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벌써 아내랑 연애 포함 16년째군요.
저희는 연애할 때도 그랬지만, 결혼 후에도 남들이 말하는 부부싸움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의견 충돌이야 있을 수도 있지만 서로 목소리를 높히면서 감정이 상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주로 제가 혼이 나는 입장인긴 한데...ㅎㅎㅎ
지인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런게 더 안좋은거다.
부부싸움하면서 서로 섭섭했던 것도 말하고 해야지... 불만이 쌓이면 나중에 더 안좋다.라고...
그러면 전 그걸 왜 싸움으로 전해? 평소에 대화로 전하면 되지...라고 합니다.
많은 선배님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부부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대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대화가 중요하다고 말하면 지인들도 그래 아내와 또는 남편과 대화를 해봐야겠어...
하고 가서는 싸우고 돌아옵니다.
당연하죠. 평소에 대화가 없던 사이에 갑자기 그간 쌓이고 쌓인 대화를 하려니 잘 되겠습니까?
앉아봐 이야기 좀 해.하는 순간 심각해지겟지요.
대화에도 준비가 필요하답니다.
그건 바로 대화입니다. 대화를 낳는 대화...
속에 쌓아뒀던 것이 아닌 아주 소소하고 일상적인 대화가 먼저 필요한 것 같아요.
심각하고 진중한 대화보다 사소한 한 마디 한 마디가 서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사소한 대화를 통해 내가 요즘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리고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고 서로 이해해야
쌓아뒀던 것도 섭섭했던 것도 자연스럽게 대화로 이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출근 후 적어도 한 번은 아내에게 전화를 합니다. (뭐 카톡은 수시로 하지요.)
주로 점심을 먹고 하는데요.
점심은 뭐 먹었는데 맛이 별로 였어.라든가..
당신은 점심 뭐 먹었어? 맛있었겠네? 더운데 집안 일 하느라 힘들었겠네.
저녁엔 뭐해먹을꺼야? 뭐 사갈까? 등등...
그게 왜 궁금하냐고 하실 분도 있지만 이런 사소한 그런 대화속에서 나타나는 아내의 모습이 궁금한 것이죠.
예를 들어
오늘은 지친 것 같네? 일찍가야지...
오늘은 기분이 좀 많이 좋은데? 야근할까? ㅡ,.ㅡ;
등등...
아내도 제가 퇴근하고 집에 가면 옆에 앉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합니다.
아내랑 아들이 양쪽에 앉아서 재잘거릴 때면 아주 정신 없을 때도 있지만,
그게 또 행복이더라구요.
그리고 아들녀석 잠들면 또 대화를 합니다. 아주 사소한 대화를...
지난 밤에도 주문한 미숫가루랑 꿀이 왔는데, 한 번 먹어보라.
이게 검은깨, 검은콩 등등이 들어가서 구수하다. 이 꿀이 숙면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샀다. 등등
미숫가루와 꿀이야기를 30분 가까이 하드만요.ㅎㅎㅎ
그리고 오전에 아들녀석 온라인 수업하는데... 등등
저도 회사에서 있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지요.
오늘 이쁜 손편지를 받았는데 펼쳐보니 여호와증인이라서 빡쳤다...라든가...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할 정도의 사소한 대화가 또 다른 대화를 낳는거라고 생각합니다.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릅니다. 그게 아무리 부부사이라도...
행복하십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