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삼려대부가 아니오?
어쩐일로 이곳까지 오게 되었소?"
굴원이 대답 하였다.
擧世皆濁我獨淸(거세개탁아독청)
온 세상이 모두 탁했으나 나 혼자만은 맑았으며
衆人皆醉我獨醒(중인개취아독성)
세상사람들은 모두 취했으나 나 혼자만은 깨어 있었소!
是以見放(시이견방)
그래서 세상 사람들이 나를 쫓아냈소.
어부가 다시 물었다.
聖人不凝滯於物(성인불응체어물)
옛날 성인들께서는 어느 한 가지 일에만 매달리시는 법이 없으셨고
而能與世推移(이능여세추이)
세상의 돌아가는 추이에 따라 능히 어울릴 수가 있었소.
世人皆濁(세인개탁)
세상사람들이 모두 탁하다고 한다면
何不淈其泥(하불굴기니)
어찌하여 그 세상 사람들이 빠져 있는 진흙탕에 같이 들어가
而揚其波(이양기파)
그 흙탕물을 튀겨서 파고를 일으켜 보기도 하고
衆人皆醉(중인개취)
세상 사람들이 모두 취해 있으면
何不餔其糟(하불보기조)
어찌하여 먹다 남긴 술지게미만을 얻어 배불리 먹고
而歠其釃(이철기시)
그 거른 술을 같이 마시지 않는가?
何故深思高擧(하고심사고거)
그대의 생각이 얼마나 깊고 몸은 또한 고고하다고
自令放爲(자령방위)
스스로 화를 취하여 쫓겨나게 되었는가?
굴원이 대답했다.
吾聞之(오문지)
내가 듣기에
新沐者必彈冠(신목자필탄관)
새로 머리를 감으려는 사람은 필히 관을 벗어서 털어야 하고
新浴者必振衣(신욕자필진의)
새로이 몸을 씻으려는 사람은 필시 옷을 벗어 흔들어야 한다고 했소.
安能以身之察察(안능이신지찰찰)
어찌 이 맑고 깨끗한 몸으로
受物之汶汶者乎(수물지문문자호)
더럽고 욕된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겠소?
寧赴湘流(영부상류)
내가 설사 상수에 물결에 빠져
葬於江魚之腹中(장어강어지복중)
수장되어 고기들의 밥이 된다 할지언정
安能以晧晧之白(안능이호호지백)
어찌 희고 깨끗하며 결백한 마음의 내 몸에
而蒙世俗之塵埃乎(이몽세속진애호)
이 속된 세상의 먼지를 뒤집어 쓸 수 있겠습니까?
어부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노를 뱃전에 두드리며 떠나가면서 노래를 불렀다.
滄浪之水淸兮(창랑지수청혜)
맑고 맑은 창랑의 강이여!
可以濯吾纓(가이탁오영)
내 갓끈을 씻을만하구나
滄浪之水濯兮(창랑지수탁혜)
탁하고 탁한 창랑의 강물이여
可以濯吾足(가이탁오족)
내 발을 씻을만하구나
어부는 마침내 가 버리더니 다시는 그 소식은 전해 듣지 못했다. 그리고 얼마 후에 굴원은 <회사(懷沙)>라는 부(賦)를 지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陶陶孟夏兮(도도맹하혜)
햇볕이 따가운 초여름이라
草木奔奔 (초목망망)
초목이 무성도하구나.
傷懷永哀兮(상회영애혜)
쓰라린 마음에 영원한 슬픔 안고
汩徂南土(율조남토)
유유히 흘러서 남쪽 땅으로 가련다.
瞬兮杳杳(순혜묘묘)
쳐다만 보아도 아득하고 멀어서
孔靜幽黙(공정유목)
조용한 것이 소리조차 없구나.
鬱結紆軫兮(울결우진혜)
답답하고 울적한 마음
離愍而長鞠(이민이장국)
시름에 겨우니 못내 괴롭다.
撫情效志兮(무정효지혜)
정(情)을 억누르고 뜻을 헤아려
寃屈而自抑(원굴이자억)
원통함을 삼키고 스스로 참네.
刓方以爲圜兮(완방이위환혜)
모난 것을 깎아서 동그라미 만들어도
常度未替(상도미체)
일정한 규범은 바꾸지 않는데,
易初本廸兮(이초본적혜)
근본(根本)이나 초지(初志)를 고치는 것은
君子小鄙(군자소비)
군자(君子)가 얕보는 것이라.
章畫志墨兮(장화지묵혜)
먹으로 분명히 그려 놓은
前圖未改(전도미개)
옛날의 설계는 고치지 않으며,
內厚質正兮(내후질정혜)
충정이 후덕하고 성질이 올바르기를
大人所盛(대인소성)
대인(大人)이 기리는 바요.
巧倕不斲兮(교수불착혜)
교수(巧倕)라도자르지 않는데
孰察其揆正(수찰기규정)
누가 그 칫수의 바름을 알겠나?
玄文處幽兮(현문처유혜)
검은 무니가 어두운데 놓이면
矇睡謂之不章(몽수위지부장)
청맹과니는 불분명타 하고
離婁微睇兮(이루미제혜)
이루(離婁)가 실눈을 뜨더라도
瞽以爲無明(고이위무명)
소경은 못 보는 줄로 여기지.
變白以爲黑兮(변백이위흑혜)
흰색을 바꾸어 검다고 하고
倒上以爲下(도상이위하)
위를 거꾸로 아래라 한다.
鳳凰在笯兮(봉황재노혜)
봉황(鳳凰)은 새장 속에 있는데
雞鶩翔舞(계목상무)
닭과 집오리는 나다니며 춤을 추네.
同糅玉石兮(동류옥석혜)
옥(玉)과 돌을 한 곳에 섞어 놓고
槪面相量(개면상량)
하나의 평미래로 재려고 하니
夫惟黨人之鄙固兮(부유당인지비고혜)
저 도당들의 비천함이여!
羌不知余之所藏(강부지여지소장)
내가 가진 것의 값어치를 모른다.
任重載盛兮(임중재성혜)
무거운 짐을 많이도 실어
陷滯而不濟(함체이부제)
바퀴가 빠져서 움직이질 않네.
瑾握瑜兮(회근악유혜)
아름다운 보석을 품고 있지만
窮不知所示(궁부지소시)
길이 막혔으니 보일 데를 모르겠다.
邑犬之群吠兮(읍견지군폐혜)
마을 개들이 떼지어 짖는 것은
吠所怪也(폐소괴야)
이상한 사람있어 짖는 것이고
非俊疑傑兮(비준의걸혜)
영웅과 호걸을 비방하는 건
固庸態也(고용태야)
본래가 용렬해서 그렇다.
文質疏內兮(문질소내혜)
무늬와 바탕은 안으로 갖췄으니
衆不知余之異采(중부지여지이채)
중인(衆人)들은 이채로운 걸 모르고
材朴委積兮(재박위적혜)
재목과 원목이 산처럼 쌓여 있어도
莫知余之所有(막지여지소유)
내 것인 줄 모르는 구나.
重仁襲義兮(중인습의혜)
어짐(仁)이 겹치고 정의가 이어지고
謹厚以爲豊(근후이위풍)
근신과 온후함이 풍성하여도
重華不可迕兮(중화불가오혜)
순임금님은 만날 수 없으니
孰知余之從容(숙지여지종용)
누가 나의 거동을 알아나 줄까?
古固有不竝兮(고고유불병혜)
옛적에도 성군과 현신이 같이 나지 않는
豈知其何故(기지기하고)
까닭을 어찌 알기나 하랴?
