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고리 1호기가 1978년에 최초로 상업 운전을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40년간 원전이 가동되고 있다. 이 40년동안 한국에서 자동차, 항공기, 원전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인터넷에서 퍼 온 것으로 공식적인 자료는 아니며, 규모를 대략적으로 파악하는데 활용):
▲ 자동차 사고 : 20만명 이상 [1]
▲ 항공기 사고 : 600명 [2,3]
▲ 원전 사고 : 4명 [4] (원전의 경우 발생 확률은 낮지만 대형 사고가 일어나면 후쿠시마 사고처럼 그 파급 효과가 매우 클 수 있으므로, 대형 사고가 아직 발생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여기에 제시된 숫자가 실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원전에 의한 사망자보다 자동차와 항공기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압도적으로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국가, 지자체, 시민단체, 개인도 자동차 산업과 항공 산업을 위험 산업으로 언급하거나 하루빨리 문을 닫으라는 압력을 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항공기 추락으로 몇 백명이 몰사했다는 충격적인 뉴스가 TV를 도배하고 있어도 공항은 여전히 많은 인파로 넘쳐나고, 우리나라에서 매년 대략 4천명이 자동차 사고로 사망해도 자동차를 두렵게 여기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원전은 반대 상황에 처해 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
해외에서 수행한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5,6]에 따르면, 어떤 기술의 위험도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은 전문가와 매우 다른데 그 까닭은 전문가와 달리 일반인은 위험도를 인식할 때 위험도의 객관적인 크기보다는 다음의 여러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것이다:
▲ 기술의 위험도가 자연적인 것인가, 인공적인 것인가 - 자연 방사능에 비해 원전 방사능은 인공적인 것이니 더 위험
▲ 기술을 내가 선택한 것인가, 내게 주어진 것인가 - 원전은 국가 결정으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으나, 자동차는 내가 자발적으로 구매
▲ 기술을 내가 잘 아는가, 모르는가 - 원전은 잘 모르겠으나 자동차와 항공기는 내게 친숙
▲ 기술을 내가 제어할 수 있는가, 없는가 - 원전은 모르나, 나는 자동차를 잘 제어할 수 있음
▲ 기술이 내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가, 아닌가 - 자동차와 항공기는 내 생활에 큰 도움을 주지만, 원전이 내게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름
예를 들어, 치료/진단 목적의 의학용 방사능은 내가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이고 또 내 건강에 이익을 가져오므로, 일반인은 동일한 방사능임에도 불구하고 의학용 방사능을 원전에서 나오는 것보다 훨씬 덜 위험하게 인식한다.
이런 점 들을 고려할 때, 원전은 선악 혹은 옳고 그름의 문제이기보다는 아마도 선택의 문제일 것이다. 그래서 원전에 대해 현 정부는 과거와는 다른 선택을 진행 중인데, 이 선택의 적절성과 방법론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모든 것은 시간의 함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