 일은 없을 겁니다. 김동우 선생님 친구 분이라 하니 또 잘 할 거라 생각되고요.”

그는 손으로 빈자리를 하나를 가리켰다. 친구 동우의 자리인 듯했다. 그 자리로 향하며 교무실 안을 둘러보니 공간은 비교적 쾌적했고 선생들은 세련된 모습들을 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동우의 자리로 가자 옆자리에 있던 한 여선생이 말을 걸어왔다.

김동우 선생님한테 말씀 많이 들었어요.”

같은 국어과 선생이었다. 아담한 체구에 단정하고 어딘가 상큼한 분위기를 사람이었다. 그 여선생은 손으로 동우의 책상 위를 가리켰다. 교재와 프린트, 메모 등이 있었다.

가르칠 내용이나 자료는 거의 다 준비되어 있어요. 확인하시고 그대로만 가르쳐 주시면 돼요.”

그녀는 이어서 나에게 수칙 몇 가지와 주의사항들을 알려주었다. 초롱초롱한 눈빛이 어쩐지 나를 학생처럼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가르침을 받는 어린아이가 된 듯한 기분이 슬쩍 느껴졌다. 초임교사의 열정인지 알려주는 걸 좋아하는 특성인지는 모르겠지만 학생들에게 좋은 선생님임에 틀림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간단히 인사를 끝내고 동우의 책상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파티션에는 잡다한 메모가 붙어 있었다. 행정적인 것, 수업 준비에 관한 것 등 다양했다. 한 쪽에는 학생들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동우가 담임을 맡고 있나요?”

, 동우 쌤은 ㅇ반 담임이에요.”

동우가 말을 해주지 않아 몰랐던 것이다.

담임이라고 해도 부담 가지실 건 없어요. 임시로 맡으시는 거니까 아침조회랑 종례 때만 아이들 봐주시면 돼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몸을 돌렸다가 다시 나를 보며 말했다.

아참, 재현 선생님, 글을 쓰신다고 들었는데요?”

그녀가 나에게 보였던 관심은 어쩌면 단순한 업무적 친절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우가 나를 어떻게 이야기 해놓았기에 이 여선생은 나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뭔가 그녀는 나로부터 알아내고 싶은 게 있었다. 여선생의 눈은 뭔가 참고 참다가 말을 터놓은 듯한 사람의 흥미로움이 묻어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그냥 글을 종종 씁니다. 대단한 건 아니고 시를 좀 좋아해서 취미삼아 쓸 뿐이에요.”

제가 문학에 관심이 좀 있어서요. 아니, 뭐 국어선생이니까 당연하겠지만 말이에요. 글 쓰는 거에 관해 종종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 편히 물어보세요. 저도 업무적으로 신세 좀 질 것 같으니까요.”

아침조회 시간이 되어 우리는 함께 교무실을 나왔다. 그녀와 나는 각각 맡고 있는 반으로 이동했다. 교실에 들어가 아이들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동우가 맡고 있는 아이들이라니 뭔가 흥미로운 기분이 느껴졌다. 동우의 아이들은 여느 학생들처럼 평범해보였지만 아이들이란 게 관심 쓰고 볼수록 특별해지기에 이미 나에겐 특별한 아이들이었다.

첫 수업은 무난했다. 준비되어 있던 자료가 자세하고 충분했기에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무난하게 수업할 수 있었을 것이었다. 아이들도 수업을 무난하게 따라와 주었고 특별히 튀는 행동을 하는 아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수업이 비는 시간에 내가 맡은 반의 학생기록부를 살펴보았다. 임시로 맡은 일이지만, 이왕 담임 직을 맡고 있는바 충실히 임하고 싶었다.

학생기록부에 적힌 아이들은 크게 특별할 것이 없었다. 다만 그 특별하지 않음으로 인해 오히려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아이들이 희망하는 진로가 다 엇비슷하다는 것이었다. 공무원 아니면 막연히 회사원 정도의 대답이 대부분이었다. 창의적인 꿈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은 없어 보였다. 취미나 특기에도 다 책읽기나 음악듣기 정도로 일관되어 있었다. 요즘 아이들, 아니 요즘이랄 것도 없이 꽤 예전부터 이런 현상은 나타나고 있었지만, 이렇게 예외가 없을까 싶었다. 학생기록부로는 아이들에 대해서 별로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오전 수업이 끝나고 교무실로 들어오면서 여선생이 나를 불렀다.

