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크 덕분에 시게가 분노로 가득차고 있지만 저는 평온한 마음으로 대통령 생각하며 글을 써 봅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당시 우리 문재인 후보님에게 점점 빠져들면서 민주당원 가입하고 마치 팬클럽 회원처럼 대선을 지켜봤었죠. 고등학생 시절 좋아하던 소녀시대나 원더걸스 바라보듯 덕질하고 우리 후보 흠집내면 달려가 방어하곤 했더니 정말 영원히 나만의 스타로 간직하고 싶어질만큼 좋아하게 되더라고요. 사실 우리 대통령께서도 대선 레이스 내내 팬심을 잘 누려주고 당당하게 스스로 대세라며 덕후들의 얼굴에 미소를 띄워 주셨지요. 그런데요, 요즘 보면 좀 그래요. 요즘엔 어찌보면 이제 내 스타 아닌 것 같단 말이에요. 뭐 다 좋아하잖아요, 국민들이. 나는 2012년때부터 그랬고 그 대선 패배 후에도 참 숨죽이며 지켜보고 지지하면서 때를 함께 기다렸는데. 나 애쓴 건 당선일 하루 정도 알아주고는 전 국민의 80프로 내외의 지지를 받잖아요. 내 생각엔 내가 진짜 지지자인데 이제 뭐 누가 언제부터 얼마나 좋아했는지를 구분하기 힘들어진 거예요. 다시 그런데요, 오늘 설거지 하면서 살짝 드는 생각이, 우리 문대통령 참 대단하다 싶어요. 대선 레이스 때 이미 대세였죠. 당선 가능성이 투표 전부터 상당히 높았잖아요. 그러면서 대선 과정은 마치 스타가 팬들과의 만남 전국 투어처럼 보냈죠. 기존 지지층은 정말 단단해졌고 하루하루 푹 빠져갔죠. 돌이킬 수 없게 된거죠. 지지자 바꾸기엔 이 사람 좋은걸 너무 심하게 알아버렸지요. 아마 다른 후보자 지지층은 내심 부러워서 슬쩍 지지후보를 바꾸기도 했겠죠. 몇몇은 불안하기도 했겠죠. 소위 문빠에 의한 문재인 정부에서 자신들이 배제되어 버리면 어쩌나 하고요. 상상해보세요. 아니 상상할 것도 없죠. 503 당선 이후 우리 마음 있잖아요. 그거죠. 또 다시 그런데요, 아니 내 대통령이 취임 이후부터 일하는 모습을 곱씹어 보니 이런 목소리가 들려요. '오래 고생한 저의 동지이자 가족인 지지자 여러분! 대통령이라는 직책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제 43퍼센트의 대통령이 아닌 100퍼센트의 대통령이 되어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해요ㅜㅜ 여러분이 저를 지지하며 바란 모습이 혹시 여러분만을 위한 대통령이었다면, 그 마음 이해하지만 조금만 더 너그러이 지켜봐 주세요. 여러분은 어떤 상황에서도 저를 지지해 왔지요. 저는 그 힘을 믿고 여기까지 왔고 이제 더 큰 일을 시작합니다. 이제부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됩니다. 나만의 문재인을 모두에게 나누어 주세요. 저는 꼭 모두를 위한 대통령이 되어야 해요'라고.
대선 레이스 때 시민들을 만나고 인사를 하던 모습과 최근 국내외에서 국민들을 만날 때의 모습을 비교해 봐요. 사실 거의 같겠지만, 문 대통령의 마음이 변해서가 아니라 그 자리가 변했기 때문에 '네, 저 문재인 여러분의 스타입니다.'에서 '예, 저 문재인 여러분의 가장 큰 종입니다.'로 보이는 것 같아요. 스타만들어 종살이 시키는 우리는 사실 좋은 지지자는 아닌가봐요, 우리 대통령 개인에게는. 그냥 양산에서 편하게 사시게 두었으면 요즘처럼 죽어라 일하는 종이 되진 않았을텐데. 그래도 나라를 살리고 미래를 열려면 다른 선택이 없었다는 변명을 하고 싶고 고맙고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그리고 덕질은 계속 안 멈출거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내꺼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