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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wedlock_136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냠냠a
추천 : 18
조회수 : 4525회
댓글수 : 19개
등록시간 : 2020/07/16 02:56:41
결혼 햇수8년차 아내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니 좀 이상한가요?ㅎ
한동안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워
벗어나려했던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 중입니다.
결혼 초반 아이를 세번 잃어 대학병원을 찾았다가
희귀병 판정을 받았습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결국 내 몫의 고통은 어쩔 수 없더라구요.
아이를 원하던 남편의 모습들..
단 한 번도 아이없는 삶에 동의하지 않았던 사람.
그 후로 잦았던 유산에도
그저 말 없이 병상옆을 지킨 사람.
그래서 제가 남편을 밀쳐버렸습니다.
매일같이 새벽 한두시까지 술마시고
들어가 대화 한 마디 없이 씻고 자고..
남편이 나로인해 원하던 삶을, 가정을 꾸릴 수 없다는 걸
스스로 용서할 수 없었던 게 가장 컸어요.
그리고 지금 이 시기를 놓치면
이 사람은 늦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더 급했어요.
휴가때는 캐리어에 짐 싸들고 집 나가면서
나 없는동안 잘 생각해 보라고 통보해놓고
혼자 부산갔다 인천갔다..
결국 집 근처 모텔에서 일주일 꽉꽉 채워 들어갔더니
퇴근 한 남편이 울면서 얘기하더라구요.
"그래도 돌아와줘서 고마워."라고.
아이는 없어도 괜찮다고 덧붙여 하는 얘기가
저에겐 진심으로 와닿지 않았습니다.
남편 동창들 모임에서 아이 얘기가 나올 때 마다
유산얘기 꺼내기 싫어
"애 없이도 잘 살기만 하면 되죠~" 대답해도
단 한 번도 제 편이었던 적이 없었으니까요..
입밖으로 꺼내자니 자존심상하고
그러안고 삭히자니 버틸수가 없었어요.
그저 벗어나고 싶을 뿐.
음주귀가한 어느 날
제발 나 좀 놔달라고.. 시작된 얘기에
단 한 번도 내 편이었던 적 없는 사람 얘기를 어떻게 믿겠냐며
우는 절 보고 -놔주겠다. 는 대답에
돌아서는 순간
'이 인간, 저녁은 먹었나?'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 때 깨달았어요.
떠날때가 아니란 걸..
"밥은 먹었어?"
제 한 마디에 미안하다고 절 붙들고 펑펑 우는데
밀쳐낼 마음이 싹 사라졌었어요.
그 후로 아이는 아예 포기하고
(소파수술만 거의 10번을 했거든요.. 몸이 좀 맛이 가더라구요.)
둘이 잠깐의 신경전 외에 싸우는 일 없이
삼냥이 돌보며 잘 지내고 있어요.
그 때를 생각해보면
제가 마음에 있던 응어리를
말로 빨리 내뱉었으면 됐을 일인데
내 문제라 자존심 상하니 덮어버리려고 했던 게
가장 큰 위기상황을 만들었던 것 같아요.
역시 대화만큼 중요한 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 저한테 아이는 없는거라치지만
그래도 가끔 생각해 봅니다.
아이없는 부부는 가정을 꾸린걸까
그냥 '부부'인채로 끝나는 걸까.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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