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정말 안좋다. 진통이 생각났던 배란통, 그 후 오버나이트를 꽉 채우고 의자를 흥건히 적실 정도의 피,
2틀 지나고는 거의 나오지 않다가 갑자기 다시 나오는 혈때문에 이번 주기가 끝나면 산부인과에 가봐야지 했지만
지금 당장 이 늘어지는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 머리도 계속 빠지고..
미운 3살의 정점에 다다르며 말썽이 하늘을 찌르는 막내아이.
얘기를 하고 달래도 보고 소리를 질러도 들어 먹질 않는 아이와
얼마 전부터 급격한 스트레스를 나타내며 급기야 수면장에까지 와 유치원을 그만둔 5살 아이를 돌보려니 정말 죽을 맛이다.
그래도 다행히 쉰지 일주 되니 둘째의 상황이 많이 좋아져서 다행이긴하지만.
지금의 나를 사실 버티게 해 주는 것은 큰아이. 내 사랑, 내 보물.
저녁시간, 움직이기 조차 힘들고 숨쉬기도 답답해 신랑에게 사먹어도 되냐고 묻는 순간도 숨막혔다.
내 걱정을 하며 내가 좋을 대로 하라고 해주는 고마운 신랑이었지만 배달음식 값으로 나가는 그 이만원이 아까워서....
통장 잔고가 나를 짖눌러서..... 결국 몸을 움직인다.
점심요리에 쓰고 남은 찐감자와 소시지, 구운 돼지고기 조각들...을 주고 누워있으니 먹고 큰아이와 둘째는 잘 먹었다고 그릇을 정리하고 들어가 노는데
막내는 구지 내 곁에 와서 내 속을 긁는다...... 막내와 전쟁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한참 큰아이와 작은 아이가 방에서 조용히 있더니 잘 시간이 오자 땀을 뻘뻘 흘리며 같이 내게 온다.
그 무거운 매트를 펴고 그 고사리 같은 손으로 양쪽 모서리를 잡고 이불을 폈다.
엄마가 힘들어 보여 나를 도와주고 싶었다고 한다.
막내가 엎어놓은 장난감 상자도 말끔히 치워져있다.
내게 와서 엄마가 고생하는거 안다고 나를 안아준다. 이렇게 친절한 엄마라서 고맙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샤워를 시키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엄마같은 엄마를 바랐는데 그런 엄마라서 다행이라며 나를 사랑한다고 한다.
엄마가 왜 우리를 혼내는지, 그건 우리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게 알려주는 걸 안다고 한다.
지금은 힘들지만 엄마가 지금처럼 막내를 잘 키우면 막내가 좋은 어른이 될 꺼라고,
오늘도 고생 많았다고 우리 가족이 항상 같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세상에 이런 보물같은 아이가 내 곁에 와줘서.
내가 이런 아이를 양육할 수 있어서.
내가 이 아이와 같이 성장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