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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잠결에 알람이 들린다.
'아 더자고 싶다...' 나의 게으름이 또 나를 이불속으로 파고들게 한다.
15분이 흐른후 다시 들리는 알람소리. 나는 잠결에 손을 뻗어 알람시계를 끄려한다.
'앗 따거' 소리와 함께 잠에서 깬다. 달고사는 주부 습진 덕분에 갈라진 손가락 마디가 밤새 발라둔 약에 조금 아물다 다시 터진다. 이를 악한번 물고 일어나 앉아 정신을 차려 본다.
오늘은 토요일 내가 일하는 University BLVD의 덩킨도넛을 오픈부터 클로징까지 하는 날이다. 6시까지는 가야하는데 이제 5시반을 향해 가고 있다.
일어나서 샤워기를 켠다. 더운물이 머리부터 등을 타고 흐른다. 조금 더 자고 싶은 마음 보다는 다가올 몇시간을 어떻게 견디는가가 더 중요하다. 그래도 지지난주에 졸업식이었으니 아마 손님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주섬주섬 옷을 입는다. 매일 빨아도 뭔가 빨아놓은 옷에서도 설탕 단내가 난다. 섬유사이에 배어든 그 끈적끈적함은 표백제도 섬유 유연제도 이기도 되살아난다.
걱정반 걸어보던 차의 시동이 걸린다. 이 차가 말썽을 부렸으면 일하러 가기전에 아버지에게 욕을 들었을 것이다. 내 인생의 큰 소원이라면 차를 제발 시동이 걸릴 때 기도하는 마음이 들게 하지 않는 녀셕으로 하나 장만했으면 하는 것이다. Ricky 녀석처럼 Civic 쿱 같은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내가 원하는 곳에 좀 데려다주는 아이를 하나 데리고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15분을 드라이브하고 가계앞에 파킹을 한다. 한 6평 남직한 이 작은 가계 매상이 이리도 클줄은 처음 일할 때는 몰랐다. 시급 4.75 cash job치고는 주인 아주머니가 많이 챙겨주시는 것이다. 나랑 비슷하게 이민온 종원이가 5불을 받는데 내가 이정도면 머 감지덕지...
라지팟 2개에 커피를 내린다. 그리고 라지컵에 얼음을 가득 채운다. 덩킨은 사실 커피 그것도 처음 내린 팟의 첫 커피가 일품이다. 물론 일하는 사람만 아는 것이지만. 여기 책임지시는 점장님이 만드는 법을 알려준 이 아이스 커피는 일품이다. 요령도 간단하다. 첫 내리는 커피에 커피를 1.5배 부어주고 얼음이 가득한 라지컵에 끝까지 채워주면 된다. 그리고 나머지 부분에 뜨거운 물을 채우면 커피 농도는 같고 나는 아주 진한 아이스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것이다. 크림 두개에 각설탕을 3개정도 풀어주면 딱 마시기 좋은 커피가 완성이다.
커피를 한잔 들이키고 시간을 본다. 10분전이다. 글레이즈 도넛 재고 트레이가 3개인지 확인하고 이클레어와 바바리안 크림상태를 본다. 파우더 슈거가 이상하면 손님들이 뭐라 하니까 필요하면 더 뿌려둬야 한다. 이클레어는 거의 토핑되지 않은 상태로 온다. 프로스팅을 입히고 스피링클을 뿌려줘야 한다. 에고고 10분안에 끝내야 하는데.... 아 이런.... 오늘은 먼치킨도 코팅이 없다. 저것도 버무려야 한다. 일이 는다.
먼치킨, 이클레어용 바디들 들고 뒷쪽 작업실로 향한다. 커다란 원형 플라스틱 박스를 드라이버로 살짝 비틀어 연다. 한가득 든 초컬릿 크림에 이클레어 바디를 찍는다. 치즈처럼 늘어나는 저 초컬릿 크림을 보면 사람들은 입맛을 다시겠지. 나도 처음에는 그랬으니까 말이다. 적당하게 떼어넨 이클레어 위를 검지를 갈고리 모양으로 오무려 면을 만들고 크림을 밀어준다. 저 크림은 5분정도 후면 굳어서 기계로 코팅한 것 처럼 초컬릿이 입혀질 것이다. 먼치킨도 시네몬, 슈퍼 파우더에 돌돌 버무려 가져다 논다. 이로서 준비 끝. 이걸 10내에 해내는 나도 이젠 일에 익숙한 것 같다.