湯禹久遠兮(탕우구원혜)
탕(湯)과 우(禹)는 먼 옛날이야기
邈而不可慕(막이불가모)
아득하여 생각할 수도 없다.
懲違改忿兮(징위개분혜)
잘못을 뉘우치고 원한을 삭이고
抑心而自强(억심이자강)
마음을 억눌러서 스스로 참아
離愍而不遷兮(이민이불천혜)
시름이 겨워도 변하지 않으리니
願志之有像(원지지유상)
이 뜻을 본보기로 하리라.
進路北次兮(진로북차혜)
길을 나아가 북쪽에 다달으니
日昧昧其將暮(일매매기장모)
해는 뉘엿뉘엿 어두워진다.
舒憂娛哀兮(서우오애혜)
시름을 풀고 서글픔을 달래며
限之以大故(한지이대고)
지나간 큰일들을 마감하리라.
亂曰(난왈)
노래 끝에 이르기를,
浩浩沅湘(호호원상)
넘실거리는 원수(沅水)와 상수(湘水)
分流汩兮(분류율혜)
두 갈래로 굽이쳐 흐르고
脩路幽蔽(수로유폐)
닦아 놓은 길은 깊숙이 가리워 져
道遠忽兮(도원홀혜)
저쪽 편 먼 길은 사라져 버린다.
懷質抱情(회질포정)
가슴에 품은 도타운 정은
獨無匹兮(독무필혜)
비할데 없이 우뚝하지만
伯樂旣沒(백락기몰)
백락(伯樂)이 이미 죽었으니
驥焉程兮(기언정혜)
천리마를 어찌 알아보려나?
萬民之生(만민지생)
만민(萬民)이 한 세상에 태어나
各有所錯兮(각유소착혜)
각기 제자리가 있거늘
定心廣志(정심광지)
마음을 정하고 뜻을 넓히면
余何畏懼兮(여하외구혜)
내 무엇을 두려워하랴?
增傷爰哀(증상원애)
상심이 더하여 서럽게 울며
永歎喟兮(영탄위혜)
기다랗게 한숨을 쉰다.
世溷濁莫吾知(세혼탁막오지)
세상이 혼탁하여 알아주는 이 없으니
人心不可謂兮(인심불가위혜)
사람의 마음을 일깨울 수 없구나.
知死不可讓(지사불가양)
죽음을 물릴 수 없음을 알았으니
爰勿愛兮(원물애혜)
애석하다 여기지 말아라.
明告君子(명고군자)
분명히 군자에게 고하노니
吾將而爲類兮(오장이위류혜)
내 이제 충신의 본보기가 되리라!
굴원은 마침내 가슴에 돌을 품고 멱라강에 몸을 던져 죽었다.
굴원이 죽은 후에 초나라에 몇몇 문사들이 있어서 뛰어난 문장으로 부를 잘 지어 칭송을 받았다.
이들은 굴원의 자유분방함을 본받은것이었는데
그러니 감히 굴원처럼 직간하는 비판 정신을 드러내지는 못했다.
그뒤 초나라는 나날이 쇠약해져서 결국 진나라에 의해 멸망하고 말았다.
이후에 후세사람들은 굴원을 불쌍히 여기고 그를 흠모하여 굴원이 죽은 날이라고 알려져있는 5월5일(단오)
날이 되면 매년 찹쌀로 종자떡을 만들어 먹고 강물에 송편같은 종자떡을 던져준다.
그리고 그것은 "굴원의 시신을 뜯어먹지 말고 이 떡을 먹으라" 하는 뜻으로
그만큼 중국인들의 굴원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큰지 잘 보여주는 풍습이다.
또한 중국남부지방에서는 단오날 수많은 사람들이 용선을 타고 배를 저어 강을 달리는 경주를 하는데
이또한 굴원을 추모하고 물고기를 물리치며 굴원의 시신을 찾아 강을 헤매이는 것을 재연한 풍습이라 할수있다.
사마천은 굴원을 "해와 달과 더불어 빛을 뿌린다고 한 말은 지당하다"고 했으며 이백도 "초나라 궁전 간곳없고 공산만 남았는데 굴원의 사부는 해. 달인양 떠 있구나." 라고 절찬했다.
굴원은 그만큼 중국인들의 가슴속에 깊이 남아있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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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생(賈生)의 이름은 의(誼)라 하고 낙양출신이다.
18세때 이미 시경을 외어서 군내에서 그 이름이 높았다.
오정위가 하남태수로 있을때 가의가 수재라는 소문을 듣고 문하에 두어 매우 총애했다.
당시는 효문황제 초기였다.
효문제가 둘러보니 오정위의 치적이 천하 제일이었다.
게다가 오정위는 진나라의 재상이었던 이사와 동향 사람이었고 또한 오정위가 이사의 학설에 능통하다는 소문을 들었기때문에 하남에서 그를 불러다가 정위로 삼은것이다.
오정위는 가생이 비록 나이 어리지만 제자백가의 설에 매우 능통하다하여 가생을 천자께 추천 하였다.
그래서 효문황제는 가생을 불러 만나보고 그를 박사로 삼았다.
가의는 그때 20살로 여러 박사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렸다.
황제가 칙령을 내릴때마다 그 초안을 지을때 황제가 자문을 구했는데
대부분의 노 박사들이 답변을 시원하게 하지 못할때 가의는 막힘없이 대답하였다.
노 박사들은 항상 자기가 말하고 싶은것을 가의가 말해주었다고 칭찬 했으며 그의 재능을 인정했다.
그래서 다른 박사들도 가의를 시기하지 않고 오히려 자기들이 가생의 재주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황제역시 그러한 가생의 재주를 매우 흡족해하였고 가의를 고속으로 특진시켜 일년만에 태중대부로 삼았다.
한나라가 일어나서 효문제가 즉위하기까지 약 20년이 지난 당시에는 천하가 화평하고
백성이 안락했으므로
이때 가생이 마땅히 역법을 바꾸고 ,관복의 색을 바꾸고,제도를 정비하고,관명을 정하고,
예악을 일으켜야겠다 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법제의 초안을 작성했다.
색깔은 황색을 숭상하고,수는 다섯을 기준으로 삼으며 관직명을 새로 만들어 진나라의 모든 법제를 개선하려 했다.
효문제는 즉위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법을 바꾸려는 마음이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곳에서 터졌다.
가생이 만든 법령중에'모든 열후들은 봉국으로 돌아가서 자기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라는 조항 때문이었다.
황제는 여러 대신들을 소집하여 가생이 만든 법령을 시행할것인지 말것인지를 상의하지 않을수 없었다.
황제는 그것을 약간 비틀어서 가생을 공경으로 승진시킬것인지 아닌지로 바꾸어 논의하도록 하였다.
이에 강후 주발.영음후 관영.동양후 장상여.풍경 등의 대신들이 가생을 비방하고 이구동성으로 가생의 잘못을 지적했다.
<낙양의 저 젖비린내나는 어린선비가정권을 잡으려 법령을 어지럽혀 조정을 문란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황제는 대신들의 뜻이 가생을 미워한다는것을 알고 가생의 법령을 물리치고
그를 장사왕의 태부로 좌천시켜 버리고 말았다.
장사땅으로의 부임길에 오른 가생은 가는 길에 장사땅이란곳이 지대가 낮은 습지대 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가생은 습한곳으로 가면 자기가 오래살지 못할것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좌천되어 가는길이니 가생은 자연히 마음이 우울할수밖에 없었다.
