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N
2차대전의 기관단총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3개의 총을 떠올린다
하나는 독일만의 퀄리티인
잘맞고 잘쏘고 간단한 구조에 안전하기까지 했던
독일의 MP40
분명 시작은 육군용으로 고화력 기관단총으로 만들었으나
어떻게 하다보니
마피아 vs 경찰 구도에서 시도때도없이 등장하게 된
시카고 타자기 톰슨 기관단총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인 탭댄스 강사 스텐 기관단총
이렇게 3개를 떠올리는데
오늘 다룰건 저 3개중에서 가장 유니크하고
가장 안좋은 쪽으로 유명한 스텐 기관단총이다
2차대전 직전까지
영국군은 기관단총의 개념에 대해 무지했다
그들의 머릿속에 기관단총은
그냥 기습용으로 총알이나 좀 뿌리고 도망치는 겁쟁이들 무기
정도로만 인식이 되어있었고
이로 인해 당연하게도 기관단총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러나
2차대전이 시작되면서 독일군의 MP40을 맞닥뜨리게 되니
그들의 인식과는 다르게
단발식 소총은 기관단총의 적수가 전혀 되지 못했고
동시에 덩케르트 철수 작전에서
그나마 있던 그 소총들도 대부분 두고 오는 굴욕을 맛보게 되면서
새로운 기관단총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대세화 되었고
동시에 독일군의 폭격이 덤으로 얹혀지면서
소총 생산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게되는 총체적 난국에 휩싸이니
보다못한 전쟁성이 직접 엔필드 조병창에서
MP28 기반에 MP40 구조를 참고하여
최대한 간단한 구조에 대량생산에 용이한 기관단총
이란 테마로 만들어낸 물건이 스텐 mk.1었다
이렇게 대강의 급한 불은 끈 셈이 되었지만
어이없게도 이 mk.1 스텐은 투입되지 않았다
분명 MP40에 비해 구조가 단순하고
생산성도 좋았으나
영국군은 이거보다 더 싸고 더 간단하고 미친듯이 찍어댈 수 있는
그런 변태적인 기관단총을 원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mk.1이 나가리 되면서
나무였던 부분을 과감하게 다 날려버리고
남길게 없을거 같던 구조도 한번 더 까버리면서
정말 그들이 원하던 최강의 생산성을 가진 기관단총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하니
그게 바로 스텐의 악명을 크게 드높인
스텐 mk.2였다
분명 스텐 mk.2는 그들이 원했던
극강의 생산성을 갖추고 나온 물건이었다
얼마나 이게 생산성에 최적화된 구조로 만들었는지
기본 부품이 쇠파이프와 공업용 스프링이었을 정도로
구하기 아주 쉬운 부품 위주로 만들고
분해해봤자 부품이 얼마 나오지도 않을 만큼
이 정도 부품으로 정말 기관단총으로서의 기능이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단순무식한 구조로 만들었으며
손이 많이 가고 비싼 나무를 생략하고
모조리 철로 만드는 바람에
1분에 3정이 뽑혀나오는 경이로운 생산속도와
1정당 8달러라는 made in china도 울고갈
미친 초저가 보급형 기관단총으로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 가격이 얼마나 무시무시하냐면
톰슨 기관단총은 후술할 저성능에도 불구하고 가성비로 털어먹고
MP40마저도 정당 120달러였으니
그냥 미친척하고 싸게 만든 셈이었다
그나마도 나중에는 고의로 부품 관리기준까지 낮춰가면서
1정당 2달러라는 충격과 공포의 가격까지 완성해낸다
생산성에_올인한_수박.jpg
물론 싼게 비지떡이라는
옛 조상님들의 말씀은 하나도 틀리지 않아서
스텐 mk.2는 악평을 이중삼중으로 퍼먹는 성능을 자랑하게 되었는데
우선 모든 부분이 철로 이루어져 있어서
위 사진에서 처칠이 직접 들고 있는 자세가 정식 자세였음에도
저렇게 쥐고 쐈다간 화상입기 쉽상이었고
이 덕분에
스텐하면 열에 아홉은 저절로 떠올리는
옆에 꽂은 탄창을 잡고 쏘는 독특한 자세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웃기게도
