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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자락도 식후경 - 3 -
게시물ID : bicycle2_484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zinoo
추천 : 13
조회수 : 808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7/07/17 12:52:16


  게스트하우스에서 이른 아침 오유에 글을 쓰고 토스트 + 커피 = 차도남세트를 먹으니 벌써 10시가 됐다. 이제 출발하지 않으면 위험할 느낌이 들었다. 다만 나름의 예상은 있었다. 알아본바로 양평에서 횡성으로 가는 길은 총 53km밖에 안된다. 어제보다 20km나 적게 달리니 한두시간 여유부리는건 큰 사치가 아니었다. 

 아신역에서 가깝다면 가까웠던 게스트하우스를 뒤로하고 자전거도로를 따라 가는데 어제 비가왔던것 때문인지 햇볕도 안비추는데 습도빨로 엄청 더웠다. 몸이 거의 젖는 느낌으로 달렸고 내가 무신론자에 가깝다는걸 알았다. 출발전에 쾌적한 여행을 신한테 기도했는데 거의 평생을 신을 안믿고 살아온 나에 대한 신의 분노나 배신감인지 내 라이딩은 덥고 짜증나고 왠지 싫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자 자전거쉼터 및 미술관이 나왔다. 스트레스 만땅이지만 이런곳은 들리는게 여행의 매너아닐까 !

 근데 일요일이라 그런지 미술관 문을 안열었다. 왠지 배신당한 기분이 들면서 주말에는 착실히 쉬는게 맞는것 같기도한 이성의 갈등속에 사진은 패스하고 바로 옆에 붙어있는 카페로 갔다. 뭔가 편한한 느낌이 들고 스트레스가 풀렸다. 고작 이틀째의 여행이지만 이틀중에 가장 편안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앉아서 커피한잔하며 한 40분정도 쉬니 다시 달릴 준비가 됐다. 생각보다 오래 쉬었지만 나름의 합리화로 "하루 라이딩에 대한 예열"이라고 퉁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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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6일 아늑한 카페에서 더러운 렌즈로 찍은 사진

 씐나게 달리는데 왠지 점점 자전거 도로가 사라지기 시작하고 지도에 연결된 모든길이 일반 도로와 동일한 선을 지녔다. ㅎㅎ...설마...ㅎ ..그렇다. 네이버지도에서 자전거 길찾기를 해서 119km의 대장정이 아닌 60km정도의 가로지르는 길을 선택했는데 이 가로지르는 길은 본질적으로 전부 일반 도로다. 이미 5~6km를 왔기에 뭐 얼마나 힘들겠어 하고 갔다.

 그게 내 문제였다. 나무사 울창하고 강을끼고 달렸던 자전거도로와 달리 매연과 퀴퀴한 내가 가득하고 비가오는것도 아니면서 햇볕이 쨍쨍하지 않은 날씨는 비내린날 뺨치는 습도로 날 괴롭혔다. 첫날 하루에 75km 정도를 갔던게 나름 열심히 잘 달린거라 생각했는데 습도가 높고 공기가 나쁘니 체감상 훨씬 힘들고 자주 쉬어야 했다. 그 결과 시간대비 온 거리를 계산해보니 전날의 절반속도로 왔다는걸 알았다. 

 먼저 도로가를 달리다보니 차가 위험해서 차소리가 들리면 감속하고 천천히 달리는가하면 앞에 수로가 무너져있을수도 있다고 생각되니 여러 위험한 주행을 해야했다. 

 결국 절반을 가야 밥을 먹겠다는 야망에 의해 원래 예상시간보다 2시간정도 늦게 점심을 먹었다. 30km가량을 달리고 먹는 점심은 아주 좋았다. 그 뒤의 참사를 예상하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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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6일 양평끝자락의 막국수 8000원에 곱배기를 시켰는데 너무 많은 양떄문에 전부먹기는 실패!

 거하게 막국수 체감상 곱배배배배기를 먹고 자전거를 타고 가다보니 한 30분정도 되니까 왠지 점점 묘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팟캐스트에 열중하던 나는 평범하게 짐받이 짐이 바퀴에 살짝 튕겼나했지만 아니었다. 뒷바퀴의 바람이 거의 다 빠져있는 것 이었다. 양평과 횡성의 각 끝자리에서 난 바퀴에 바람이 빠진걸 확인했다. 

