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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했다가 살이 빠져본 사람으로서 하고 싶은 조금 다른 이야기
게시물ID : gomin_13612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cHBsb
추천 : 10
조회수 : 492회
댓글수 : 23개
등록시간 : 2015/02/21 01:29:17

안녕하세요 20세 여장어 입니다.
 
가끔 고민게나, 다이어트게나 보면 아주 뚱뚱하다가 날씬해져서 역전된 삶을 사는 분들의 이야기가 많더라구요.

살이 빠지니 외출할 때 마다 번호를 따인다, 나를 무시하던 친구가 비굴한 눈으로 바라본다...

그중 너무 드라마틱한 이야기에는 주작이 아니냐, 하는 댓글들이 달리고...

물론 그런 이야기가 다이어트 자극용으로 좋겠지만,  저는 조금 다른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시절을 뚱뚱한 상태로 보냈어요. 자라면서 점점 살이 빠졌죠.

저학년 일때는 비만, 고학년 땐 과체중, 중 2가 넘어서야 정상체중....


별명은 돼지 혹은 곰. 어른들은 빈말로라도 예쁘다고 하지 못하고, 아 똑똑하게 생겼네 정도.. 

어느날 반바지를 입고 학교에 갔더니 같은 반 운동부 애가 경악스럽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더라구요.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며 키가 자라면서 서서히 살이빠지고, 좋아하는 애가 생기면서 꾸미는 방법도 알고.

고등학교 2학년때 저를 다시 본 초등학교때 남자애가 제 친구한테 뒤에서 그랬대요. 

처음에 못 알아 봤다. 초등학교땐 정말 못생기고 뚱뚱했었다고.

그런데,

그렇게 많이 바뀌었는데도  인터넷에서 자주보던 반전은 없었어요.

한번도 번호를 따여본적도 없고. 고등학교3년 동안 절 좋아한 사람도 한 명 없었어요.

오히려 어린시절 생긴 외모에 대한 피해의식 때문에 주변의 아는 남자마다 싸우고,  주변의 인기많은 예쁜 친구들을 질투하고.

겉모습이 바뀌었지만, 오히려 속은 시기와 분노로 타들어가기만 했어요.

친절한 사람을 보면  아 쟤는 예쁜여자한테는 아주 설설기겠구나. 불친절한 사람을 보면 내가 예쁘지 않아서 그런거구나.

그런데, 고등학교 동안 딱 두 번 고백을 받은적이 있어요. 저를 좋아했다고. 

근데 참 웃기는게, 그 친구 둘 다 초등학교때 내가 뚱뚱하던 시절만을 같이 보낸 친구라는 거예요.

그 이후론 한 번도 본적이 없는데. 수년전에 그랬다, 하고 이제와서 얘기해주더라고요.

제가 착해서 좋았대요. 자기한테 마음 써주고, 잘 챙겨줘서. 

.....

지금의 나는 아직 열살짜리 뚱뚱한 꼬마애에 멈춰서 있는데. 

그 시절의 내가 너무 아픈데, 

그런 내가 좋았대요. 

결국 살이 빠져도 자기연민과 스스로에 대한 혐오에 빠진 나보다, 그 때의 뚱뚱해도 당당하고 상냥하던 내가 더 사랑받았더라고요.


 
겉모습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 이유가 자신에 대한 사랑 위에 있어야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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