가생은 상수를 건너가려다가 문득 옛 초나라의 굴원을 생각해냈다.
그래서 가생은 굴원을 애도하는 조문을 지었다.
가생은 글을 지어 강에 던져넣고 굴원을 애도했다.
그 내용이 다음과 같다.
恭承嘉惠兮俟罪長沙(공승가혜사죄장사)
은혜를 받고서 장사에서 죄를 기다린다.
仄聞屈原兮自湛汨羅(즉문굴원혜자담멱라)
어렴풋이 들으니 굴원이 멱라에 잠겼다기에
造托湘流兮敬弔先生 (조탁상류혜경조선생)
상강의 물에 몸을 맡겨 선생을 조문한다.
遭世罔極兮迺隕厥身(조세망극혜내운궐신)
세상이 망극하여 그 몸을 바쳤다니
嗚呼哀哉兮逢時不祥(오호애재혜봉시불상)
슬프도다! 좋을 때를 만나지 못함이여.
鸞鳳伏竄兮鴟鴞翶翔(난봉복찬혜치효고상)
난봉은 잡새를 피해 숨고 올빼미가 날개를 편다.
闒茸尊顯兮讒諛得志(탑용존현혜참유득지)
탑용(闒茸)이 높이 나와 참소(讒訴)에서 뜻을 얻어
賢聖逆曳兮方正倒植(현성역예혜방정도식)
현성(賢聖)이 역(逆)이 되니 옳은 이가 거꾸로 됐네.
謂隨夷溷兮謂跖蹻廉(위수이혼혜위척교렴)
변수(卞隨)와 백이(伯夷)는 탁다하고 척교(跖蹻)가 청렴탄다.
莫邪爲鈍兮鉛刀爲銛(막야위둔혜연도위섬)
막야(莫邪)가 둔하고 연도(鉛刀)가 날카롭다고 해서
于嗟黙黙生之亡故兮(우차묵묵생지망고혜)
아아! 이유없이 선생은 묵묵히 화(禍)입었다.
斡棄周鼎寶康瓠兮(알기주정보강호혜)
주정(周鼎)을 버리고 강호(康瓠)가 보배라하고
騰駕罷牛驂蹇驢兮(등가파우참건려혜)
피로한 소가 수레를 끌고 절뚝발이 노새를 참마(驂馬)로 하네.
驥垂兩耳服鹽車兮(기수양이복염거혜)
천리마는 귀가 늘어져 소금수레나 끌고 있고
章甫薦屨漸不可久兮(장보천구점불가구혜)
장보(章甫)가 신발에 깔리니 오래가지 못하리라.
嗟苦先生獨離此咎兮(차고선생독리차구혜)
아아! 선생 홀로 이 허물에 걸렸구나!
誶曰(수왈)
노래를 다 부르고 일러 가로되,
已矣國其莫吾知兮(이의국기막오지혜)
누구도 알아주지 않으니 별수가 없구나
子獨壹鬱其誰語(자독일울기유어)
선생 혼자 울분하여 누구에게 말을 할까?
鳳飄飄其高逝兮(봉표표기고서혜)
봉황은 표표히 높은 데로 오르며
夫固自引而遠去(부고자인이원거)
스스로를 끌어서 먼 곳으로 가버리고
襲九淵之神龍兮(습구연지신용혜)
구연(九淵) 속의 신룡(神龍)은
沕淵潛以自珍(물연잠이자진)
깊이 깊이 진중(珍重)하게 잠겨서
偭蟂獺而隱處兮(면고달이은처혜)
도마뱀을 피하여 숨어 있구나.
夫豈從蝦與蛭螾(부기종하여질인)
새우 거머리 따위를 어찌 따를 것인가?
所貴聖之神德兮(소귀성지신덕혜)
귀하게 여길 바는 성인의 신덕(神德)이니
遠濁世而自藏(원탁세이자장)
탁세(濁世)를 멀리하여 스스로를 숨김이라.
使麒麟可係而羈兮(사기린가계이기혜)
기린(麒麟)도 고삐매어 매어 둔다면
豈云異夫犬羊(기운이대견양)
개와 양과 다를 것이 그 무엇인가?
般紛紛其離此郵兮(반분분기리차우혜)
분분한데 섞여서 이런 허물 얻었으니
亦夫子之故也(역부자지고야)
역시나 부자(夫子-屈原)의 잘못인지
歷九州而相其君兮(역구주이상기군혜)
구주(九州)를 두루 돌아 그곳 임금 도울 것을
何必懷此都也(하필회차도야)
하필이면 이 도성(都城)에만 마음을 뒀나?
鳳凰翔于千仞兮(봉황상우천인혜)
봉황(鳳凰)은 천인(千仞)을 높이를 날다가
覽德輝而下之(남덕휘이하지)
덕이 빛나는 것을 보면 내려오고
見細德之險微兮(견세덕지험미혜)
덕(德)이 없고 험악(險惡)하면
遙增擊而去之(요증격이거지)
날개 거듭치고서 멀리 떠나버린다.
彼尋常之汗瀆兮(피심상지한독혜)
저 심상(尋常)한 조그만웅덩이에
豈容呑舟之魚(기용탄주지어)
배를 삼킬 큰 고기를 담을 수야 있으랴.
橫江湖之鱣鯨兮(횡강호지전경혜)
강호(江湖)에 가로누운 상어 고래가
固將制於螻蟻(고장제어루의)
땅강아지나 개미에게 제압당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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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생이 장사왕의 태부로 부임해온지 어언 3년이 되었다.
어느날 한마리 부엉이가 가생의 관사 방안으로 날아들었다.
"이제 내가 죽을때가 되었는가?"
초나라에서는 부엉이를 복(鵩)이라 불렀다.
이는 검은색을 뜻하고 그 의미는 흉하다는 내용이었다.
가생은 습지대인 장사땅에 좌천되어 있었으므로 이미 오래살지 못할것이라 생각하던차에 부엉이를 보자 어떤 예감을 받은것이었다.
가생은 매우 우울하여 사 를 지어 스스로를 위로하였다.
그 사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單閼之歲兮 四月孟夏 (단연지세혜 사월맹하)
정묘년(丁卯年), 4월 맹하(孟夏)
庚子日施兮 服集予舍(경자일시혜 복집여사)
경자일(庚子日) 해가 서쪽으로 기울었음이여, 부엉이 한 마리가 내 집으로 날아왔도다!
止於坐隅兮 貌甚閑暇(지어좌우혜 모심한가)
내 방 모서리에 앉았음이여, 그 모습이 매우 한가롭구나!
異物來集兮 私怪其故(이물래집혜 사괴기고)
예사롭지 않게 날아든 생물이여, 가만히 생각하니 그 까닭이 괴이하도다!
發書占之兮 策言其度(발서점지혜 책언기탁)
서책을 꺼내어 점을 쳐봄이여, 점사가 그 길흉을 알려주노나!
曰“野鳥入處兮 主人將去(왈야조입처혜 주인장거)
이르기를 “ 집으로 날아드는 들새여, 주인이 장차 떠날 괘로다!
請問於服兮“予去何之(청문어복혜 여거하지)?
물어보건대 부엉이여, 내가 어디로 떠난단 말인가?
吉乎告我 凶言其災(길호고아 훙언기재)
길하면 내게 고하고 흉하면 그 재앙을 알려다오!
淹數之度兮 語予其期(엄수지탁혜 어여기기)
생사의 늦고 빠름으로 정해진 운명이여, 그 기일을 나에게 말해다오!
服乃歎息 舉首奮翼(복내탄식 거수분익)
부엉이가 이내 탄식하며 머리를 들고 날개를 퍼득인다.