처음 일하던날 거스름돈을 모르고 도넛 이름들을 못외워 찾지 못해 민망하던 기억에 등뒤로 전기가 흐른다.
'으으으으'
한차레 몸을 털고 가계 문을 열고 OPEN 사인을 켠다.
6시 5분 매일 오는 경찰관인 짐이 온다. 미국 경찰이 도넛 먹는것은 영화상에서만 이라며? 이 아저씨는 매일 온다.
"Good morning Sir. 2 Dozen and 6 lz?"
"Yes, young. As always."
영환의 환발음을 못하는 미국인들에게 내이름 바름을 가르치다 포기하고 사람들이 그냥 Young이라고 부르게 내비눈다. 언젠가 영어이름 하나를 맘에 드는 것으로 골라야지 이런 불편함이 없을 것 같다. 라지컵 6개가 나가니 커피가 방금 내린 두팟이 사라져 버린다. 빈하나를 갈아준비하고 얼른 다음 팟을 내린다. 이 시간엔 최소 4팟은 있어야 좀 버티지 않그럼 죽는다.
짐 아저씨를 필두로 건너 중국집 황아저씨가 온다. 왠일인가 저아저씨가 이시간에? 이 아저씬 늘 관심이 많다. 얼마 전에도 내가 금요일 저녁에 물건 가져다 놓으려는것을 난지 못알아 보고 경찰에 신고해서 글럭에 손을 댄 경찰 아저씨가 가계에 왔었다. "He got a key." 라고 교신하고 몇가지 물어보고 가긴 했는데 일하면 않되는 신분인 나는 가슴이 내려 앉았다.
"Hi"
"Hello, Can I have your special?"
우리 덩킨은 99센트 스페셜이 있다. 스몰싸이즈 커피와 허디딥(글레이즈) 도넛 하나를 세금 포함 99전에 판다. 대박 싼 가격에 엉첨나가는 메뉴중 하나다. 11시에 가계여는 양반이 왠일인지 물어본다. 이따가 친구들의 생일 잔치가 있어서 재료준비를 한다고 한다. 중국사람들은 미국에서도 정말 서로들 잘지낸다. 뒷통수 치거나 배신때리는 일은 우리내들 보단 드문가 보다.
황씨 이후로 1차 손님 러시가 시작된다. 토요일의 이 가계에는 대략 3차례의 러시아워가 있다. 6시 좀 넘어서 부터 7시까지가 1차 9시부터 10시정도가 2차 그리고 12시 전후로 3차이다.
1차러시는 두그룹인데 더즌도넛과 커피를 일터로 가져가는 손님들과 우리가계 스페셜로 간단하게 먹고 가는 손님들이다. 가계 단골도 우리 가계 매상을 올려주는 인물들도 대부분 이 타임에 많다.
2차러시는 좀 다른데 크라상센드위치와 커피로 좀 편하게 아침을 먹으로 오는 사람들이다. 1차가 주로 아저씨 아주머니들이라면 2차는 의외로 젊은이들도 많다. 비건인데 어떠냐는 둥 계란 엘러지가 있는데 어떻게 하냐는 둥 주문은 밀리는데 이상한 이야길 하는 사람들도 거의 이시간이다.
3차러시는 다시 더즌 도넛을 사가는 사람들인데 매일 매일 다르다. 신가한 것은 적당한 량이 적당하게 나가고 매상도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 참 장사의 묘미아닌 묘미가 아닐까 늘 생각한다.
1차 2차 러시를 넘기고 카운터에 기대서 살짝 졸고 있는데 낯익은 얼굴이 등장한다.
"요 왓섭 브로?"
"닥쳐라 강아지야!"
종원이가 왔다. 인석도 부모님과 이민와서 아버지 일 돕고 내가 소개시켜준 버거킹에서 일하고 고생이 많다. 잘생겼는데 그만큼 날티나지만 사실 내 둘도 없는 친구녀석이다.
"끝나고 뭐하냐?"
"나 다운타운에 일하러 가야지."
"그거 끝나곤?"
"그거 끝나면 11시반이다. 처 자지 이새끼야."
"준에 가자!"
"준? 왜? 미성년자가 그런데 가면 클난다."
"아 가도 돼."
