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비도오고 해서 초복때 먹지 못한 삼계탕을 먹으러 동네 삼계탕집으로 갔습니다.
초복땐 들어가지도 못할정도로 사람이 꽉 찼는데 오늘은 두테이블밖에 없더라구요.
한테이블은 가족단위로 오셨고 한테이블은 아저씨들만 열명가까이 계셨습니다 (친구들 혹은 모임같아보였습니다)
그날 비가 와서 남자친구는 슬리퍼를 신고 갔어요.
"너 신발 조심해 사람들이 여기껀줄 알고 화장실갈때 다들 신고 나갈라" 이랬는데 남친이 "설마~" 이러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더라구요
근데 솔직히 슬리퍼는 신발장 바닥에 있으면 누구라도 가게껀줄 알고 신고 나갈수 있잖아요?
그 삼계탕집은 좀 옛날 집이라 따로 신발을 넣고 키로 잠글 수 있는 신발장이 아니라 그냥 오픈되어있는 선반신발장이었어요.
참으로 긍정적인 남자친구는 슬리퍼를 벗어놓고 들어가버리고 저는 그 슬리퍼를 신발장 윗칸(제 키가 168인데 팔을 뻗어 넣음)에다 넣고
그래도 혹시 몰라 슬리퍼위에 제 운동화를 겹쳐두었습니다. 제 운동화가 남자친구 슬리퍼를 밟고 있는 형상으로 겹쳐 놔두었습니다.
게다가 일부러 높은 칸에 두었으니 보통 사람이라면 건들지 않겠지 라고 생각하며 들어갔습니다.
맛있는 삼계탕이 나오고 먹고 있는 동안 아저씨 일행들이 나가셨습니다.
혹시 몰라 힐끗힐끗 신발장쪽을 보았고 아저씨들은 계산 후 일제히 나가셨습니다.
그래서 '내가 너무 예민한갑다'하고 삼계탕을 마저먹고 있는데 늦게 나가던 아저씨 2명이 있길래 별 생각없이 힐끗 쳐다보는데
그 중 한아저씨가 그 높은 칸에 있던 제 신발에 손을 대더라구요?
'...왜?'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그 찰나의 짧은 시간에 그 아저씬 제 신발을 옆으로 옮겨내고 남자친구 슬리퍼를 내리더니 신어버리는거였어요.ㅡㅡ;;
"아저씨!, 아저씨!"
가게는 작았고 저는 신발장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 가까운 거리에서 불렀는데도 아저씨는 뒤도 한번 안돌아보셨어요.
남자친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절 쳐다보길래 "니 슬리퍼!" 이러니까 남자친구가 "아저씨!!!!" 이러니까 그제서야 쳐다보십니다.
"그거 제 신발이에요" "그거 얘신발이에요" 를 몇번 얘기했어요.
그럼 보통의 사람들은 "아구 죄송합니다. 몰랐어요" 하고는 원래 자기 신발을 얼른 갈아신던가 하지 않나요?
근데 "여기 있길래..." 이지랄 하더니 지 신발을 신고 그냥 나가버립니다. (여기라니 ㅋㅋㅋ 그렇게 감춰뒀는데)
슬리퍼 그대로 바닥에 놔둔채 ㅋㅋㅋ
다시 밥먹으면서 "혹시 저 아저씨 화장실 가느라 니꺼 신었는거 아냐? 좀 야박한거 같긴해도 어쨌든 니 신발이 여기 공용슬리퍼도 아니고"
라고 말하며 다시 먹었어요.
근데 시간이 지나도 아저씨는 다시 오지 않으셨어요...
네...집에 가신거에요...
밖에 비도오고 하니 아저씬 그 슬리퍼를 신고 집에 갈 생각이셨나봐요.
화장실 갔다가 바로 집에 갔을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보통은 자기신발 신고 나가서 화장실 볼일보고 바로 집으로 향하지 않나요?
그러고보니 우리가 그거 우리신발이라고 막 그랬을때...
아저씨는 곧바로 자기 신발로 갈아신지 않고 예상치 못한 상황이셨는지 쭈삣쭈삣거리시더라구요. 한참을..
왜 자기 신발로 바로 안갈아신고 망설이시지? 라는 생각을 아저씨가 화장실 갔다가 다시 올줄로만 알았던 상황에서도 그런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리고 밥다먹고 집에 갈때 보니... 신발신는곳에 화장실용 슬리퍼가 떡하니 있었습니다.
그로써 확실해졌어요.ㅋㅋㅋㅋ
제 지인은 남편이 음식점에서 구두를 잃어버리고 왔었대요.
비싼 구두라 경찰에 신고하고 CCTV 확인해서 가져간 사람을 잡았는데 배째라~ 반응 ㅋㅋ
몰랐다!! 시전 ㅋㅋㅋ
그리고 사과 한마디 없이 2주 정도 후에 신발만 돌아옴 ㅋㅋㅋ
여러분..가게가서 신발 조심하세요!
설마가 현실이 됩니다.
남자친구 슬리퍼는 3천원짜리 슬리퍼였지만 ㅋㅋ 가격을 떠나서 내껄 남이 가져간다는거 자체가 열받잖아요?
다들 본인 물건 간수 잘하세요~
그럼 여기서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