口不能言 請對以意(구불능언 청대이의)
입으로는 말을 할 수 없으니 마음으로 대답할 것을 청하노라!
萬物變化兮 固無休息(만물변화혜 고무휴식)
변화무쌍한 세상의 만물이여, 결코 멈추는 곳이 없음이라!
斡流而遷兮 或推而還(알류이천혜 혹추이환)
휩쓸려가는 소용돌이여, 다시 밀려서 돌아오는 구나!
形氣轉續兮 變化而蟺(형기전속혜 변화이선)
서로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외형(外形)과 내기(內氣)여, 매미가 허물 벗듯이 변하는 구나!
沕穆無窮兮 胡可勝言(물목무궁혜 호가승언)!
정교하고 심원하며 무궁한 세상의 도리여, 어찌 말로 이야기 할 수 있겠는가?
禍兮福所依 福兮禍所伏(화혜복소의 복혜화소복)
화는 복에 기댐이여, 복은 화 속에 묻혀 있도다!
憂喜聚門兮 吉凶同域(우희취문혜 길흉동성)
한 문에 모이는 근심과 기쁨이여, 길하고 흉한 것은 같은 곳에 머무네!
彼吳強大兮 夫差以敗(피오강대혜 부차이패)
저 강대했던 오나라여, 부차가 이로 인하여 망했구나!
越棲會稽兮 勾踐霸世(월서휘계혜 구천패세)
회계에서의 농성했던 월나라여, 그것으로 구천(句踐)은 천하의 패자가 되었구나!
斯遊遂成兮 卒被五刑(사유수성혜 졸피오형)
진나라에 유세하여 대업을 이룬 이사(李斯)여, 결국은 오형(五刑)을 받고 멸족되었구나!
傅說胥靡兮 乃相武丁(부열서미혜 내상무정)
형도(刑徒)로 노역을 하던 부열(傅說)이여, 이내 무정제(武丁帝)의 재상이 되었구나!
夫禍之與福兮 何異糾纆(부화지여복혜 하이규묵)
무릇 화가 복을 데리고 다님이여, 새끼줄이 서로 얽혀 꼬여 있음과 무엇이 다른가?
命不可說兮 孰知其極(명부가설혜 수지기극)!
말로 이야기할 수 없는 천명이여, 누가 그 지극함을 알 수 있겠는가?
水激則旱兮 矢激則遠(영격즉한혜 시격즉원)
물이 격해지면 사납게 됨이여, 화살에 강한 힘이 실리면 멀리 나가도다!
萬物回薄兮 振蕩相轉(만물회박혜 진탕상전)
만물이 돌고 순환함이여, 부딪치고 서로 돌도다!
雲蒸雨降兮 糾錯相紛(운증우항혜 규착상분)
구름이 되고 증발하여 비가 내림이여, 서로 얽히고 교차하니 분분하구나!
大專檗物兮 坱圠無垠(대전벽물혜 앙알무은)
천지만물을 창조한 조물주여, 한없이 넓은 세상에 가득찼구나!
天不可與慮兮 道不可預謀(천불가여려혜 도불가예모)
하늘의 뜻은 너무 높아 예측할 수 없음이여, 천도는 너무 심원하여 미리 도모할 수 없도다!
遲數有命兮 惡識其時(지수유명혜 악식기시)
빠르고 늦은 저 마다 운명이여, 어찌 그 때를 알 수가 있겠는가?
且夫天地爲爐兮 造化爲工(차부천지위로혜 조화위공)
또한 하늘과 땅을 구워낸 풀무여, 공인의 조화로다!
陰陽爲炭兮 萬物爲銅(음양위탄혜 만물위동)
음양은 숯으로 변했음이여, 만물은 구리가 되었음이라!
合散消息兮 安有常則(합산소식혜 안유상즉)
합치고 흩어지고 녹이고 더함이여, 어찌 일정한 법칙이 있겠는가?
千變萬化兮 未始有極(천면만화혜 미시유극)
천 번 변하고 만 번 화함이여, 처음부터 끝이 없구나!
忽然爲人兮 何足控摶(홀연위인혜 하족공박)
홀연히 사람으로 태어남이여, 내 어찌 오래 사는 것에 연연하겠는가?
化爲異物兮 又何足患(화위이물혜 우하족환)!
사람이 죽어 다른 것으로 변함이여, 내 어찌 근심하랴?
小知自私兮 賤彼貴我(소지자사혜 천피귀아)
자기만을 생각하는 지혜롭지 못한 자여,남은 천시하고 자신은 높이도다!
通人大觀兮 物無不可(통인대관혜 물무불가)
그러나 세상을 대관하는 통달한 사람이여, 생사화복(生死禍福)이 마땅하지 않음이 없구나!
貪夫殉財兮 烈士殉名(탐부순재혜 열사순명)
탐욕스러운 사람 재물에 목숨을 검이여, 열사는 명예로운 이름에 거는구나!
誇者死權兮 品庶馮生(과자사권혜 물서풍생)
허명을 쫓는 사람 권세에 목숨을 검이여, 평범한 사람은 삶에만 매달리는구나!
怵迫之徒兮 或趨西東(술박지도혜 혹추서동)
명리에 유혹되고 빈천에 쫓기는 자들이여,이리저리 달리느라 분주하구나!
大人不曲兮 億變齊同(대인불곡혜 억변제동)
결코 물욕에 현혹되지 않은 대인이여, 억만 번 변해도 한결 같구나!
拘士系俗兮 窘若囚拘(구사계속혜 군약수구)
세속에 묶인 어리석은 사람이여 자신을 죄수처럼 가두는구나!
至人遺物兮 獨與道俱(지인유물혜 독여도구)
만물을 초월한 지극한 덕성의 사람이여, 홀로 도(道)와 함께 하는구나!
眾人惑惑兮 好惡積億(중인혹혹혜 호오적억)
미혹에 빠진 세상 사람들이여, 호오를 가슴에 쌓도다!
真人淡漠兮 獨與道息(진인담막혜 독여도식)
담백무위(淡白無爲)의 진인(眞人)이여, 홀로 도(道)와 함께 머무르고 있구나!
釋知遺形兮 超然自喪(석지유형혜 초연자상)
지혜도 버리고 형체도 벗어남이여, 자신도 잊어 초연하구나!
寥廓忽荒兮 與道翱翔(료곽홀황혜 여도고상)
광대무변하고 황홀한 경지여, 도(道)와 함께 훨훨 공중을 나는도다!
乘流則逝兮 得坻則止(승류즉서혜 득지즉지)
물길을 타고 흘러감이여, 모래섬에 부딪치면 멈추도다!
縱軀委命兮 不私與己(종구위명혜 불사여기)
육신을 내놓아 운명에 맡김이여, 자기의 몸은 사사로운 것이 아니도다!
其生若浮兮 其死若休(기생약부혜 기사약휴)
뜬 구름과 같은 삶이여, 죽음은 휴식처로다!
澹乎若深 淵止之靜(담호약심연지지정)
마음의 담담함은 깊은 심연의 고요함과 같고
汜乎若不系之舟(사호약불계지주)
공중에 둥둥 떠다님은 줄에 매이지 않은 작은 배라
不以生故自寶兮 養空而浮(불이생고자보혜 양공이부)
살아 목숨에 연연하지 않음이여, 마음을 비워 구름처럼 떠다니도다!
德人無累兮 知命不憂(덕인무루혜 지명불우)
세속에 찌들지 않은 지극히 높은 품덕이여, 하늘의 명을 즐거워하니 어찌 근심하는 바가 있겠는가?