"아 싫어. 난 술도 안먹어. 덴버바닥에 한치건너 두친데 부킹을 하겠니 지랄을 하겠니 니나 가 이새끼야"
"암튼 이따 16번가 그 파킹낫으로 간다! 빠이~"
"차암~ 페이져나 넣어라 임마"
준은 덴버에 유일한 한국인 클럽이다. 미성년자들도 가끔 스닉인 하긴 하고 아이디 검사가 허술한데 어차피 저녀석이나 나나 덴버 하루이틀 산것도 아니고 컷당할거다. 안그래도 거기 전기공사 알바로 가서 내가 달아서 DJ하는 설민이형이 바운티 하겠냐고 물어봤는데 시급이 일당 150달러라는 말에 좀 고민했었다. 뭐 구설수 오르기 좋은 일이기도 하고 누구 또 건물 밖으로 집어던지려면 힘들어서 거절하긴 했는데 가서 얼굴볼 생각하니 그냥 그렇다.
오후로 향하면서 손님들이 뜸해진다. 이제 트레이를 딱아야 하니까 종이박스를 접는다. 더즌용 종이박스를 접어서 놓고 종류별로 하나씩 페이스트리를 하나 덤으로 넣어서 할인 박스를 만든다. 대략 8박스가 남았으니 이걸 팔면 집을 갈 수 있지만 아마 안팔릴 것이고 나는 이걸 가져다가 버리야만 집에 갈 수 있다.
먼저 트레이를 겉어서 대형 싱크대에 쌓는다. 온수를 최대한 뜨겁게 하고 공업용 스프레이처럼 센 물을 끼얹는다. 수압과 온도에 의해서 종이뒤로 배어있던 설탕이 녹고 트레이가 깨끗해진다. 40개정도의 트레이를 닦으면 이제 시작이다. 트레이를 닦고 진열대를 딱고 테이블을 닦고 넵킨을 채우고 리필들을 모두 채운 후에 다음날 쓸 박스를 대략 200개정도 접는다. 박스를 다 접으면 화장실을 청소하고 그사이에 오간 손님들의 발자국을 지우고 유리를 청소한다. 이제 오후 5시반 여긴 끝이다. 내 몸만한 스레기 봉투에 도넛과 다른 쓰레기를 넣고 아까 자 구석에 박아놓은 유니폼을 갈아입는다. 좀전까지 덩킨도넛맨이었는데 이제 커피샵 바리스타 겸 델리 종업원으로 변신해야 한다.
차에 시동을 걸기 전에 한번 더 기도를 한다. '하나님 아부지 지금 종원이가 일하러가서 다운타운까지 픽업부탁할 사람도 없습니다. 제발 시동이 한방에 걸리게 해주세요!"
주님은 늘 우리를 시험하신다. 엔진이 비실비실 소리를 내더니 나가버린다. 경험상 여기서 두번만 더 걸면 방전된거다. 그러니까 점퍼를 찾는 것이 빠르다. 두칸 옆에 있는 세탁소에 문을 열고 들어간다.
"Abi! Can you help me please?"
남겨 놓은 도넛이 요긴하게 쓰인다. 이름이 아비인 이 인도인은 도넛을 정말 좋아하지만 결코 사먹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이런저런 부탁을 할때 버리는 도넛의 일부를 챙겨서 준다. 내가 가져가도 뭐라하시지 않는 사장님이시니까 한더즌 정도 준다고 뭐라하시지 않는다. 사실 Abi네 식구들이 도넛을 좋아하는 것도 사장님이 나 보다 훨씬 이전에 퍼주셔서이다.
아비는 사정을 듣더니 차를 가져워 내 옆에 댄다. 점퍼를 대고 시동을 거니 걸린다. 다행이다. 연신 인사를 해대고나서 다운타운으로 향한다. 가계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 토요일이라서 주중정도는 아니지만 막힌다. I-25는 이미 꽉찼다. 아 그냥 University BLVD로 올라갈걸... 후회가 찾아온다.
간긴히 차를 대고 부랴부랴 가계에 들어간다. 주인 아주머니가 반갑게 인사하신다. 7만달러짜리 가계에서 일년에 9만불이상의 수입을 올리시는 대단한 분이시다. 남편분은 시청 공무원인데 생활력이 그냥 엄청나신 것이다.
"왔니? 날이 오늘 더워서 요거트가 잘나가네."
