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때려친지 딱 일주일이 됐다. 뭘했는고 하면 집에서 자고, 일어나서 밥해먹고, 동네를 둘러보고 자전거를 주문했다. 집앞 공원에서 밤에 친구랑 맥주한잔하다 친구도 사귀고 일을 잘 그만뒀다고 생각했다.
사람은 왜 일을 하는 걸까, 왜 일을 해야할까. 사람과 일은 어울리지 않는다. 사람은 본디 게으르게 만들어진게 분명하다. 난 이 사실을 초등학교때 이미 알아냈고 그 뒤로 게으르지 않게 살아본적이 없다. 중학교때도 최선을 다해 놀았고 고등학교때도 그랬다. 하지만 뭐든 게으르게 했기 때문에 노는것도 중간, 공부도 중간이었다.
뭐든 적당히 하는 나한테 가장 큰 문제는 중간만 하는데서 비롯된 기대감으로, 쟤는 열심히 하면 잘 될텐데 하는 얘기를 들을 때면 난 부담감에 몸서리친다. 열심히 해서 잘했으면 난 짝사랑을 성공했을거고, 하던 음악도 뚝심있게 했을거다. 하지만 난 그러지 않았고 내 충실함은 오로지 게으름에 집중되어있었다.
그런고로 내가 일을 그만둔건 아주 자연스러운 결과와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난 뭔가를 그만두면 항상 여행을 했는데 그런 점에서 인생도 시작과 죽음까지의 과정이 여행과 같다고 생각이 든다.
여행은 좋다. 새로운 친구를 만나기도하고, 처음보는 사람에게 평생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다음에 또 보자는 기약없는 약속과 함께 평생 못만날거라는 직감이 페이스북으로 깨지기도하고 예상치못한 다리건너 인연을 만나기도한다. 지하철이나, 비행기로 지나쳤던 풍경이 새롭게 보이고 모니터를 쳐다보던 시간에 타는 노을을 보면 엑셀에 피로한 눈을 가득채운 노을빛과 풍경에 압도되 아무 생각도 안들고 그저 노을에 빠져든다.
스무살에 처음 한 배낭여행에서 - 가출하듯 나갔던 것을 제외하고- 경상도에서 전라도로 자전거를 타고 넘어가며 봤던 함안풍경을 잊지 못한다. 현대식 건물에 기와처마가 있던 진주도 잊을 수 없다. 화개장터를 들러서 먹은 국수도 너무 맛있었다. 내게 여행은 다음 여행이 만들어지는 계기로, 또 지난 여행을 떠올리는 기억으로 만들어져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여행은 다음 여행을 기약하게 되고 지난 여행을 다시 그려보게 된다. 처음 갔던 부산과 지금의 부산은 10년의 차이가 있지만 부산대 앞의 토스트는 내 추억속에 영원하다.
그래서 난 일을 그만두며 여행하기로 결정했다. 정확히는 일을 하던중에 여행을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이 생각은 곧, 내 머리를 삼키곤 일을 그만두는데 기폭제가 됐다. 난 여행을 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