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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을 누르면 끝나는 여행
게시물ID : freeboard_15927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온기
추천 : 1
조회수 : 17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7/18 00:44:35
몸은 움직이지 않고 변화하는 풍경을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늘상 타는 지하철을 제쳐두고 돌아가는 버스를 탄다. 그러면 여행도 아닌 것이 여행 같아서 신선한 기분이 든다. 소박 보다는 궁색에 가깝지만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다. 주로 타는 버스는 지하철을 따르는 노선이라 타는 사람이 적다. 공간적인 여유가 있어서 카드를 찍고 나면 쾌적한 기분으로 의자에 앉는다. 아주 짧은 거리를 한강변을 따라 운행하는데 그 구간이 마음에 든다. 도심으로 들어서면 단조로운 풍경이 지겹다. 실증이 나면 책을 펼치기도 하고 각자의 생각에 몰두하고 있을 다른 승객들의 모습을 살피기도 한다. 그러면 모르는 이들의 표정이 거울이 되어 내 자신이 가엾기도 하고 심술이 나기도 하고 넉넉하다가도 골치아프다. 정류장 하나마다 서로 다른 감정들이 승차하고 하차한다. 내 안에도 바퀴 달린 공간이 있어서 여러 감정들을 실어나르는 버스가 된 것만 같다. 이렇게 가끔 돌아가는 버스를 타는 일은 물리적으로는 편법이며 정서적으로는 목적지가 불분명한 여행이다. 벨을 누르면 쉽게 끝나는 이런 여행이 많은 걸 오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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