"네 안녕하세요."
손님이 오면 영어 없으면 한국어가 요령이다. 백인 손님들은 우리끼리 한국어를 하면 불쾌해 한다. 못알아 듣는 언어에 대한 그리고 아시아인에 대한 반감이려니 한다. 사장님 말씀이 농담이 아닌게 앞치마를 두른 순간 주문이 밀린다.
"May I take your order?"
"Small cone with fudge on it"
"Sure Ma'am. Do you want it with waffle cone?"
"No thanks."
"Right up"
검지와 엄지로 콘을 쥐고 소프트콘을 쌓아 올린다. 5번 돌면 스몰 9번이 라지 대략 그정도이다. 요령이 늘면 만드는데 5초정도 걸리지만 처음엔 주문이 밀려 많이 혼났다. 주중에는 주로 샌드위치를 많이 만들지만 토요일엔 주로 커피와 아이스크림위주로 판다. 내가 일하는 저녁타임이 밥보다는 디져트위주로 나가서일 것이다. 다운타운의 토요일은 그것도 16번가 메인 스트릿에 유일한 아이스크림가계인 Suzy-Q에는 한가함이란게 없다. 심지어 11시 넘어서까지 팔아달라고 문을 두드리기도 한다. 정신없이 스탁을 채우고 쓸고 닦는 과정이 11시로 나를 순식간에 대려다 놓는다.
오늘 갑자기 집에 일이 생기셔서 아주머니가 가셨다. 홀라 남아서 청소를 시작한다. 토요일은 기계를 닦는 날이다. 요거트 기계는 오래전에 껐으나 조금 더 기다리면서 리필들을 넣는다. 20분 쯤 지나니 거의 다 녹었다. 기계안의 재료가 녹지 않으면 닦을 수 없어서 기계를 먼저 꺼놓아야 한다. 녹인 재료는 닦아놓은 버켓에 놓아 다시 기계로 넣도록 해야하기에 받아 냉장고에 넣는다. 이제 호스로 물을 대고 4번정고 전체를 행군다. 행군 기계는 분해해서 뒷편의 테이블에 늘어놓는다. 고마패킹닳은 것은 확인하고 이제 에스프레소 기계를 청소해야 한다. 청소용 파우더를 넣고 물을 뺀다. 10번 정도 행구면서 바닥을 닦고 정리를 한다.
일하다 보니 오늘 한끼도 먹지 않은 것이 생각났다. 당이 필요하다. 우유를 꺼내서 용기에 따른 후에 에스프레소 기계의 노즐에 댄다. 우유가 데워지고 거품이 나기 시작한다. 이때 초컬릿 시럽과 아이리쉬 크림샷을 넣는다. 나만의 핫 초코 레시피다.
핫초코를 마시며 잠깐 의자에 앉아서 거리를 지난 사람들을 본다. 밝고 행복해보이고 즐거워 보인다. 문득 나는 어떤가 생각해본다.
이제 더이상 누가 밉지도 내 인생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고 싶지도 않다. 곧 20 누군가를 탓하면서 지낼 나이는 아니다.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 없을 것 같기는 하지만 최소한 지금 정직하게 일하는 것 만으로도 오늘은 그냥 잘 살아다 정도로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미래를 생각하기엔 그냥 여유가 없다. 당장 등록금을 마련해 놓을 것 그보다는 내일 사는 것이 더 중요한 상황에서 일하는 것 만으로도 감사해야할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하루가 간다. 종원이녀석 또 페이지를 했다. 뭔 8282를 8번이나 처대는지 안간다 했건만... 술먹고 여자 만나고 잊을 만큼 좀 단순하거나 생각이 덜 있었어도 좋겠지만... 사실 종원이 만큼 열심히 사는 녀석도 없고 그녀석이 당연하게 술먹자는 이야기가 여자꼬시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비슷한 처지에 비슷한 나와 그냥 외롭고 힘들어서 기대서 고향을 그리워하자는 이야기인걸 아는 이상 마냥 싫다고만 할 수는 없다. 나도 친구가 하나라도 있어서 덴버가 마냥 싫지만은 않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덴버 다운타운에서 보는 별은 참 아름답지만은 않다. 그러나 보게 되는 이순간은 늘 마음 놓인다. 오늘도 열심히 살았다. 그렇게 또 지나가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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