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복스에 관한 얘기가 아주 가끔 나올때마다 이하늘 사건이 언급되기도 하고 이미 지난일로 치부하기에 당시의 폭언이나 베이비복스의 안티팬들로 베이비복스는 엄청 힘들었죠.
그런데 정작 사건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글은 별로 없는 듯 해서 시간도 지났고 나름 공소시효도 끝났다싶어 정리해보려 합니다.
먼저 그 사건을 짧게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2pac은 미국의 랩퍼이자 배우와 사상가로 활동한 사람입니다. 2pac은 1996년 총에 맞아 사망했고 이후 그의 기획사에선 사후앨범도 많이 내게 됩니다. 그러던 중 2004년 한국의 베이비복스는 "Xcstasy"라는 싱글을 발표하는데 여기에는 2pac과 Flossy P라는 흑인 랩퍼가 참여하게 됩니다. 이에 대해 DJ DOC는 2pac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베이비복스를 미아리복스라고 욕하며 여러 인터뷰에서도 강하게 비난합니다. 이후 베이비복스는 큰 상처를 입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아래는 베이비복스의 당시 뮤직비디오입니다. (가사는 글이 너무 길어져 따로 첨부하지 않았습니다.)
이 앨범은 베이비복스의 7집 타이틀곡이었습니다. 보면 Flossy P와 2pac이 나오고 베이비복스가 섹시하게 춤을 추죠.
쉽게 지나치는 이 사건의 맹점을 말하면 당시 베이비복스는 2pac의 랩을 샘플링했다고 말했지만 사실 2pac의 노래를 샘플링 한게 아닙니다. 먼저 샘플링이란건 힙합에서 사용되는 작법으로 다른 음악의 일정 부분을 가져와 작곡하는 방법중에 하나로 보통 목소리를 가져오는건 샘플링이라고 하진 않습니다만 용어가 어찌됐든 베이비복스가 정말로 샘플링 계약을 했던거라면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엑스터시에 사용된 2pac의 랩은 2pac의 어떤 노래에도 사용한 흔적이 없었습니다.
즉 애초에 2pac의 랩을 샘플링한게 아니란거죠. 이에 관한 가장 그럴듯한 추측은 바로 Flossy P가 2pac의 미공개 음원을 갖고있었고 이를 통해 베이비복스에 접촉해 거래를 한게 아닌가라고 생각됩니다. 문제는 당연히 2pac의 음원은 2pac에 대한 저작권자가 가져가야 했다는 거죠. 심지어 뮤직비디오에는 고인의 모습을 합성한 모습까지 나옵니다.
그리고 두번째로 중요한 사실은 노래의 컨셉과 내용입니다. 사실 전 이 노래가 심의가 통과되 뮤직비디오가 나온것도, 앨범으로 발매된것도 신기합니다. 힙합스럽다면 힙합스러운데... 아실분들은 아시겠지만 노래 제목인 Xcstasy는 흔히 말하는 마약입니다. 흥분, 각성제의 역할을 하는 마약류로 노래의 내용은 말할것도 없이 섹스에 관한 내용이구요.
재밌는건 2pac의 녹음상태는 믹싱이 잘못된건지 엉망이고 박자도 잘 안맞습니다. 애초에 해당곡의 비트를 기준으로 녹음된 랩도 아닌듯하구요 ^^; 그 와중 Flossy P는 낯간지러운 가사들을 쏟아냅니다.(야한내용이 아니라 베이비복스와 자신, 2pac에 대한 스웩을 쏟아내는데 솔직히 말해 내용도 랩도 심각하게 구립니다.)
2pac을 잘 모르시는 분들은 2pac이 어떤 사람인지, 왜 그가 사후에 막 휘둘러지는걸 사람들이 싫어했는지, 엉성하게 고인을 합성한 이 뮤직비디오가 욕을 먹었는지 알수없습니다.
제가 설명하는게 부족할거라고 생각합니다만... 2pac은 한국으로 치면 김광석같은 인물입니다. 아니 사실 김광석보다 더 큰 영향력을 지녔던 사람임에 분명합니다. 2pac과 싸웠던 biggie도 사실 2pac이 투어로 데리고 다니면서 유명해진 랩퍼니까요. 2pac의 부모님들은 사회운동가였고 2pac은 여러 사회문제들을 랩으로 꺼내고 여러 인터뷰에서 사상가적인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또 그의 랩에는 다른 랩퍼와 다른 울림이 있어서 한국에서 김광석의 노래를 느끼는것과 마찬가지로 흑인들은 2pac의 랩에서 여러 감정을 느낍니다. (물론 그렇다고 2pac이 고결하고 섹스나 마약과는 관계없기 때문에 베이비복스의 사건이 모욕적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단 고인에 대한 아무런 이해가 없었고 이를 이용하기만 하려한다는게 문제였죠.)
아마 DJ DOC의 이하늘은 이런 것들로 인해 그 폭언을 내뱉은게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분들은 그 당시엔 인터넷이 발달되지 않아 2pac에 대해 자세한 부분까지 알수는 없었다라고 말하지만 당시는 2004년이었고 역설적이게도 이 해에는 한국의 힙합음반들 중 명반으로 인정되는 음반의 절반정도가 출시됩니다. 오랜 기다림을 거친 가리온이나 사기당했던 다이나믹듀오, DJ 소울스케잎, 데드피 등등 그렇기 때문에 2pac에 관해서는 힙합퍼들을 수소문해서 알아봤어도 충분히 가능했죠. 또 2004년이면 인터넷이 보급되지 않았다고 보기도 어렵구요.
2pac을 김광석으로 가정해 당시의 사건을 비유하자면 일본의 한 여자 아이돌이 노래제목을 대마초로 하고 김광석의 미공개 음원과 고인의 생전 모습을 합성한 뮤직비디오와 클럽이나 섹스에 관련된 노래를 내는 것과 비슷하다고 봅니다.
당시의 베이비복스는 평균나이 고작 24세라고 나무위키에 되있는데, 2pac은 25살에 죽었습니다. 오히려 베이비복스보다 더 어린 나이에 여러 사회운동을 했던거죠.
애초 아이돌의 생리가 음악적인 구조가 아닌 사업적인 구조로 만들어져있으니 그들에겐 선택권이 없었다고 할수도 있지만 이 사건의 노래가 7집에 수록된 노래로, 이 노래 발표전에도 꽤나 오래 활동했었다는 사실을 겹쳐본다면 아이돌을 일방적인 피해자로 보는건 오히려 2pac을 너무 무시하는게 아닌가 생각되기도 하구요.
물론 베이비복스도 큰 피해자가 맞습니다. 당시 가요계의 관행으로 베이비복스의 선택지는 크게 없었다고 볼 수 있고, 작곡가나 베이비복스의 기획사는 Flossy P에게 사기당했다고 봐도 무방하죠. 그리고 이하늘은 이런 가요계의 관행을 몰랐을리 없구요 ^^; 하지만 동시에 사건의 맹점을 본다면 이하늘의 폭언이 단순하게 베이비복스를 폄훼하고, 비난하기만 하는데 집중했다라고 보기엔 여러 사연이 같이 있는거구요.
이미 지난일이니 만큼 베이비복스나 이하늘에 대해서 감정을 갖기 보다 단순히 회자되는 베이비복스 사건이 이런 스펙트럼을 갖고있구나 이해하시면 좋을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