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과거로만 갈 수 있는 타임머신이 개발되었다.
공상과학영화의 투자자로 널리 알려진 "꼬코리코"의 개인시설에서 개발된 타임머신은
곧 그의 돈벌이로 사용되었고 전재산을 대가로 한 시간여행은 한동안 유행처럼 번져갔다.
다만 과거로 돌아가면 그 시점에서의 현재는 미래가 되어 되돌아올 수 없었다.
과거로 돌아간 사람들은 그들이 원하는 나비효과를 이루었는지 모르겠으나
현재에 남겨진 사람들이 보기에 그들은 너무도 허무하게 사라졌다. 아무런 결과도 남기지 않고...
시간이 지나 유행은 곧 시그러들었으나 타임머신 산업은 이미 일반인도 마음만 먹으면
보급받을수 있을정도로 개발되었으나 재고는 남아돌았다.
수요가 없으니 개발도 생산도 중단되었지만 이미 출판된 제품은 중고나라에서 근근히 모습을 보였다.
서서히 사라지던 타임머신의 열풍은 사소한 일로 다시 사람들의 흥미를 끌었다.
초등학교 2학년이던 상민이는 하교 중 오락실에서 실내화가방을 두고 집에와버렸고
고민끝에 오늘 아침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그저 오늘 아침으로 돌아갈 뿐이라고 생각했고 타임머신을 작동시켰다.
상민이가 과거로 돌아가 과거의 상민이가 되었는지, 과거의 상민이와 만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의 상민이는 사라졌다.
이 사건은 인기 프로그램 "그렇게 알고싶었을까"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으며, 그 보도 방향은 긍정적이였다.
- "하루 이틀정도의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것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
직업없는 타임머신 전문가의 인터뷰가 캡쳐되어 전파를 타고 돌아다녔다.
'작은' 실수를 메꾸기 위한 '작은' 시간돌리기는 사람들을 망설이게 하였다.
그리고 어느날 한 네티즌이 올린 시나리오는 망설임을 결정으로 바꾸었다.
----- 과거의 나 제거법 ------
과거로 돌아가면 과거의 나와 마주칠까봐 걱정된다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네요.
제가 쓰려고 짠 시나리오를 공유하고 저는 떠납니다.
저는 지금 하와이에 여행와 있습니다.
그리고 10분전에 미리 준비해둔 전동 퀵보드를 타고 절벽 끝에 서서 바다를 구경하다 왔습니다.
리모콘으로 퀵보드를 작동시키면 바로 즉사 할 만큼 가까이서 말입니다.
저는 이제 리모콘을 들고 타임머신으로 10분전으로 돌아갈 거고 바로 작동시킬 겁니다.
과거의 나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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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시작으로 "과거의 나 살해법"을 주제로 한 수많은 시나리오들이 나왔고
마치 흥미로운 추리소설을 보듯 사람들은 이에 열광했다.
타임머신은 이곳 저곳에서 사용되었고 인터넷에서는 자기가 10분 후의 미래에서 왔다는 사람들과 사소한 실수를 만회했다는
내용의 경험담들이 즐비했다.
그리고 지금.....
현실에는 사람이 없다.
다들 하루 전, 5분 전, 과거로 떠나고 나 혼자 뿐이다.
과거로 돌아간 사람들은 현재로 돌아 올 수 없다.
이제 나도 떠난다.
아마도 이제 인류에겐 미래는 없을 것이다. 발전도 없을 것이다.
5분 전의 과거도 곧 사람들이 모두 떠난 현재가 될 것이고
하루 전의 과거도 사람들이 모두 떠난 현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