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이나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등의 제품홍보를 보면 농약을 쓰지 않은 유기농원료를 사용하여 안전하다고, 몸에 좋다고 합니다.
애지중지 키우는 화분을 벌레들이 맛있게 먹고 있는데 농약은 안좋다고 인식하시는 분들도 많구요. 그거 잡을라고 만든게 농약인데요...
농업과 관련이 없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겐 농약이란 존재는 언론 및 매체를 통해 종종 '음독사고', '자살', '잔류농약', '발암물질' 등의 단어와 함께 인식되었기에
농약 = 안좋은것 이라는 사회적인 인식이 넓게 자리잡고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농약의 효용성을 부정할수록 우리 사회는 더 많은 기회비용을 써야하기에 농학도로써 안타까움의 넋두리를 남겨봅니다.
- 농약의 역사와 침묵의 봄.
인류가 농약을 대량으로 생산하여 사용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화학비료의 역사 또한 그리 길지 않구요.
각종 병해충에 의한 농산물 생산 감소와 식물 영양(비료)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던 시기에는 농업의 생산성이 낮았기에 대다수의 인구가 농업에 종사하였습니다. 그래도 농산물의 전체 생산량은 턱없이 부족하여 수많은 인구가 '보릿고개'와 같은 기근에 시달려야했습니다.
화학비료 및 합성농약의 등장으로 더 많은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었고, 더 적은 수의 인구가 농업에 종사하여도 더 많은 인구가 '배고픔'의 걱정에서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마치 '말라리아'를 극복해내듯이요.
그 시절의 농약은 마치 방사능이 처음 소개되던 시절처럼, 그 악영향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족하였습니다. "더 많은 종류의 병해충에 활성을 나타내고, 더 오랫동안 분해되지 않고 잔류하며, 소량으로도 더욱 강력한 효과"를 나타내는 농약을 선호하였습니다.
그런 시절이 있었기에 DDT와 같은 농약이 생태계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고, 레이첸 카슬의 '침묵의 봄'을 기점으로 사회가 농약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었고 농약 업계 또한 농약에 대한 관점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현재의 농약은 '특정 병해충에 대하여만 활성을 갖고, 생태계에 잔류하지 않고, 부작용이 없어야' 농약으로 등록될 수 있습니다. DDT, 파라치온, 말라치온 등의 농약은 이미 오래전에 자취를 감추었고 개발도상국에 한하여 말라리아 방제를 목적으로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2012년을 기점으로 그라목손, 지오릭스, 수프라사이드, 아조드린 등과 같은 고독성 농약 또한 농업에서 퇴출되었습니다.
즉, '침묵의 봄'을 오게하는 농약들은 대부분 생산 및 사용이 중지되었습니다.
신규 개발되는 농약들은 인간에게 무해하고 생태계에도 적은 영향을 가져야합니다. 아무리 활성이 뛰어나고 인축 및 천적에 안전한 농약일지라도 뜬금없이 갯지렁이에 치명적인 독성을 갖고 있다하여 판매가 제한되는 정도로 농약에 대한 기준이 까다로워졌구요.
그럼에도 안타까운 것은 아직까지 농약에 대한 사회의 인식은 '침묵의 봄'에 머물러 있는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 농약 = 안 좋은 것...??
농약을 한 번도 못 본 사람은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농약과 비슷하거나 같은 성분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에어로졸 타입의 모기약에 들어있는 모기를 죽이는 성분은 퍼메스린 등의 합성피레스로이드계 화합물이고 이를 농약 등록법에 따라 농업용으로 제품화 하면 농약이 됩니다.
양식장에 사용되는 옥솔린산이나 가축용 약품으로 사용되는 옥시테트라사이클린 등의 성분들도 농약법에 의거하여 제품화하면 농약입니다.
의약품을 개발하다가 농업에 유용할 것이라 판단하여 농약으로 개발되는 제품들도 많구요.
즉, 농약이란 그 사용 목적에 따른 구분일 따름입니다. 농업을 목적으로 농림부령에 따라 관리되는 약제를 말하는 것이죠.