細故蒂芥兮 何足以疑(세고체개혜 하족이의)
초목의 가시 같은 구구한 세상사여, 어찌 의심할만한 가치가 있겠는가?
어부가 다시 물었다.
聖人不凝滯於物(성인불응체어물)
옛날 성인들께서는 어느 한 가지 일에만 매달리시는 법이 없으셨고
而能與世推移(이능여세추이)
세상의 돌아가는 추이에 따라 능히 어울릴 수가 있었소.
世人皆濁(세인개탁)
세상사람들이 모두 탁하다고 한다면
何不淈其泥(하불굴기니)
어찌하여 그 세상 사람들이 빠져 있는 진흙탕에 같이 들어가
而揚其波(이양기파)
그 흙탕물을 튀겨서 파고를 일으켜 보기도 하고
衆人皆醉(중인개취)
세상 사람들이 모두 취해 있으면
何不餔其糟(하불보기조)
어찌하여 먹다 남긴 술지게미만을 얻어 배불리 먹고
而歠其釃(이철기시)
그 거른 술을 같이 마시지 않는가?
何故深思高擧(하고심사고거)
그대의 생각이 얼마나 깊고 몸은 또한 고고하다고
自令放爲(자령방위)
스스로 화를 취하여 쫓겨나게 되었는가?
굴원이 대답했다.
吾聞之(오문지)
내가 듣기에
新沐者必彈冠(신목자필탄관)
새로 머리를 감으려는 사람은 필히 관을 벗어서 털어야 하고
新浴者必振衣(신욕자필진의)
새로이 몸을 씻으려는 사람은 필시 옷을 벗어 흔들어야 한다고 했소.
安能以身之察察(안능이신지찰찰)
어찌 이 맑고 깨끗한 몸으로
受物之汶汶者乎(수물지문문자호)
더럽고 욕된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겠소?
寧赴湘流(영부상류)
내가 설사 상수에 물결에 빠져
葬於江魚之腹中(장어강어지복중)
수장되어 고기들의 밥이 된다 할지언정
安能以晧晧之白(안능이호호지백)
어찌 희고 깨끗하며 결백한 마음의 내 몸에
而蒙世俗之塵埃乎(이몽세속진애호)
이 속된 세상의 먼지를 뒤집어 쓸 수 있겠습니까?
어부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노를 뱃전에 두드리며 떠나가면서 노래를 불렀다.
滄浪之水淸兮(창랑지수청혜)
맑고 맑은 창랑의 강이여!
可以濯吾纓(가이탁오영)
내 갓끈을 씻을만하구나
滄浪之水濯兮(창랑지수탁혜)
탁하고 탁한 창랑의 강물이여
可以濯吾足(가이탁오족)
내 발을 씻을만하구나
어부는 마침내 가 버리더니 다시는 그 소식은 전해 듣지 못했다. 그리고 얼마 후에 굴원은 <회사(懷沙)>라는 부(賦)를 지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陶陶孟夏兮(도도맹하혜)
햇볕이 따가운 초여름이라
草木奔奔 (초목망망)
초목이 무성도하구나.
傷懷永哀兮(상회영애혜)
쓰라린 마음에 영원한 슬픔 안고
汩徂南土(율조남토)
유유히 흘러서 남쪽 땅으로 가련다.
瞬兮杳杳(순혜묘묘)
쳐다만 보아도 아득하고 멀어서
孔靜幽黙(공정유목)
조용한 것이 소리조차 없구나.
鬱結紆軫兮(울결우진혜)
답답하고 울적한 마음
離愍而長鞠(이민이장국)
시름에 겨우니 못내 괴롭다.
撫情效志兮(무정효지혜)
정(情)을 억누르고 뜻을 헤아려
寃屈而自抑(원굴이자억)
원통함을 삼키고 스스로 참네.
刓方以爲圜兮(완방이위환혜)
모난 것을 깎아서 동그라미 만들어도
常度未替(상도미체)
일정한 규범은 바꾸지 않는데,
易初本廸兮(이초본적혜)
근본(根本)이나 초지(初志)를 고치는 것은
君子小鄙(군자소비)
군자(君子)가 얕보는 것이라.
章畫志墨兮(장화지묵혜)
먹으로 분명히 그려 놓은
前圖未改(전도미개)
옛날의 설계는 고치지 않으며,
內厚質正兮(내후질정혜)
충정이 후덕하고 성질이 올바르기를
大人所盛(대인소성)
대인(大人)이 기리는 바요.
巧倕不斲兮(교수불착혜)
교수(巧倕)라도자르지 않는데
孰察其揆正(수찰기규정)
누가 그 칫수의 바름을 알겠나?
玄文處幽兮(현문처유혜)
검은 무니가 어두운데 놓이면
矇睡謂之不章(몽수위지부장)
청맹과니는 불분명타 하고
離婁微睇兮(이루미제혜)
이루(離婁)가 실눈을 뜨더라도
瞽以爲無明(고이위무명)
소경은 못 보는 줄로 여기지.
變白以爲黑兮(변백이위흑혜)
흰색을 바꾸어 검다고 하고
倒上以爲下(도상이위하)
위를 거꾸로 아래라 한다.
鳳凰在笯兮(봉황재노혜)
봉황(鳳凰)은 새장 속에 있는데
雞鶩翔舞(계목상무)
닭과 집오리는 나다니며 춤을 추네.
同糅玉石兮(동류옥석혜)
옥(玉)과 돌을 한 곳에 섞어 놓고
槪面相量(개면상량)
하나의 평미래로 재려고 하니
夫惟黨人之鄙固兮(부유당인지비고혜)
저 도당들의 비천함이여!
羌不知余之所藏(강부지여지소장)
내가 가진 것의 값어치를 모른다.
任重載盛兮(임중재성혜)
무거운 짐을 많이도 실어
陷滯而不濟(함체이부제)
바퀴가 빠져서 움직이질 않네.
瑾握瑜兮(회근악유혜)
아름다운 보석을 품고 있지만
窮不知所示(궁부지소시)
길이 막혔으니 보일 데를 모르겠다.
邑犬之群吠兮(읍견지군폐혜)
마을 개들이 떼지어 짖는 것은
吠所怪也(폐소괴야)
이상한 사람있어 짖는 것이고
非俊疑傑兮(비준의걸혜)
영웅과 호걸을 비방하는 건
固庸態也(고용태야)
본래가 용렬해서 그렇다.
文質疏內兮(문질소내혜)
무늬와 바탕은 안으로 갖췄으니
衆不知余之異采(중부지여지이채)
중인(衆人)들은 이채로운 걸 모르고
材朴委積兮(재박위적혜)
재목과 원목이 산처럼 쌓여 있어도
莫知余之所有(막지여지소유)
내 것인 줄 모르는 구나.
重仁襲義兮(중인습의혜)
어짐(仁)이 겹치고 정의가 이어지고
謹厚以爲豊(근후이위풍)
근신과 온후함이 풍성하여도
重華不可迕兮(중화불가오혜)
순임금님은 만날 수 없으니
孰知余之從容(숙지여지종용)
누가 나의 거동을 알아나 줄까?
古固有不竝兮(고고유불병혜)
옛적에도 성군과 현신이 같이 나지 않는
豈知其何故(기지기하고)
까닭을 어찌 알기나 하랴?
湯禹久遠兮(탕우구원혜)
탕(湯)과 우(禹)는 먼 옛날이야기
邈而不可慕(막이불가모)
아득하여 생각할 수도 없다.
