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
곧 가는구나! 빨리 가면 좋겠다! 게임 좀 하고, 집도 지저분하게 놔둬도 뭐라고 안하니까! 친구들이랑 약속도 좀 잡고!
D-2
헉. 모레면 가는데 약속을 안 잡아놨군. 철수야, 월요일 뭐하니? 나랑 술먹자. 영수야, 화요일 뭐하니? 나랑 술먹자. 호동아, 수요일 뭐하니? 그럼 나랑 영화보자. 길동아, 목요일 뭐하니? 그럼 나랑 포커 치자. 이런 식.
D-1
드디어 내일이면 가는구나! 두근두근. 어릴 때 소풍가기 전날에 느꼈던 뱃속에 나비가 날라다니는 듯한 느낌. 묘한 기시감
D-Day
공항? 비행기가 두 시라고? 넉넉하게 가야돼. 아침 8시에 나가자. 공항에서 기다려야 한다고? 아니아니 늦는것보다 일찍 가는게 안심되고 좋잖아.
공항 데려다 주고 집에 가는 길 : 음. 좀 허전하군.
전화가 온다.
"나 이제 탔어!"
"어, 잘 갔다와~ 보고싶어 벌써!"
D+1
오, 게임도 하고, 집도 더럽게 두면 되니 좋군!
D+ 2
역시 오랜만에 친구도 만나니까 재미있고 좋다!
D+3
그래도 없으니 좀 보고싶군 ㅋㅋㅋ 그래도 나에게는 게임이 있으니까! 있다가는 친구도 만나야지!
D+4
와이프 보고싶다. 허전하니까 길동이나 만나서 술이나 마셔야겠다.
D+5
와이프가 보고싶다....
D+6
결혼 전에는 어떻게 혼자 살았지? 많이 보고싶네...
D+7
동수에게 전화가 온다. 받지 않는다. 카톡이 온다. "오늘 보자면서?"
힘이 좀 없다.
아내가 보고싶다.
"몸이 좀 안 좋아서..."라고 쓴다.
몸이 정말 안 좋은 것 같다.
D+8
왜 청소하라고 했을 때 청소하지 않았을까.
왜 설거지하기 싫다고 투정부렸을까.
혹시 외지에 가서 바쁘게 있다가 나를 잊는 건 아닐까.
돌아오면 꼭 잘해주리라.
돌아오면 사랑한다고 말해 주리라.
꽃도 사주고 멋진 데이트도 해야지. 신혼때 처럼. 처음 사랑에 빠졌을 때 처럼.
D+9
아인스타인은 말했다. "멋진 여자와 연애하고 있을때는 1시간이 마치 1초처럼 흘러간다. 뜨거운 숯 위에 앉아 있을때는 1초가 마치 1시간처럼 흘러간다. 그것이 상대성이다"
그렇다. 와이프와 있던 시간은 나에게 너무 빨랐지만, 떠나고 난 다음에는 마치 한시간이 하루같구나. 일일여삼추라고 했던가.
D+10
드디어 내일 온다.
내일 그녀가 온다.
어릴 때 소풍가기 전날에 느꼈던 뱃속에서 나비가 날라다니는 듯한 느낌. 그 기시감.
불과 며칠 전에 기시감을 느꼈던 때의 기시감.
D+11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세상에 있었다니.
그런데 그게 우리 아내라니.
만난 순간에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 보고싶었다. 정말 보고싶었다.
우리 앞으로 다시는 떨어지지 말자.
D+12
와이프: 안 자?
나: 어 이번판만 깨고 잘게. 먼저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