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독오독에서 황정은 작가님의 [아무도아닌]에 대한 다른분들의 독후감을 접하면서 정말 큰 충격을 받았거든요 나는 왜 저 상징이나 은유들을 하나도 캐치하지 못했을까?! 그땐 '나는 이제 갓 문학을 읽기 시작한 사람'이고, '다른분들은 문학을 분석하는 법을 배운적이 있으실거야(?)'하면서 힘겹게 합리화 했었어요 ㅎㅎ
그동안 제가 읽은 책들은 장편 위주였나봐요 충분한 묘사가 있고, 어찌되었든 결말로 가는 과정을 통해 독자를 (100%는 아니더라도) 납득시키는 부분이 있죠 [아무도아닌]을 읽을 때는, 담담한 작가의 문체에 빠져들긴 했지만, 그래서 어쨌다고? 그냥 이런 일이 있었다고 말하는거야? 정도로 줄거리 파악 외엔 할 수 있는게 없었거든요
며칠 전에 김영하 작가님의 [오직두사람] 단편집을 읽었어요 이건... 더 불친절하다는 느낌이네요 모두가 열린 결말이에요 ㅎㅎ 오랜 친구들과 우리도 이제 교양을 쌓자며 독서토론을 시작하고 첫 소설작품인데, 친구 하나가 교보문고에서 이 책을 다 읽고오겠다는거에요 두어시간이면 읽는다면서. 그래서 워워. 독서는 작가와 대화하는거래. 하고 찬찬히 음미하기를 제안했지만, 워낙에 인기작이라 도서관대출도 안되는 바람에 그 친구는 그렇게 하기로 했어요. 저는 독서토론에서 나름의 상징과 은유들을 분석하고 함께 얘기해보자,라는 의미부여를 하고있는데 그 친구는 "알쓸신잡에서도 김영하 작가가 문학엔 답이 없다고 했잖아, 그런데 그걸 왜 굳이 힘들게 읽어야 해?"라고 하더라고요 문학에 정해진 정답은 없어도 본인만의 정답을 찾아가는 여정이어야 한다는 제 생각은 잘못된 걸까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그 친구에게 문학을 해독하는 즐거움을 알려주자 결심했는데, 전 결국 이해조차 못하게 됐어요 ㅠㅠ
이 책도 오독오독을 해서 다른분들 답안지를 흠쳐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더라고요.. 아 물론 답안지라는 말은 부정적인 거지만.. 그만큼 다른분들 설명에 설득당하고 싶었어요.. 음 이건 아닌거같애 내 생각은 달라 또는 우오오 이걸 어떻게 알아냈지 맞아맞아 이거야 하면서...
다른 분들은 단편집 어떻게 읽고 계세요? 도대체 왜 저 등장인물들을 서술해야 했는지, 이해되지않는 인과관계 속에 문득 끝나버린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그리고 [오직두사람] 속 작품들을 읽어보신 분들은 어떤 감상을 하셨는지 제가 좀 들어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