懲違改忿兮(징위개분혜)
잘못을 뉘우치고 원한을 삭이고
抑心而自强(억심이자강)
마음을 억눌러서 스스로 참아
離愍而不遷兮(이민이불천혜)
시름이 겨워도 변하지 않으리니
願志之有像(원지지유상)
이 뜻을 본보기로 하리라.
進路北次兮(진로북차혜)
길을 나아가 북쪽에 다달으니
日昧昧其將暮(일매매기장모)
해는 뉘엿뉘엿 어두워진다.
舒憂娛哀兮(서우오애혜)
시름을 풀고 서글픔을 달래며
限之以大故(한지이대고)
지나간 큰일들을 마감하리라.
亂曰(난왈)
노래 끝에 이르기를,
浩浩沅湘(호호원상)
넘실거리는 원수(沅水)와 상수(湘水)
分流汩兮(분류율혜)
두 갈래로 굽이쳐 흐르고
脩路幽蔽(수로유폐)
닦아 놓은 길은 깊숙이 가리워 져
道遠忽兮(도원홀혜)
저쪽 편 먼 길은 사라져 버린다.
懷質抱情(회질포정)
가슴에 품은 도타운 정은
獨無匹兮(독무필혜)
비할데 없이 우뚝하지만
伯樂旣沒(백락기몰)
백락(伯樂)이 이미 죽었으니
驥焉程兮(기언정혜)
천리마를 어찌 알아보려나?
萬民之生(만민지생)
만민(萬民)이 한 세상에 태어나
各有所錯兮(각유소착혜)
각기 제자리가 있거늘
定心廣志(정심광지)
마음을 정하고 뜻을 넓히면
余何畏懼兮(여하외구혜)
내 무엇을 두려워하랴?
增傷爰哀(증상원애)
상심이 더하여 서럽게 울며
永歎喟兮(영탄위혜)
기다랗게 한숨을 쉰다.
世溷濁莫吾知(세혼탁막오지)
세상이 혼탁하여 알아주는 이 없으니
人心不可謂兮(인심불가위혜)
사람의 마음을 일깨울 수 없구나.
知死不可讓(지사불가양)
죽음을 물릴 수 없음을 알았으니
爰勿愛兮(원물애혜)
애석하다 여기지 말아라.
明告君子(명고군자)
분명히 군자에게 고하노니
吾將而爲類兮(오장이위류혜)
내 이제 충신의 본보기가 되리라!
굴원은 마침내 가슴에 돌을 품고 멱라강에 몸을 던져 죽었다.
굴원이 죽은 후에 초나라에 몇몇 문사들이 있어서 뛰어난 문장으로 부를 잘 지어 칭송을 받았다.
이들은 굴원의 자유분방함을 본받은것이었는데
그러니 감히 굴원처럼 직간하는 비판 정신을 드러내지는 못했다.
그뒤 초나라는 나날이 쇠약해져서 결국 진나라에 의해 멸망하고 말았다.
이후에 후세사람들은 굴원을 불쌍히 여기고 그를 흠모하여 굴원이 죽은 날이라고 알려져있는 5월5일(단오)
날이 되면 매년 찹쌀로 종자떡을 만들어 먹고 강물에 송편같은 종자떡을 던져준다.
그리고 그것은 "굴원의 시신을 뜯어먹지 말고 이 떡을 먹으라" 하는 뜻으로
그만큼 중국인들의 굴원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큰지 잘 보여주는 풍습이다.
또한 중국남부지방에서는 단오날 수많은 사람들이 용선을 타고 배를 저어 강을 달리는 경주를 하는데
이또한 굴원을 추모하고 물고기를 물리치며 굴원의 시신을 찾아 강을 헤매이는 것을 재연한 풍습이라 할수있다.
사마천은 굴원을 "해와 달과 더불어 빛을 뿌린다고 한 말은 지당하다"고 했으며 이백도 "초나라 궁전 간곳없고 공산만 남았는데 굴원의 사부는 해. 달인양 떠 있구나." 라고 절찬했다.
굴원은 그만큼 중국인들의 가슴속에 깊이 남아있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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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생(賈生)의 이름은 의(誼)라 하고 낙양출신이다.
18세때 이미 시경을 외어서 군내에서 그 이름이 높았다.
오정위가 하남태수로 있을때 가의가 수재라는 소문을 듣고 문하에 두어 매우 총애했다.
당시는 효문황제 초기였다.
효문제가 둘러보니 오정위의 치적이 천하 제일이었다.
게다가 오정위는 진나라의 재상이었던 이사와 동향 사람이었고 또한 오정위가 이사의 학설에 능통하다는 소문을 들었기때문에 하남에서 그를 불러다가 정위로 삼은것이다.
오정위는 가생이 비록 나이 어리지만 제자백가의 설에 매우 능통하다하여 가생을 천자께 추천 하였다.
그래서 효문황제는 가생을 불러 만나보고 그를 박사로 삼았다.
가의는 그때 20살로 여러 박사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렸다.
황제가 칙령을 내릴때마다 그 초안을 지을때 황제가 자문을 구했는데
대부분의 노 박사들이 답변을 시원하게 하지 못할때 가의는 막힘없이 대답하였다.
노 박사들은 항상 자기가 말하고 싶은것을 가의가 말해주었다고 칭찬 했으며 그의 재능을 인정했다.
그래서 다른 박사들도 가의를 시기하지 않고 오히려 자기들이 가생의 재주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황제역시 그러한 가생의 재주를 매우 흡족해하였고 가의를 고속으로 특진시켜 일년만에 태중대부로 삼았다.
한나라가 일어나서 효문제가 즉위하기까지 약 20년이 지난 당시에는 천하가 화평하고
백성이 안락했으므로
이때 가생이 마땅히 역법을 바꾸고 ,관복의 색을 바꾸고,제도를 정비하고,관명을 정하고,
예악을 일으켜야겠다 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법제의 초안을 작성했다.
색깔은 황색을 숭상하고,수는 다섯을 기준으로 삼으며 관직명을 새로 만들어 진나라의 모든 법제를 개선하려 했다.
효문제는 즉위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법을 바꾸려는 마음이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곳에서 터졌다.
가생이 만든 법령중에'모든 열후들은 봉국으로 돌아가서 자기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라는 조항 때문이었다.
황제는 여러 대신들을 소집하여 가생이 만든 법령을 시행할것인지 말것인지를 상의하지 않을수 없었다.
황제는 그것을 약간 비틀어서 가생을 공경으로 승진시킬것인지 아닌지로 바꾸어 논의하도록 하였다.
이에 강후 주발.영음후 관영.동양후 장상여.풍경 등의 대신들이 가생을 비방하고 이구동성으로 가생의 잘못을 지적했다.
<낙양의 저 젖비린내나는 어린선비가정권을 잡으려 법령을 어지럽혀 조정을 문란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황제는 대신들의 뜻이 가생을 미워한다는것을 알고 가생의 법령을 물리치고
그를 장사왕의 태부로 좌천시켜 버리고 말았다.
장사땅으로의 부임길에 오른 가생은 가는 길에 장사땅이란곳이 지대가 낮은 습지대 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가생은 습한곳으로 가면 자기가 오래살지 못할것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좌천되어 가는길이니 가생은 자연히 마음이 우울할수밖에 없었다.
가생은 상수를 건너가려다가 문득 옛 초나라의 굴원을 생각해냈다.
그래서 가생은 굴원을 애도하는 조문을 지었다.
가생은 글을 지어 강에 던져넣고 굴원을 애도했다.
그 내용이 다음과 같다.