 자전거도로는 중간중간 자전거쉼터에서 바람을 넣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하지만 국도는 그게 안된다는걸 알고 난 절망하기 시작했다. 이미 꽤와서 자전거를 끌고 돌아가기도 애매했고 이대로 달리기에 고무가 서로 접혀서 이미 튜브터진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귀에선 지대넓얉의 캐스트들이 과학적 성질과, 과학의 목적성에 관해 여러 역사를 읊고 있었지만 난 당장 횡성 20km의 표지판 앞에 있었다. 

  일단 자전거를 끌고가면서 트럭을 히치하이킹하기로 마음먹었다. 히치하이킹도 위험하고, 자전거를 끌고 다니는 것도 무모하겠지만 당시 내 심정은 원래 무신론자지만 왠지모르게 신이 싫어서 혐신론자에 가까워지게 됐다. 

 물론 이런 나름의 장거리 자전거운행은 장비들을 챙겨야했다. 하지만 나름 알아보고 출발하는데도 불구하고 자전거 튜브를 갈거나, 떼우거나 하는건 7년만에 자전거를 타는 사람에겐 장비자체를 잘 운용하지도 못할거란 충고를 듣고 중간중간 도시를 들르면 자전거를 떄에 맞춰 수리하기로 했다. 내 계획은 이거였다.

 근데 그 계획에서 도시와 도시 끝자락에 걸쳐있는건 아니었다. 차라리 양평에 더 가깝다면 양평으로 가서 지하철타고 돌아갔다가 고치고 그런 기술을 완전히 배우고 다시 양평에서 출발하면 될 일이다. 근데 하필 양평도 이미 상당히 멀어져있었다. 양평은 36km, 횡성은 20km 히치하이킹을 해도 횡성쪽으로 하는게 나을 것 같았다. 만약에 안된더라도 걷다보면 양평보단 더 빨리 도착할거란 계산이기도 했다. 

 신을 혐오하던 내게 신과 같은 분이 찾아왔다. 먼저는 차에 있는 장비로 바퀴에 바람을 넣을 수 있는지 해보다가 이윽고 그분의 집까지 가서 있는 펌프로 해보게 됐다. 그분께는 필시 울기직전과 같은 내 모습은 물에빠진 생쥐는 귀여워보일정도로 처량하고 불쌍해보였을거다. 

 결국 차라리 횡성까지 태워주시기로 했고 나는 횡성까지 큰 은혜를 입었다. 나중에 나도 꼭 베풀어야한다. 횡성의 자전거 전문점까지 나를 태워줬던 그 신과같은 분은 여행 재밌게 하세요를 말을 끝으로 다시 돌아갔다. 하긴 일을 끝내고 집에 가던중에 나를 횡성까지 바래다준것이니 많이 힘들었을거고 보통의 인내심이 아니었다면 땀냄새 가득한 나를 조수석에 태우지도 않았을거다. 이 글을 통해 너무 고마웠다고 다시 전하고 싶다 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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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6일 주저앉은 뒷바퀴

 큰 은혜를 입고 펑크난 튜브를 자전거 전문점에서 교체하고 일단 잘 수 있는 숙소를 찾아다녔다. 찜질방은 없었고 결국 모텔로 향했다. 지친것도 지친거지만 몸보다는 정신이 지쳐있었다. 모텔에서 난 샤워하고 바로 옷을 갈아입고 주변의 카페를 찾아갔다. 내일의 계획을 세워야했기 때문에. 

  카페에서 지도검색을 하다보니 또 알아낸 사실이 있었다. 강릉까진 자전거로 122km정도의 거리지만 문제는 전부 국도였다. 중간에 고장나면 산지기 때문에 고칠수도 없었고 이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122km를 다시 아무문제없이 가리라는 확신을 할 수 없었다. 계획을 다시 잡아야했다.

 결국 난 강릉까지는 버스를 타고 가고 다시 강릉에서 동해안 라인을 따라 주행을 하는게 나을거라는 판단을 했다. 이게 옳은건지는 모르겠다. 차라리 집에 가는게 나을수도 있다. 그런데 문득 떠오른게 있었다. 어쨋든 자전거를 타고 경기도 양평끝자락, 강원도 횡성앞자락까지 와서 바다를 눈에 넣지도 못하고 가는건 안된다 싶었다. 혹시 몰라도 바닷바람이라도 맞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 횡성에서 강릉으로 버스를 타고 떠난다.  솔직히 값진 실패가 아니다. 분명 자전거를 많이 타는 사람들은 하루 100km도 어렵지않게 타는 사람이 많다. 그래도 기억으로는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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