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서울에서 합격 소식을 전했을 때
아버지는 직장 동료에게 저녁을 샀고
어머니는 각종 모임에 빠짐없이 참석하였다.
가끔 고향 집 엘리베이터에서 이웃과 마주칠 때면
언제나 밝은 얼굴로 인사를 나누곤 하였다.
일년 후 조용히 고향에 내려온 아들은
그뒤로 서울에 올라가지 않았고
매일 아침 가방을 등에 메고
집 근처 도서관을 향하기 시작했다.
평일 오전 서울에 있어야 할 아들은
엘리베이터를 잡지 않고 계단을 내려갔다.
평일 저녁 서울에 있어야 할 아들은
엘리베이터를 뒤로한 채 계단을 올라갔다.
어느 날 예배시간에 문득 웃음이 나온 이유는
예수를 만나기 전 사마리아 여인의 행동이
자신과 너무도 닮았기 때문이었다.
매일 오후 주변의 눈을 피해
사람없는 우물가로 향했던 그 여인처럼
오늘도 남자는 인기척 없는 텅 빈 계단을
오르고 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