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똥 먹는 병'과 진화하는 인간 >
1. 인간에 의해 진화하다
다윈의 진화론: 자연에서 살아남기 적합한 형질을 지닌 종(種)이, 그렇지 못한 부적합한 형질을 지닌 종(種)에 비해 생존과 번식에 이익을 본다는 이론입니다. 자연선택론으로 종(種)의 진화는 자연의 선택에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 새롭게 등장한 진화론이 있습니다. 인간선택론입니다.
코끼리 상아를 위해 밀렵이 증가하자 상아를 가지지 않고 태어나는 코끼리가 증가하고, 가장 큰 야생동물을 잡는 트로피 사냥으로 인해 알래스카 불곰은 스스로 몸집을 줄이고, 인간의 접근을 피하기 위해 방울뱀은 소리나지 않는 방울을 택했으며, 기계톱 소리를 흉내내는 바우어새까지, 인간이 동물의 진화에 지배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지금 진화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이다"
비단 포식자로서 인간이 동물에게만 끼치는 진화가 있을까요? 인간이 인간에게 영향을 주는 진화도 분명존재할 것입니다. 호모사피엔스(Homo Sapiens)에서 호모루덴스(Homo Ludens)라는 놀이 인간을 거친 다음, 호모디지쿠스(Homo Digicus)라는 디지털 인간에 도달했던 인류가 이제부터 ‘호모 모빌리언스(Homo Mobilians)’라는 스마트폰과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진화 단계에 돌입했다는 이야기는 낯설지 않습니다.
2. 똥 먹는 병
“가짜 뉴스를 좇는 사람들은 똥 먹는 병에 걸린 것이나 다름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짜 뉴스’에 일침을 날리면서 한 말입니다. “가짜 뉴스는 스캔들과 가십거리를 좇는 언론의 배설물에 불과하다”며 가짜 뉴스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입니다.
비단 가짜뉴스 뿐 만 아니라, 트럼프 측근에서 촉발된 'Alternative Fact(대안적 사실)' 논쟁은 하나의 사실이라 하더라도 어떤 관점을 가지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결과를 다르게 포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덕분에 때 아닌 조지 오웰의 소설 《1984》가 다시 아마존 소설 베스트셀러에 오르게 되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탄핵을 거치면서 '가짜뉴스'란 단어가 올해 초부터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었고, 대통령이 새롭게 선출되고 바뀌었고 세상은 변할 것 같았지만 인터넷에서는 여전히 '가짜뉴스'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Post-Truth' (탈-진실)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 입니다.
" '가짜뉴스'에 대한 구글 트렌드"
3. 쉽게 사라지지 않을 병
뉴욕 타임즈에 소개된 카메론 해리스는 단 15분을 투입해 가짜 뉴스를 만들었고, 6백만 명이 공유하여 5천 달러를 벌었습니다. 사람들은 자극적인 것에 쉽게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사실이 아닌 거짓으로 돈을벌 수 있고, 또한 정치적 의도로 기획된 가짜 뉴스는 여론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Post-Truth (탈-진실)'의 시대는 쉽게 지나가지 않을 것입니다.
현재까지 전문가들이나 영국 BBC가 제시한 해결책은 사회 전체 구성원이 가짜 뉴스 문제를 적극적으로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갖추고, 미디어 기업, 기술 기업, 정책 기관, 사용자들이 각자 최선을 다해 함께 협력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올바른 진실을 개개인이 밝혀내는 것이 너무 어렵기 때문입니다.
"진짜 및 가짜 뉴스에 대한 진실 및 거짓 여부 식별 결과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 온라인 설문조사"
4. 새로운 MISSION
몇일전 페이스북이 처음으로 개최한 ‘커뮤니티 서밋’에서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는 “사람들을 단순히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들을 연결하면) 세계가 저절로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면서 새로운 페이스북의 미션을 발표하였습니다.
“사람들에게 커뮤니티를 만들고 세상을 더 가깝게 만들 수 있는 힘을 주자(Give people the power to build community and bring the world closer together.)” 개인에게 목소리를 부여하고 의견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 함께 나아갈 공통 입장을 설정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 결과라고 합니다.
"사람들에게 커뮤니티를 만들고 세상을 더 가깝게 만들 수 있는 힘을 주자"
5. 진화하는 인간
돈을 벌기 위해서든, 정치적인 의도를 달성하기 위해서든, 널리 창궐하고 있는 '똥 먹는 병'은 인류 스스로에게 진화를 선택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의 새로운 미션은 단순하게 한 회사의 방향을 설정하고 있는 것이 아닌 진화에 대한 시작 혹은 화두를 던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야기한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은 단순히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는 상황에만 국한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 뿐 만이 아니라 인간이 새로이 진화해야하는 방향을 설정하는 시작점일 수 있습니다. 인류의 진화 그리고 미래는 '깨어있는' 시민이 '조직된 힘'을 어떻게 발휘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여태까지 대한민국에서 공동체(共同體, Community)라고 하면 혈연, 지연, 학연 혹은 종교적인 믿음에의한 집단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됩니다. 이런 기존의 집단 형태나 공동체가 Who(누가), Where(어디), What(무엇)에 같은 관심을 가지는지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앞으로의 새로운 공동체는 Why(왜), How(어떻게)가 중요하게 될 것입니다.
과거에 대해 Why(왜)라고 물으며 성찰하고, 미래에 대해 How(어떻게)라는 비전을 가진 공동체가 새롭게 등장하게 될 것이며, 이러한 공동체에 속하는지 아닌지가 당신이 진화했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점이 될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적폐 청산을 응원하는 당신은 어떤 '성찰과 비전을 가진 공동체'에 속해 있으십니까?
[출처] 가짜뉴스를 좇는 '똥 먹는 병'과 진화하는 인간|작성자 경인선
출처 | http://blog.naver.com/sunfull-movement/2210369873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