이재현 선생님, 같이 식사해요.”

우리는 학교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는 교사 전용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었다. 음식은 먹고 싶은 만큼 덜어 먹을 수 있었다. 우리는 자리에 앉았다.

아침에는 경황이 없어서 제 이름도 안 알려드렸네요. 다시 인사드릴게요. 저는 정선영이라고 하고요, 선생으로 일한지는 이제 4년째예요. 이것저것 알려드릴 수 있는 것처럼 말씀드리긴 했지만, 저도 사실 배우는 입장에 있어요.”

정 선생은 아직 때 묻지 않은 사람 같다는 이미지를 풍겼다. 단순히 초임교사라서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정 선생만의 어떤 특성인 것 같았다.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이재현 선생님도 원래는 교사셨죠?”

편하게 부르세요. , 예전에 교사로 잠깐 일했었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 또한 동우처럼 사립고 교사였다. 교사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주변에서는 교사 하면 잘 어울리겠다고 자꾸 치켜세워서 등살에 못 이겨 한 번 해봤던 일이었다.

나는 방황을 좀 오래 한 편이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도 몇 년 간 직업을 갖지 않았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는 관심이 있었는데 교사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무슨 직업을 갖고자 하는 생각도 없었고 단지 시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특별히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었는데 왜 그런 생각을 계속 품고 살아왔는지는 나도 잘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그 알 수 없음에 이끌려 나는 시를 계속 써오고 있었다. 그러나 시인이 되지는 못했다. 단지 내 마음속에 있는 말들을 풀어내는 것만으로 만족하기로 하며 시를 써갔다. 그렇게 아무런 성과도 없이 살아오다 보니 주변에 눈치가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교사가 되기로 했던 것은 그들의 요구 때문만이 아니라 내심 사회적 안정감을 찾고 싶은 마음에서였을지 모른다.

나는 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었다. 내가 어떤 고민을 하며 살고 있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은 단지 나를 대단히 여기고 막연히 부러워했다. 글을 같이 써왔던 친구들도 어쩐지 나를 시기 했다. 사람들은 수석이라는 단어를 수월한 취업과 곧장 연관시키는 듯했지만, 나는 그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취직하지 않았다. 졸업 후엔 미뤄 두었던 군대에나 들어갔다.

전역을 하고 나는 임용고시를 준비해보다가 시험도 치루지 않고 때려치웠다. 그리고는 갑자기 서예가 하고 싶어져서 서예를 배우며 붓글씨를 썼다. 두어 달 정도 열심히 했는데, 글자에 대한 호기심이 갑자기 생긴 탓이었다. 단순히 약속된 기호로만 생각해왔던 것이 어느 날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형상을 보았다고나 할까. 붓글씨는 단순히 글씨를 쓰는 일이 아니란 생각이 문득 들었었고 붓이 가는 길을 따라가 보면 어쩐지 나의 길이 나올 것만 같은 생각을 했었다.

한동안 그런 것들에 관심을 가지며 살다가 현실이 내 옆으로 커다란 얼굴을 들이밀어 나는 다시 취업준비를 하게 되었다. 오래지 않아 사립고 교사가 되었고 조금 지긋이 다녀봐야겠다는 마음도 먹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유지한 건 대략 2년 남짓뿐이었다. 서서히 나를 짓눌러 오는 권태를 이겨내기 힘들었고 그것은 마음만으로 쳐낼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나의 권태뿐만이 아니라 주변 선생들의 권태와 학생들의 무기력한 모습도 그 이유였다. 빠져나오지 않으면 빠져나올 힘조차 사라질지 모르겠다고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어째서 그만두었는지 여쭈어 봐도 될까요?”

“...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학생들에게 내가 과연 뭘 가르칠 수 있는가. 내가 아는 것들은 가르칠 만한 것들인가. 나는 알고서 가르치는 것인가. 내가 가르칠 자격이 있는 것인가... 그러니까 말하자면, 내게 허락된 건 아직까지는 독백뿐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거죠.”

갑자기 공기가 고요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정 선생은 나를 가만 쳐다보고 있었다. 자의식에 찌든 사람처럼 보였을까, 그러나 그러거나 말거나이다. 나는 머쓱한 기분에 그냥 웃어주었다.

다 먹었는데 우리 일어날까요? 이재현 선생님?”

왠지 뒷말에 힘이 실려 있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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