恭承嘉惠兮俟罪長沙(공승가혜사죄장사)
은혜를 받고서 장사에서 죄를 기다린다.
仄聞屈原兮自湛汨羅(즉문굴원혜자담멱라)
어렴풋이 들으니 굴원이 멱라에 잠겼다기에
造托湘流兮敬弔先生 (조탁상류혜경조선생)
상강의 물에 몸을 맡겨 선생을 조문한다.
遭世罔極兮迺隕厥身(조세망극혜내운궐신)
세상이 망극하여 그 몸을 바쳤다니
嗚呼哀哉兮逢時不祥(오호애재혜봉시불상)
슬프도다! 좋을 때를 만나지 못함이여.
鸞鳳伏竄兮鴟鴞翶翔(난봉복찬혜치효고상)
난봉은 잡새를 피해 숨고 올빼미가 날개를 편다.
闒茸尊顯兮讒諛得志(탑용존현혜참유득지)
탑용(闒茸)이 높이 나와 참소(讒訴)에서 뜻을 얻어
賢聖逆曳兮方正倒植(현성역예혜방정도식)
현성(賢聖)이 역(逆)이 되니 옳은 이가 거꾸로 됐네.
謂隨夷溷兮謂跖蹻廉(위수이혼혜위척교렴)
변수(卞隨)와 백이(伯夷)는 탁다하고 척교(跖蹻)가 청렴탄다.
莫邪爲鈍兮鉛刀爲銛(막야위둔혜연도위섬)
막야(莫邪)가 둔하고 연도(鉛刀)가 날카롭다고 해서
于嗟黙黙生之亡故兮(우차묵묵생지망고혜)
아아! 이유없이 선생은 묵묵히 화(禍)입었다.
斡棄周鼎寶康瓠兮(알기주정보강호혜)
주정(周鼎)을 버리고 강호(康瓠)가 보배라하고
騰駕罷牛驂蹇驢兮(등가파우참건려혜)
피로한 소가 수레를 끌고 절뚝발이 노새를 참마(驂馬)로 하네.
驥垂兩耳服鹽車兮(기수양이복염거혜)
천리마는 귀가 늘어져 소금수레나 끌고 있고
章甫薦屨漸不可久兮(장보천구점불가구혜)
장보(章甫)가 신발에 깔리니 오래가지 못하리라.
嗟苦先生獨離此咎兮(차고선생독리차구혜)
아아! 선생 홀로 이 허물에 걸렸구나!
誶曰(수왈)
노래를 다 부르고 일러 가로되,
已矣國其莫吾知兮(이의국기막오지혜)
누구도 알아주지 않으니 별수가 없구나
子獨壹鬱其誰語(자독일울기유어)
선생 혼자 울분하여 누구에게 말을 할까?
鳳飄飄其高逝兮(봉표표기고서혜)
봉황은 표표히 높은 데로 오르며
夫固自引而遠去(부고자인이원거)
스스로를 끌어서 먼 곳으로 가버리고
襲九淵之神龍兮(습구연지신용혜)
구연(九淵) 속의 신룡(神龍)은
沕淵潛以自珍(물연잠이자진)
깊이 깊이 진중(珍重)하게 잠겨서
偭蟂獺而隱處兮(면고달이은처혜)
도마뱀을 피하여 숨어 있구나.
夫豈從蝦與蛭螾(부기종하여질인)
새우 거머리 따위를 어찌 따를 것인가?
所貴聖之神德兮(소귀성지신덕혜)
귀하게 여길 바는 성인의 신덕(神德)이니
遠濁世而自藏(원탁세이자장)
탁세(濁世)를 멀리하여 스스로를 숨김이라.
使麒麟可係而羈兮(사기린가계이기혜)
기린(麒麟)도 고삐매어 매어 둔다면
豈云異夫犬羊(기운이대견양)
개와 양과 다를 것이 그 무엇인가?
般紛紛其離此郵兮(반분분기리차우혜)
분분한데 섞여서 이런 허물 얻었으니
亦夫子之故也(역부자지고야)
역시나 부자(夫子-屈原)의 잘못인지
歷九州而相其君兮(역구주이상기군혜)
구주(九州)를 두루 돌아 그곳 임금 도울 것을
何必懷此都也(하필회차도야)
하필이면 이 도성(都城)에만 마음을 뒀나?
鳳凰翔于千仞兮(봉황상우천인혜)
봉황(鳳凰)은 천인(千仞)을 높이를 날다가
覽德輝而下之(남덕휘이하지)
덕이 빛나는 것을 보면 내려오고
見細德之險微兮(견세덕지험미혜)
덕(德)이 없고 험악(險惡)하면
遙增擊而去之(요증격이거지)
날개 거듭치고서 멀리 떠나버린다.
彼尋常之汗瀆兮(피심상지한독혜)
저 심상(尋常)한 조그만웅덩이에
豈容呑舟之魚(기용탄주지어)
배를 삼킬 큰 고기를 담을 수야 있으랴.
橫江湖之鱣鯨兮(횡강호지전경혜)
강호(江湖)에 가로누운 상어 고래가
固將制於螻蟻(고장제어루의)
땅강아지나 개미에게 제압당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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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생이 장사왕의 태부로 부임해온지 어언 3년이 되었다.
어느날 한마리 부엉이가 가생의 관사 방안으로 날아들었다.
"이제 내가 죽을때가 되었는가?"
초나라에서는 부엉이를 복(鵩)이라 불렀다.
이는 검은색을 뜻하고 그 의미는 흉하다는 내용이었다.
가생은 습지대인 장사땅에 좌천되어 있었으므로 이미 오래살지 못할것이라 생각하던차에 부엉이를 보자 어떤 예감을 받은것이었다.
가생은 매우 우울하여 사 를 지어 스스로를 위로하였다.
그 사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單閼之歲兮 四月孟夏 (단연지세혜 사월맹하)
정묘년(丁卯年), 4월 맹하(孟夏)
庚子日施兮 服集予舍(경자일시혜 복집여사)
경자일(庚子日) 해가 서쪽으로 기울었음이여, 부엉이 한 마리가 내 집으로 날아왔도다!
止於坐隅兮 貌甚閑暇(지어좌우혜 모심한가)
내 방 모서리에 앉았음이여, 그 모습이 매우 한가롭구나!
異物來集兮 私怪其故(이물래집혜 사괴기고)
예사롭지 않게 날아든 생물이여, 가만히 생각하니 그 까닭이 괴이하도다!
發書占之兮 策言其度(발서점지혜 책언기탁)
서책을 꺼내어 점을 쳐봄이여, 점사가 그 길흉을 알려주노나!
曰“野鳥入處兮 主人將去(왈야조입처혜 주인장거)
이르기를 “ 집으로 날아드는 들새여, 주인이 장차 떠날 괘로다!
請問於服兮“予去何之(청문어복혜 여거하지)?
물어보건대 부엉이여, 내가 어디로 떠난단 말인가?
吉乎告我 凶言其災(길호고아 훙언기재)
길하면 내게 고하고 흉하면 그 재앙을 알려다오!
淹數之度兮 語予其期(엄수지탁혜 어여기기)
생사의 늦고 빠름으로 정해진 운명이여, 그 기일을 나에게 말해다오!
服乃歎息 舉首奮翼(복내탄식 거수분익)
부엉이가 이내 탄식하며 머리를 들고 날개를 퍼득인다.
口不能言 請對以意(구불능언 청대이의)
입으로는 말을 할 수 없으니 마음으로 대답할 것을 청하노라!