농약의 해로움은 농약이라서 무조건 몸에 해로운 것이 아니라 그 목적과 사용방법을 준수하지 않았을 때 발생됩니다.
그 목적과 사용방법을 준수하였음에도 해롭다면 농약으로 등록될 수가 없구요. 등록된 후에라도 그 해로움이 밝혀지면 등록 취소 합니다.
독성학을 배울 때 '세상의 모든 물질은 독이다. 다만 그 복용량이 독성을 결정짓는다.' 라고 배웁니다.
물, 소금, 밥, 식용유, 소주, 커피 등등 모든 물질이 인체내에서 감당할 수 있는 정도를 벗어나 사용되면 독이 됩니다.
마치 벌침을 조절하여 약으로 쓸 수 있지만 뜬금없이 땅벌에게 쏘인 독은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맛있는 땅콩도 많이 먹으면 설사병에 걸리니 땅콩도 독이 되네요. 한순간에 사람의 인생을 뒤바꿔놓습니다.
- 화학 합성 = 몸에 안좋은 것..??
식물추출물질, 미생물추출물질을 원료로 사용하여 안전하다고 홍보하는 제품들이 많습니다. 화장품, 샴푸, 기능성제품, 향초, 향수등의 일상생활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물건들 부터,, 모기퇴치제등의 제품들까지 친환경원료를 사용하여 무해하다고 하죠.
위 경우들에서 말하는 '무해하다'의 논리가 감자에서 추출한 솔라닌, 복어에서 추출한 테트로도톡신, 개미에서 추출한 포름산 등을 원료로 사용해도 무해하다는 논리가 아니길 바랍니다.
농약 및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업을 대상으로 병해충방제를 목적으로 유기농인증을 받은 제품들 대부분이 미생물추출물이나 식물추출물질을 사용합니다.
농약의 개발 사례를 보면 제충국이라는 국화에 해충이 꼬이지 않아 그 속에는 무슨 성분이 그런 효과를 나타내는지 연구해보니 특정한 분자구조의 물질을 찾게 되었고, 그 물질을 소량으로도 해충에 더 효과를 나타내도록 개발한 제품이 모기약에도 많이 들어가있는 합성피레스로이드계 농약들입니다.
카라반콩을 연구해서 만든게 카바메이트계 농약, 갯지렁이를 연구해서 만든게 네레이스톡신계, 담배를 연구해서 만든게 니코티노이드계 농약이죠.
물론, 사린가스와 같은 독가스를 개발하다만든 유기인계농약들도 있지만요..
지금의 농약들은 그 성분에 대한 독성농도를 규명하고 어느 정도의 양으로, 몇 회에 걸쳐, 수확일 기준 몇 일 전까지 사용해야 해당 농산물을 먹어도 해가 없이 안전한지 밝혀져 있습니다. 먹은 다음에도 해가 없어야 하고, 먹은 사람의 자식에게도 해가 없어야 하구요.
물론 사용하는 과정에서 작업자에게도 피해를 일으키지 않아야하고, 사용한 이후에도 나아가 사용한 사람의 후손에게도 피해를 일으키지 않아야합니다. 이러한 내용을 밝히는게 농약 등록과정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화학합성을 거치지 않고 추출한 물질이라고 엄격한 기준점을 세우지 않는 것은 독성학의 관점으로 볼 때 매우 어의없는 상황입니다.
합성을 통해 만들어낸 물질과 생태계에 존재하던 것을 찾아내 정재한 물질이나 모두 독성을 갖고 있고 결국 그들 성분들의 독성 정도는 노출량(복용량)에 따라 결정 지어지기 때문입니다.
확대해석 하자면 제충국의 활성성분을 연구하여 손쉽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들었으나 '이건 농약이라 위험해. 제충국을 삶아서 우려낸 물을 사용하는게 좋겠어.' 라는게 지금의 농약에 대한 인식이라 말할 수 있겠네요.
술 한잔 마시고 들어와 주저리주저리 넋두리 떨다보니 이제 졸려서 집중이 안됩니다.ㅠㅠ 오늘은 여기까지 마무리 하고 관심있는 분 계시다면 다음에 더 유익한 정보를 올려보겠습니다.