이 사격 자세가 은근히 괜찮았던 것이
탄창 잡고 쏴봤자 별 차이도 없을 정도로 단순한 구조였던 데다가
탄창이 아니면 따로 마땅히 잡을 곳도 없었던지라
(그렇다고 저걸 아킴보로 쏠 수도 없었으니)
금새 저게 정석으로 굳어지게 되었고
보다못한 군 상부에서 탄창 잡기를 금지함과 동시에
수직 손잡이를 부착한 간이 개량품을 쥐어줬으나
병사들은 ㅈ까를 외치면서 손잡이를 떼고 탄창을 잡았다
하긴 옆으로 툭튀어나온 탄창 밑으로 팔을 넣어서 손잡이를 잡아야하는
그런 구조였으니 필자가 저거 받았어도 탄창 잡았을거 같다
거기에
구조를 초단순으로 만들었음에도
관리기준을 어떻게 낮춘건지
고장이 속출하는 이상한 신뢰성을 자랑했고
대용량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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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매커니즘으로 동작하게 만들었는데
저 내부 움짤을 보면 알겠지만
안전장치는 싸그리 장식으로 취급해 빼버리면서
지금와선 상상도 못할 이야기들을 만들어냈다
일단 바닥에 떨어뜨리면 그 충격으로 발사되고
그나마도 그렇게 발사되면 탄창 하나를 풀오토로 비워버리는
상상만으로도 아득해지는 절륜한 안전성을 자랑했는데
이 덕분에 아예 그냥 투입되자마자 적 참호에 던져버리고
그렇게 쑥밭으로 만든 참호에 들어가
적 소총을 노획해 쓰는 병사가 있을 정도에
그 덕에 붙은 별명이 탭댄스 강사
이 강철의 강사님이 어떻게 가르치냐면...
...
그러게 말입니다
물론 스텐은 이렇게 단순무식했던 만큼
단발로 쐈을시의 정확도는 별로였어도
역으로 총알 뿌리기라는 측면에서는
고장이 안난다는 전제하에 묘하게 쓸만했던 물건이었고
부품들은 기본적인 가공 기술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었던 관계로
설계도만 있으면
그냥 동네 철공소 수준의 공작설비로도 뚝딱 만들 수 있을 정도여서
레지스탕스 용으로도 많이 생산되어 굴려졌다
웃기게도 앞에서 쓴 신뢰성의 문제로
직접 동네 철공소에서 가내수공업으로 만든
레지스탕스 버전이 더 퀄이 좋은 괴현상이 벌어지긴 했지만
어찌되었건 이 덕분에 레지스탕스 뿐 아닌 일반 병사도
상상을 초월한 속도로 빠른 무장이 가능했고
이는 독일군의 몰락을 더더욱 빠르게 진행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어찌보면 생산력 부문에서 전설로 남은
T-34와 대략 비슷한 성질이라고도 볼 수 있는게
사실 기관단총이란 것은
전차와는 다르게
극단적으로 말해서
그냥 총알 막 뿌리고 그중 두세발만 맞아도 밥값을 하는 물건이기에
스텐과 같이 이래도 되냐? 싶은 물건도
총알만 잘 뿌린다는 조건 하에 충분히 위력적인 무기로 생산될 수 있었던 것
물론 당연하게도 독일군은 이 총같지도 않은 물건을 비웃었지만
전쟁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발리다 못해 안드로메다로 가다보니
기어이 이 스텐마저 배껴버려서 포츠담 장비를 만들고
그나마도 상부의 병神짓으로 대부분이 창고에서 썩어버리는
어이없는 일을 벌이다 못해
급기야 독궈놀러지의 치욕이라고 봐도 좋을
MP3008이란 물건까지 만들었는데
원본 스텐보다도 더 막장인 물건으로 튀어나와버렸다
아니 최소한 스텐은 고장은 잘나도 총알이라도 잘 뿌렸지
얘는 그것마저도 잘 안되었을 정도의
산업 폐기물이란 칭호가 아깝지 않은 퀄리티였으니
소련이 T-34로 독일 기갑군에게 엿을 먹였다면
영국은 스텐으로 독일군에게 인실X을 먹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당장 그렇게 악평을 받았음에도
소음기 모델까지 만들어져 특수부대용으로도 사용될 정도였으니
스텐이 가지고 있던 전투력 하나만큼은 폄하할 수 없을거라 본다
참으로 기묘하게도
이 스텐을 만든 엔필드 조병창은
40년 후, 또 하나의 전설로 남을 물건을 만들어내는데
바로 그 퀄리티에 제식으로 채용되었다는 것 하나로
아준 전차와 함께
무기 역사상 최악의 실패작으로 등극한
SA80이다
차회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