萬物變化兮 固無休息(만물변화혜 고무휴식)
변화무쌍한 세상의 만물이여, 결코 멈추는 곳이 없음이라!
斡流而遷兮 或推而還(알류이천혜 혹추이환)
휩쓸려가는 소용돌이여, 다시 밀려서 돌아오는 구나!
形氣轉續兮 變化而蟺(형기전속혜 변화이선)
서로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외형(外形)과 내기(內氣)여, 매미가 허물 벗듯이 변하는 구나!
沕穆無窮兮 胡可勝言(물목무궁혜 호가승언)!
정교하고 심원하며 무궁한 세상의 도리여, 어찌 말로 이야기 할 수 있겠는가?
禍兮福所依 福兮禍所伏(화혜복소의 복혜화소복)
화는 복에 기댐이여, 복은 화 속에 묻혀 있도다!
憂喜聚門兮 吉凶同域(우희취문혜 길흉동성)
한 문에 모이는 근심과 기쁨이여, 길하고 흉한 것은 같은 곳에 머무네!
彼吳強大兮 夫差以敗(피오강대혜 부차이패)
저 강대했던 오나라여, 부차가 이로 인하여 망했구나!
越棲會稽兮 勾踐霸世(월서휘계혜 구천패세)
회계에서의 농성했던 월나라여, 그것으로 구천(句踐)은 천하의 패자가 되었구나!
斯遊遂成兮 卒被五刑(사유수성혜 졸피오형)
진나라에 유세하여 대업을 이룬 이사(李斯)여, 결국은 오형(五刑)을 받고 멸족되었구나!
傅說胥靡兮 乃相武丁(부열서미혜 내상무정)
형도(刑徒)로 노역을 하던 부열(傅說)이여, 이내 무정제(武丁帝)의 재상이 되었구나!
夫禍之與福兮 何異糾纆(부화지여복혜 하이규묵)
무릇 화가 복을 데리고 다님이여, 새끼줄이 서로 얽혀 꼬여 있음과 무엇이 다른가?
命不可說兮 孰知其極(명부가설혜 수지기극)!
말로 이야기할 수 없는 천명이여, 누가 그 지극함을 알 수 있겠는가?
水激則旱兮 矢激則遠(영격즉한혜 시격즉원)
물이 격해지면 사납게 됨이여, 화살에 강한 힘이 실리면 멀리 나가도다!
萬物回薄兮 振蕩相轉(만물회박혜 진탕상전)
만물이 돌고 순환함이여, 부딪치고 서로 돌도다!
雲蒸雨降兮 糾錯相紛(운증우항혜 규착상분)
구름이 되고 증발하여 비가 내림이여, 서로 얽히고 교차하니 분분하구나!
大專檗物兮 坱圠無垠(대전벽물혜 앙알무은)
천지만물을 창조한 조물주여, 한없이 넓은 세상에 가득찼구나!
天不可與慮兮 道不可預謀(천불가여려혜 도불가예모)
하늘의 뜻은 너무 높아 예측할 수 없음이여, 천도는 너무 심원하여 미리 도모할 수 없도다!
遲數有命兮 惡識其時(지수유명혜 악식기시)
빠르고 늦은 저 마다 운명이여, 어찌 그 때를 알 수가 있겠는가?
且夫天地爲爐兮 造化爲工(차부천지위로혜 조화위공)
또한 하늘과 땅을 구워낸 풀무여, 공인의 조화로다!
陰陽爲炭兮 萬物爲銅(음양위탄혜 만물위동)
음양은 숯으로 변했음이여, 만물은 구리가 되었음이라!
合散消息兮 安有常則(합산소식혜 안유상즉)
합치고 흩어지고 녹이고 더함이여, 어찌 일정한 법칙이 있겠는가?
千變萬化兮 未始有極(천면만화혜 미시유극)
천 번 변하고 만 번 화함이여, 처음부터 끝이 없구나!
忽然爲人兮 何足控摶(홀연위인혜 하족공박)
홀연히 사람으로 태어남이여, 내 어찌 오래 사는 것에 연연하겠는가?
化爲異物兮 又何足患(화위이물혜 우하족환)!
사람이 죽어 다른 것으로 변함이여, 내 어찌 근심하랴?
小知自私兮 賤彼貴我(소지자사혜 천피귀아)
자기만을 생각하는 지혜롭지 못한 자여,남은 천시하고 자신은 높이도다!
通人大觀兮 物無不可(통인대관혜 물무불가)
그러나 세상을 대관하는 통달한 사람이여, 생사화복(生死禍福)이 마땅하지 않음이 없구나!
貪夫殉財兮 烈士殉名(탐부순재혜 열사순명)
탐욕스러운 사람 재물에 목숨을 검이여, 열사는 명예로운 이름에 거는구나!
誇者死權兮 品庶馮生(과자사권혜 물서풍생)
허명을 쫓는 사람 권세에 목숨을 검이여, 평범한 사람은 삶에만 매달리는구나!
怵迫之徒兮 或趨西東(술박지도혜 혹추서동)
명리에 유혹되고 빈천에 쫓기는 자들이여,이리저리 달리느라 분주하구나!
大人不曲兮 億變齊同(대인불곡혜 억변제동)
결코 물욕에 현혹되지 않은 대인이여, 억만 번 변해도 한결 같구나!
拘士系俗兮 窘若囚拘(구사계속혜 군약수구)
세속에 묶인 어리석은 사람이여 자신을 죄수처럼 가두는구나!
至人遺物兮 獨與道俱(지인유물혜 독여도구)
만물을 초월한 지극한 덕성의 사람이여, 홀로 도(道)와 함께 하는구나!
眾人惑惑兮 好惡積億(중인혹혹혜 호오적억)
미혹에 빠진 세상 사람들이여, 호오를 가슴에 쌓도다!
真人淡漠兮 獨與道息(진인담막혜 독여도식)
담백무위(淡白無爲)의 진인(眞人)이여, 홀로 도(道)와 함께 머무르고 있구나!
釋知遺形兮 超然自喪(석지유형혜 초연자상)
지혜도 버리고 형체도 벗어남이여, 자신도 잊어 초연하구나!
寥廓忽荒兮 與道翱翔(료곽홀황혜 여도고상)
광대무변하고 황홀한 경지여, 도(道)와 함께 훨훨 공중을 나는도다!
乘流則逝兮 得坻則止(승류즉서혜 득지즉지)
물길을 타고 흘러감이여, 모래섬에 부딪치면 멈추도다!
縱軀委命兮 不私與己(종구위명혜 불사여기)
육신을 내놓아 운명에 맡김이여, 자기의 몸은 사사로운 것이 아니도다!
其生若浮兮 其死若休(기생약부혜 기사약휴)
뜬 구름과 같은 삶이여, 죽음은 휴식처로다!
澹乎若深 淵止之靜(담호약심연지지정)
마음의 담담함은 깊은 심연의 고요함과 같고
汜乎若不系之舟(사호약불계지주)
공중에 둥둥 떠다님은 줄에 매이지 않은 작은 배라
不以生故自寶兮 養空而浮(불이생고자보혜 양공이부)
살아 목숨에 연연하지 않음이여, 마음을 비워 구름처럼 떠다니도다!
德人無累兮 知命不憂(덕인무루혜 지명불우)
세속에 찌들지 않은 지극히 높은 품덕이여, 하늘의 명을 즐거워하니 어찌 근심하는 바가 있겠는가?
細故蒂芥兮 何足以疑(세고체개혜 하족이의)
초목의 가시 같은 구구한 세상사여, 어찌 의심할만한 가치가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