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결혼게시판인지 연애게시판인지 고민하다가
뭔가 뻘글같아 자게로...ㅠㅠ
시간은 재작년 12월 말로 거슬러 갑니다.
이제 막 전역하고 나온 16년 12월 말, 군대를 늦게가서 스물 여섯 - 사실상 곧 스물 일곱 - 이던 날에
어쩌다 다시 시작한 연애가
16년 9월에 끝났죠
남겨진 건 걷어차인 제 마음과 그녀에게 생활비 대 주느라 급히 빌린 대출금....
일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회 초년생한테 아주 부담갈 정도의 금액은 아니었지만....
그냥 누군가 만나고 마음 쏟는것에 매우 허무한 마음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뭔가 인연을 만들고 연애를 하는 것에 지쳐 포기를 했어요
내 한 몸 건사하고 살기도 벅찬데
누군가 만나서 뭔가 같이 하는 것이 너무 사치같이 느껴졌어요
그래서 친구들 만나는 것도 진짜 친한 애들만 만나러 가고
새로운 인연을 포기했어요
가끔 그 친구들 중에 연애하는 애들이 한 번씩 소개 받아 볼 생각 없냐 하지만
제가 다 거절하곤 했어요.
친구들도 더 이상 물어보지도 않았구요
그렇게 작년 훌쩍 보내고
어느새 올해 들어와서
살던 원룸 계약 끝나서 나오는 김에
이모랑 어머니가 돈 모아 놓은 것 + 원룸 보증금 + 제 명의로 대출 해서
어째어째 아파트 하나 겨우 장만했어요.
그리고 이모와 외할머니와 저는 같이 살게 되었죠
이모는 곧 일하러 외국 가시고
이제 할머니랑 둘이 사는데
어머니 집도 가깝긴 하지만
그냥 뭐랄까.. 같이 사는 가족이 생기니까
아무래도 제가 집안 기둥이 되어 가는 것 같더라구요
그러다보니 더더욱 연애는 남 일이 되어갔어요
예전엔 아 그래도 가끔 외롭다 누군가를 만나야되나 이런 생각이 들곤 했는데
이젠 아예 그런 생각도 안나고
그냥 내가 집안 기둥이란 생각이 계속 드니까
내 이런 상황에 누굴 데려와 결혼하고 같이 산다는게
상대방한테 되게 민폐일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집에 공식적으로 선언을 했어요.
연애 못할 것 같다고. 그래서 그냥 안하려고 한다고.
결혼 안할 것 같으니 그렇게 알고 계시라고.
난리가 났습니다.
할머니는 두말할 것 없고 어머니나 이모도 그건 아니라고 하는데..
애초에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결정적 계기가
그 두분인걸 생각하니 아이러니 하네요.
그래서 솔직히 다 말씀 드렸어요
지금 내 상황이 이런데, 어떻게 누굴 만나냐.
여유가 없다.
어떻게 만난다 한들 지금 같이 사는거, 상대한테 못 할 짓이다.
요즘 세상에 어지간해선 따로 나와 살고 싶어하지, 시댁 들어가 살려고 하겠냐
거기다 우리 집이랑 어머니 집도 가까워서
얼굴도 자주 비추시는데
그게 한두번은 좋을지 몰라도 계속된다면
반대입장으로 내가 처가살이 하는데 그런 입장이면
나는 솔직히 못 버틸것 같다.
정말 눈치 너무 많이 보게 될 것 같고 그냥 나 혼자 스트레스 많이 받을 것 같다.
그게 그냥 시부모가 잘해주고 못해주고를 떠나서
그냥 신혼에 둘만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는 것 자체가
서로에게 스트레스일 것 같다.
거기다 나는 지금 이번에 이 집 구하느라 대출받아서
다시 따로 집 구해 나가기도 어려우니
어떻게 하냐. 차라리 결혼을 포기해야지.
그냥 속에 담아둔 얘기 다 쏟아내 버렸어요.
뭔가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그냥 얘기하다보니까 괜히 원망스러웠어요
방향을 잃은 서러움이 올라와서
뭔가 쏘아붙이듯이 막 얘기해 버렸어요.
뭔가 이렇게 초식남이 되어간다는 느낌이
그냥 그러려니 싶다가도
아, 내가 돈 좀 잘벌었음
내가 대학이라도 정상적으로 나왔음
편입해서 헛짓하다 잘리지만 않았음
이러지 않았을 것 같은데
개인적인 후회가 많이 들어요
결국 저 갈곳 없던 서러움은 제 자신한테 향해야 했던 거겠죠
괜시리 어른들한테 쏟아부을게 아니라요
그냥 꿈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딱히 없이
하루하루 직장다니면서 일하고 월급받고
대출금 보험료 적금 등등 낼거 다내면 15만원 정도 겨우 남는
이 생활에 벌써 지쳤나봐요..
그냥 다 놓고 아무것도 하기 싫고
아무도 안 만나고 싶어지네요
결혼에 대한 스트레스가
그냥 어쩌다보니 인생 자체에 대한 회의감까지 들게 만드는 게
장남으로 태어난 게 진짜 죄라는 생각도 들고
그냥 자기 하고싶은 일 하고 돈벌어서 자기한테 많이 투자하는
동생이 엄청 부럽고
이래저래 못난 사람이 되어 가는 것 같아요.
그냥 살아갈 동력이 떨어져가는 느낌이에요.
그래도 이 일요일이 지나고
또 월요일이 오면
또 출근을 해야하고
또 같은 일을 반복하겠죠
울적해지네요.
이 새벽에 잘 먹지도 못하는 술이 땡길 줄이야....
그냥 .. 집안 기둥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란 걸 뼈저리게 느낍니다.
과분한 짐이 참 ... 힘드네요 이거
어디가서 힘들다고 말도 못하고...
으아..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하지...
그냥.. 힘내야겠죠?
좋은 날이 오겠죠....?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