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의문사를 주제로 한 연극 <이등병의 엄마> 제작자인 인권운동가 고상만입니다.
'엄마의 이름으로 대한민국을 울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많은 분들이 오셔서 연극을 보며 함께 울어주셨습니다. 영부인 김정숙 여사께서도 찾아와 이들 군 의문사 유족 엄마들의 절규에 함께해 주셨고 그렇게 약 1,600여명의 관객들이 격려와 응원을 함께 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은 이 연극을 통해 '변방의 주제였던 군 의문사가 마침내 제도권 안으로 들어왔다'며 평가해 주셨습니다. 모두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행동이 필요합니다.
연극 <이등병의 엄마>를 통해 군 의문사 유족 분들이 외친 것은 크게 두 가지 입니다. 하나는 의무복무중 사망한 군인의 명예회복이며, 다른 하나는 '왜 죽었는지 어떻게 죽었는데 누가 죽였는지' 그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지난 2009년 이명박 정권이 해체시킨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를 다시 만들어 달라는 것입니다.
지난 1948년 10월 국군 창설이래 지금까지 국방부에 의해 '자살 등으로 처리되어' 아무런 예우없이 죽어간 군인의 숫자는 약 39,000여명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국방부 제출 자료) 이를 흘러간 66년으로 나눠보면 한해 평균 600여명의 군인이 억울하게 죽어간 것입니다.
군은 사인 분류에 있어 '스스로 목을 매거나 스스로 방아쇠를 당기면' 자살로 처리합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것입니다. 맸다면 왜 맸고, 당겼다면 왜 당겼는지를 밝히는 것이 진짜 사인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요구는 군 헌병대 수사만으로 어렵습니다. 군 헌병대 수사관이 자신보다 더 높은 계급의 누군가를 조사하는 것이 계급 사회인 군에서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살로 처리할 경우, 군 지휘관에게 그 책임을 묻지 않도록 하는 <부대관리 훈령>에 따라 자살 처리가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바꾸지 않으면 안됩니다.
한해 평균 27만 여명의 청년이 입대하고 그중 매년 평균 150여명이 다시 그들의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죽어간 군인중 평균 2/3은 자살로 처리되어 그냥 버려지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귀한 아들이 그렇게 되어서는 안됩니다. 누군가에게 억울한 일은, 누구도 당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이걸 바꾸는 방법이 바로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를 만드는 일입니다.
군에서 벌어진 일을 군 헌병대만 조사하고 자기들끼리만 처리하는 현재의 군 수사체계는 결국 국민을 위한 제도가 아닙니다. 1차 수사는 헌병대가 하되, 그 수사 결과에 불만이 있는 군인의 부모가 민관 합동의 독립적 조사기구인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에 진정하도록 해야 부실한 수사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하면 1차 수사를 맡은 헌병대는 보다 더 책임있게 일할 것이며,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는 의문이 있다면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가 담당하게 함으로서 '누구도 억울하지 않은' 군 사망사고 수사체계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서명 운동을 제안합니다.
목표는 5만명입니다. 적지 않은 숫자이지만 이를 단순간에 뛰어 넘는 기적을 염원합니다. 이를 통해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를 만드는 것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국방부를 넘어서는 힘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우리가 외면한 그 고통이 언젠가는 내 불행이 되는 일을 우리는 많이 봅니다.
함께해 주시면 누구도 억울하지 않은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저도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