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선민의식을 드러내는가?
그건 도덕적 판단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이 하는 행위에 대해 일말의 자성적인 판단이 없습니다.
우리가 만약 화장실에서 다른 이의 배설행위를 촬영한다고 가정하면
우리는 일차적으로 당사자의 인권을 걱정해야 합니다.
그 다음이 자신이 법적으로 져야 할 책임이나 사회적 규범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같지도 않은 것들은
카메라에 담긴 사람과 촬영하는 당사자 간의 도덕적 책임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누구에게 허가를 받았는가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누구'라고 하는 것은
크든 작든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관'과
다수의 의지를 대변하는 시민단체입니다.
즉, 이 사건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언론이라고 하는 것들은 도덕적 판단의 기준을
권력에 의존했는지 여부와 다수가 동의했는지 여부에 두는 겁니다.
개인이 개인의 사생활을 침범해도 좋은가에 대한 판단 자체가 불필요한 겁니다.
그리고 이게 왜 선민사상이냐고 하면
도덕적인 판단의 불필요함은 곧 자신들이 도덕적으로 온당하다는 것을 전제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이들은 다수와의 소통관계를 일방향적으로 주도하므로
자성적인 판단 자체를 불필요하다고 느끼는 겁니다.
제가 만약 이 글을 읽는 분께
"내가 연구용으로 쓰고자 하니, 화장실에서 사람이 용변을 보고 나오는 순간을 촬영해달라"고 하면
저를 정신병자로 보시거나, 용기 있는 분은 112에 전화부터 할 겁니다.
그러나 이들은 내부적으로 그런 판단이 필요 없습니다.
언론이라는 가면을 쓰고 권력에 의존하면 도덕적 판단은 나를 향하는 것이 아니라 피사체에게만 적용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남성은 아무데서나 웃통을 훌렁 벗어도 좋고 여자의 성은 더욱 움츠러 들게 하는 성역할 규정이 부당하다는 것은
21세기 현대 한국에서 피차 간에 동의된 부분 아닙니까?
그럼 그걸 공개적으로 부정하는 이번 사태에 대해
여성단체들은 어떠한 대응을 보이고 있나요?
성평등을 지향한다면 여자화장실을 도촬한 것과 같이 분개하며 일어설 것이고
자기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평등이라는 가치를 함부로 입에 담는 천박한 위선자라면
그냥 깔깔 웃고 넘어가겠죠.
그러면 여성단체를 남자 입장에서는 적으로 규정해도 온당한 거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