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그것이 묻는다.
"뭐하고 있어?"
그가 대답한다.
"아 머 지나가는길..."
A는 늘 이길을 지나다닌다. 교토에 온지도 꾀 시간이 흘렀지만 그를 이 모퉁이의 그것이 눈치채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A가 지나는 길에는 그에게 눈치채도록하는 것들이 매우 많다. 하늘하늘 늘어진 대나무숲속 사이에서도 A는 자주 그것들을 보기도 한다. 다만 눈치채지 못한 척 무시하고 걸어가는 것이 더 편하기에 그저 모른 척 지난다. 얼마전 들렸던 신사의 카타나에 앉아있던 그것과는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옆의 청동거울을 보다 거울너머로 보이는 그것의 눈과 딱 마주쳐버렸다. 옛것이라고 하기엔 생생한 녀석이었다. 아무래도 대놓고 신사에서 오니기리마루(텐구를 잡았던 칼)라고 하도 광고하고 탁본을 팔다보니 주(呪)가 새로 결한 듯하여 녀석은 생생 푸르딩딩한 눈으로 그를 처다보고 있었다. 이왕 눈치챈이상 쓴웃음으로 눈을 마주한채로 작게 읍조렸다.
"그의 뜻이 있는 곳에 그의 의지가 있습니다. 여기에서 내게 당신의 의지를 보이소서."
그것은 A를 노려보던 눈을 거두고 다른 관광객들을 처다보기 시작했다. 마침 탁본을 사가던 이가 부적의 효혐을 물었다. 그것의 흥미는 새로 부적을 사가는 이에게 온통 쏠려있었다. 아마도 새로운 呪를 통해서 또 다른 그것이 붙여져 나갈 것이다.
몇일전 고생한 경험이 있는 A는 대체적으로 무시하고 지나려 노력하지만 모퉁이를 돌때마다 곳곳에 앉아있는 그 옛것들의 흔적이 미세함에 A는 흠칙하곤한다. 다만 그가 다니는 이길의 바로 이 것은 매우 새롭기 그지없고 아마도 새로운 呪를 매일매일 누군가 걸어주기 때문인 듯 쌩쌩하기 그지 없을뿐더러 그에게 말을 걸고 있다는 것이 A로서는 무시하고 지나가기 어려울 따름이다.
"그래서 어디가는 길이야?"
"아 학교...."
"엥? 아저씨가 학교에가?"
그것은 작은 어린아이모습을 띄고 있고 목에 빨간 스카프 같은 것을 걸치고 있다. 분위기를 보아선 아마도 한 7-8정도 같이 다니는 것 같았지만 왠지 A에게 관심을 보인 것은 이 마지막의 그 중 작은 것이었다.
A는 오늘은 작정하고 보기로 하고 그 앞에 섰다. 그리고 최대한 감지하려고 노력했다. 그것을 묶고 있는 呪는 맺은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은 것이었다. A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이 도시의 주들은 대부분 낡은 것이다. 새로운 것들이 덧대인 것은 많으나 사실 예사람들에 의해 맺어진 옛것이 대부분이었다. 본래의 呪는 잊어버리고 사람들이 위에 묶어 놓은 呪는 대부분 나약한 편이었고 실체가 흩어져 버려서 式神(식신)으로도 부릴 수 없을 만큼 약해져있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모시는 神은 본래 그 神을 받드는 이들의 공으로 유지되지만 본래 맺은 呪와 관계없는 공은 무의미하게 흩어지거나 그저 공을 드린 이에게 돌아가버리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그것이 실체를 가지게 되는 만큼 강하게 동일한 呪를 걸어대는 일은 드물기에 A는 고개를 갸우뚱 할 수 밖에 없었다.
"넌 누굴 기다리고 있니?"
"난 날 매일 보러오는 사람이 있어. 그 사람을 봐야 힘이 나거든."
A가 다시한번 고개를 갸우뚱 하는 순간 인기척을 느끼고 뒤를 돌아봤다. A는 70대 할머니가 허리를 꾸부정하게 구부리고 온차주전자와 작은 떡고물을 담은 접시를 가져오는 것을 보았다. A는 그제서야 이해가 갔다.
"너를 묶은 이가 저이구나?
"응 맞아 그런 거야."
노인은 신단의 8개의 소미륵 앞에 데운 사케를 따르고 떡고물을 놓는다. 그리고 조금 떨어져 보고 있는 A는 관계치 않고 우물우물 呪를 외운다.
"마리타.레이야 소와카. 마리타 레이야 소와카......."
스가와라노 미치자네를 모시는 텐만구보다도 강한 주가 있길래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의문이 완전하게 풀려버렸다. 밀교의 미륵주를 읇는 할머니가 있을 줄이야.
"저기 할머니..."
A는 할머니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다.
"왜그러는가?"
"아 저 다른건 아니구요. 미륵에 빌어서 무엇하시게요? 바라시는 것이 있나요?
"아 들었나보군요. 다른건 아니구 일찍 죽은 자식이 있어서 늘 이렇게 빌고 있습니다. 문수보살에게 빌기엔 염치 없는 자식놈이어서 미륵불이라도 오면 내 아들이 살때 지은 죄를 좀 용서해주실까 해서 늘 빌고 있어요."
"아 그러시구나. 너무 정성스레 빌고 계셔서 궁금했어요."
"그러는 댁은 어디서 온 사람이요?"
"네. 전 한국인이고 신님을 공부하는 사람입니다. 신실하신 모습에 감동했습니다. 그럼 들어가 보세요.""
노인은 역시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하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A는 웃던 얼굴을 접고 이제는 다시 주변에서 들릴락말락한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종인 주인에게 고합니다. 당신이 임하시는 곳에서 당신이 승리할 것입니다. 당신의 지경을 넓히시고 당신이 사랑하는 영혼을 보호하시고 그것들로부터 온전하게 지켜 당신의 사랑하는 영혼임을 밝히 알도록 하시옵소서. 주인의 나라가 주인의 종이 서있는 그 땅에 임하기를 당신의 바람이 곳 나의 바램이며 당신의 명에 따라 나의 죽을 곳을 찾아 오늘도 나갑니다. 종이 원컨데 지금 여기 임하시고 이땅에 임하는 그것들을 온전하게 걷으소서....."
A의 초점없던 눈이 다시 촛점을 찾았다. 그는 그것이 있던 곳을 보았다. 呪가 맺어있던 곳의 結이 많이 약해져있음을 보았다. 아마 몇번은 더 방문해야 할 듯 싶다. 하루이틀에 맺어져있었던 結이 아니기에 그 呪를 더하는 할머니가 계시기에 좀 더 자주들러보고 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A는 하늘을 한번 훔칫보고 다시 텐망구쪽을 바라본다. 그리고 훔칫 눈앞의 단을 본다. 그리고 주섬주섬 가방을 들고 학교로 향한다. A의 1교시는 이미 지난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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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이야기는 픽션입니다....... 아마도......... ^_____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